너 가고 남은 자리에

by 곰탱구리

새벽바람이

뺨을 한 줄 베고 지나간다.

어디에 칼끝을 숨겨두었는지

감추지 못한 부분만 골라

알알이 아리도록 훑고 간다.


해도 뜨지 않고

달도 지지 않은 시간,

시공이 살짝 어긋난 틈으로

나는 채 마르지 않은 머리를 털며

출근이라는 이름의 길에 선다.


강요하지 않는 억압,

그러나 지배에 가까운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 족쇄처럼

발목을 천천히 조여 온다.


그래도 다시 주어진

이 한 해의 시간이

왠지 고맙고, 조금은 서럽다.

볼모로 맡긴 아이들의 미래가

무거움에 무거움을 더해

가슴 한쪽을 눌러 앉힌다.


이렇게 또

떠나는 이의 새 삶이 열리고,

남아 있는 이의 1년이

조용히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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