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속삭이는 공포 (4-2)

깨어진 봉인 2

by 곰탱구리

“헉헉! 허억! 이런 늦어 버렸네.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야겠어. 제길! 목욕탕에서 그렇게 오래 잠들어 있을 줄은 몰랐네. 그래도 조금만 서두르면 정각에 도착할 수 있겠어.”


재순은 계단을 한 번에 세 개씩 껑충거리며 뛰어 올라갔다. 미팅장소는 다행히도 3층이었다. 숨이 목에 차서 넘치기 직전에 간신히 미팅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크게 숨을 몰아 쉬고 옷을 차분하게 정리한 후 부드럽게 두 번 노크를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회의실에는 검은색의 정장을 갖춰 입은 두 명의 남자가 재순을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군!”

중앙 상석에 앉아있던 남자가 낮은 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차가 좀 막혔습니다.”

“서울이 늘 그렇지. 더군다나 이 시간에 강남은 뭐 말할 필요가 없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해? 내가 자네에게 그런 특혜를 주어야 하는 이유가 뭐지? 지금 내가 자네를 이해해 주는 것처럼 보이나? 아니. 그냥 참고 있는 거야. 네가 내게 내놓을 제안이 반드시 흥미롭기를 바라네. 난 그 흥미로운 제안을 기다리는 것뿐이네. 흥미롭지 않은 제안이라면 내 시간을 2분이나 빼앗은 대가는 결코 편하지 않을 것이야.”

“네. 네. 물.. 물론입니다.”


“자! Time is Gold! 라 했지. 지금 이 순간에도 자네의 이자는 올라가고 있네. 이제 내놓아보게. 자네의 흥미롭고 아름다운 제안을.”

“네. 여기 있습니다.”

“호오~! 10kg짜리 금괴? 이것은?”

“혹시 상하이의 아편왕 ‘사토미 하지메’란 이름을 아십니까?”

“사토미 하지메?”

“네 일본 관동군에 전쟁 자금을 조달하였던 비밀 조직의 수장이었습니다. 마약 판매와 갈취 및 강제 수탈로 모은 군자금이 자그마치 현재 가치로 30조가 넘습니다. 관동군의 전비와 만주 괴뢰정권에 제공한 돈은 기껏해야 22조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사토미 하지메는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빈 손으로 입국하였고 모든 돈은 관동군에 제공하였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 관동군은 그 전쟁자금을 다 어디에 사용했을까요? 만주에 질주한 러시아군도 일본의 군자금을 수취하였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토미가 숨긴 것인가?”

“8조라는 자금을 화폐로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갔을까요?”


“서론이 너무 길군. 혀를 반으로 잘라주면 본론으로 들어가는데 도움이 될까?”

재미있다는 듯 촐랑거리는 재순이를 노려보며 옆에 있던 덩치 큰 남자가 으르렁 거리면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도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은행을 이용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사토미가 택한 것은 금괴로 만드는 것과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으로 바꾸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다렌에서 출발하는 일본행 배에 30톤의 금괴와 다이아몬드를 몰래 반출합니다. 그런데 운 나쁘게도 중간에 갑작스러운 태풍에 배가 침몰되어 모두가 몰살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배로 입국한 사토미는 아무런 재산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다 죽었다면 그 위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소리잖아?”

“그렇다면 이 금괴가 어떻게 제 손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단, 한 명만이 간신히 살아서 육지에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10개의 금괴와 다이아몬드 30개를 담은 가죽주머니를 몸에 지니고서요. 그는 금괴와 다이아몬드를 팔아 조선에서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박향일! 일본 이름은 사또 히로부미! 나의 조부시지요.”


“그래서 보물지도라도 받았다는 건가?”

“조부께선 그 돈으로 작은 기업을 만들었소. 그러나 일부러 대기업이 되지 않도록 항상 조절을 하셨지요. 조선인의 족보를 몰래 훔쳐서 살았기 때문에 굳이 주목을 받을 일을 하면 절대 안 된다고 하셨지요. 아버지도 조부의 뜻을 이어받아 기업을 적당한 수준에서 운영하셨지요. 비자금으로 편한 삶을 영위하면서.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였소. 거지 같은 조선이라는 나라에는 당연히 발생했었어야 할 일이오만 그 조선에 사는 아버지에게는 생각도 못한 날벼락이었소. 작은 공장에 만족했어야 하는데 그에 만족 못하고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하여 비자금을 다 털어 아파트와 건물에 투자하셨소. 은행에 막대한 빚까지 지면서.”

“결론은 뻔했겠군.”


“그렇습니다. 엄청난 비자금을 털어 빚을 다 갚고 나니 작은 공장 하나와 집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죠. 낙심한 아버지께서는 음주운전으로 유명을 달리하셨지요. 그 후에는 사장님께서도 아시는 바와 같고요.”

“당신도 작은 공장에 만족 못하고 은행은 물론 나에게까지 돈을 빌려서 비트코인에 올인했고 지금은 거지가 되어 내 앞에 앉게 되었고, 오늘까지 돈을 갚아야 하는데 이렇게 금괴 하나 달랑 들고 와서 내 시간을 빼앗고 있고. 이건 오늘까지의 이자 정도는 되겠군. 자! 이제 원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

“네. 이 금괴는 얼마 전에 우연히 알게 된 조부의 비밀창고에서 찾아낸 것입니다. 그곳에는 이것과 똑같은 금괴 5개와 조부의 일기가 같이 있었습니다. 조부의 일기에는 그곳에 대한 정확한 위치와 내용물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일기를 가지고 왔는가?”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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