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예전에는 다 수입산이었다

그들이 수입했던 음악이 뭔지 봐보자

by 권대우

힙합은 누가 뭐라 해도 미국에서 탄생했다.

탄생설은 좀 갈리지만 정론으로는

1970년대 초중반 뉴욕 브롱스에서

기원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제 막 50살을 넘긴 상당히 젊은 장르로

짧지만 대중 음악사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유문화 없다고 항상 놀림받는 미국의

거의 유일한 고유의 문화이다 보니

미국은 힙합의 고향으로 힙합의 트렌드를

항상 세계에 제시해 왔다.

한국 힙합 1세대들도 모두 미국의

당시 힙합을 따라 하면서

(몇몇은 명확한 카피까지...)

이 땅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 스타일로 발전시켜 나아갔다.


이번 글은 처음으로 외국 힙합에 대해

이야기하며 힙합의 골든 에라인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의 앨범들을

몇 가지를 소개하는 글이 될 것이다.

특히 어떤 음악을 듣고 한국 힙합 1세대들이

힙합의 씨를 뿌리기로 결심했는지

살펴보면서 글을 읽는 것도

재미있게 글을 읽는 방법일 것이다.


1.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 by Public Enemy

"저항 정신"

Public Enemy의 두 번째 앨범 <It Takes a Natioin of Millions to Hold Us Back>

초기 힙합의 이미지를 생각해 볼 때,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권력에 저항하는

사회 비판적인 이미지일 것이다.

정부를 비판하고, 현실의 부당함을 솔직하게

가사에 넣어 모두의 호응을 얻어내는

힙합의 이미지는 이 앨범과

Public Enemy(퍼블릭 에너미)의

영향이 강하게 있을 것이다.

이 앨범의 독특함은 "현장감"이다.

하나의 콘서트 내지, 일종의 궐기 대회 같은

분위기가 앨범 전반에 깔려 있다.

그런 현장감은 마치 수많은 관객들 속으로

청자를 초대하는 듯한 감상을 준다.

그리고 무리는 에너지를 만들어 준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힘찬 래핑과 어울려

퍼블릭 에너미와 함께 호흡하는 청자는

아티스트의 정서를 밀접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들의 강력한 비판은 친숙한 비유와

촌철살인의 펀치라인들로 귀에 쏙쏙 박힌다.

그들은 힙합의 최전방뿐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있는 최후방까지,

한 나라의 수많은 목소리를

대변하는 앨범으로 전설이 되었다.


추천곡: Bring The Noise, Don't Believe The Hype, Terminator X To The Edge Of Panic, Night Of The Living Basehead, Black Steel In The Hour Of Chaos, Rebel Without A Pause, Party For Your Right To Fight


2. <3 Feet High and Rising> by De La Soul

"샘플링", "사이키델릭"

De La Soul의첫 번째 정규 앨범 <3 Feet High And Rising>

1960~70년대는 히피들의 전성기였다.

평화와 사회 비판을 노래하는

사이키델릭 록의 탄생도 이 기간이다.

그리고 그 시대의 음악은 현재까지도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며

현대 음악의 클래식으로 남았다.

그리고 1989년,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새로운 작곡법으로 만든 힙합 앨범이 등장하는데,

바로 De La Soul(데 라 소울)의

<3 Feet High And Rising>이다.


이 앨범을 가장 상징하는 키워드는 "샘플링"이다.

레드 제플린의 노래부터 프랑스어 회화 교재까지

폭넓은 샘플링으로 몽환적이고 펑키한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조성했다.

그러한 사운드 속, 지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그들의 가사는 과거 비트 세대의 향수를 부른다.

그리고 샘플링뿐만 아닌 DJ의 참여로

턴테이블리즘까지 앨범에 녹여 넣었다.

클래식하며 트렌디함이 공존하던 이 앨범은,

여전히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주고

사랑받는 불후의 명작의 반열에 들었다.

(중간에 "De La Orgee"라는

굉장히 이상한 트랙이 있지만 넘어가자)


추천곡: (3 Is) The Magic Number, Jenifa Taught Me (Derwin's Revenge), Ghetto Thang, Eye Know (feat. Otis Redding), Take It Off, Plug Thnin' (Last Chance To Comprehend), Me Myself and I, This is a Recording 4 Living in a Fulltime ERA (L.I.F.E.)


3. <The Chronic> by Dr. Dre

"서부 힙합", "G-funk"

Dr. Dre의 첫 번째 정규 앨범 <The Chronic>

90년대는 힙합의 황금기라 불린다.

힙합의 기반이 다져지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운드와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음악을 만들어 낸 시대로,

수많은 명반들이 우수수 나온 시기이다.

그중에서 <The Chronic>은

새로운 힙합 장르를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한 지역을 힙합의 성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지역에서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발굴하며 미국 문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의 N.W.A. 활동의 못지않게,

Dr, Dre(닥터 드레)의 솔로 데뷔는 역사적이었다.

높은 신시사이저 멜로디와 강렬한 베이스,

그리고 간단한 리듬 속에 캐치한 후렴.

방탕한 삶을 이야기한 가사가 결합된

G-funk(지펑크)는 컴튼이 있는 서부의 힙합을

미국 전역에 알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메인 피처링으로 함께한 스눕 독의 영향도 컸다.)

하위문화가 대중문화가 된 흔치 않은 경우며,

이후 동부 힙합과 경쟁하고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자극을 주며 90년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

진정한 게임체인져 같은 앨범으로 남았다.


추천곡: Fuck Wit Dre Day (And Everybody's Celebratin') (feat. Jewell), Let Me Ride (Feat. Jewell), Nuthin' But A "G" Thang, Lil' Ghetto Boy, A Nigga Witta Gun, Rat-Tat-Tat-Tat (feat. BJ), Lyrical Gangbang, Bitches Ain't Shit(feat. Jewell)


4. <Illmatic> by Nas

"동부 힙합", "가사"

Nas의 첫 번째 앨범 <Illmatic>

<The Chronic>의 발매 약 1년 반 후,

뉴욕의 한 래퍼가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그는 이 앨범으로 뉴욕 최고의 리릭시스트이자

최고의 래퍼로 미국 전역에 이름을 떨친다

이 래퍼는 이후, JAY-Z(제이지)와

'뉴욕의 왕'이라는 타이틀을 두고 경쟁하는

거리의 시인(Thug Poet) Nas(나스)였고,

이 앨범은 모든 래퍼가 영향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황금세대 최고 명반 중 하나인

<Illmatic>이다.


<Illmatic>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주로 가사와 나스의 훌륭한 래핑이다.

마약상을 했던 경험으로 뉴욕의 거리를

보고 들은 대로 담담하게 전달한다.

거리의 현실은 그의 주옥같은 작사법으로

하나의 인문학 서적을 읽는 듯한

지적인 표현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배틀 랩으로 단련된

나스의 탄탄하고 유려한 플로우는

10개의 트랙을 모두 끄덕거리며 듣게 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훌륭한 가사와 래핑에 더불어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들까지 모인 이 앨범은

90년대 힙합 황금기를 대표하는 앨범으로

자리 잡아 오늘날까지 성경처럼 여겨진다.


추천곡: 전곡


5. <Endtroducing.....> by DJ Shadow

"턴테이블리즘", "샘플링"

DJ Shadow의 첫 번째 앨범 <Endtroducing.....>

다양한 분야의 기록을 기록하는 기네스북에는

당연히 힙합 앨범도 기록되어 있다.

보통은 판매량에 관련된 기록이 많지만,

오늘 살펴볼 부분은 좀 다르다.

순수히 샘플링으로만 제작된 앨범 부분에

DJ Shadow(DJ 섀도우)의 첫 앨범인

<Endtroducing.....>이 등재되어 있다.

데 라 소울도 샘플링으로 여러 실험적인

소리들로 랩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DJ 섀도우는 샘플링을 통해

DJ와 프로듀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앨범은 안에 등장하는 목소리들은

모두 과거에 발매되었던 LP에서 추출한

목소리들을 DJ 섀도우가 재가공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레코드샵을 들락거리던

소년이 자라 만든 <Endtroducing....>은

단순한 프로듀싱을 넘어 디제이가

레코드를 갖고 즉흥의 예술까지 집어넣은

턴테이블리즘을 대표하는 음반이 되었다.

이 앨범 이후로 수많은 디제이 및 프로듀서들이

인스트루멘탈 앨범들을 발매하고, DJ 섀도우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예전 음원들을 찾아보는

디깅(digging)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순수한 재가공도 아티스트의 역량에 따라

재창조의 영역까지 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래퍼뿐만 아닌 프로듀서 및 디제이들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기념비적인 앨범이다.


추천곡: 전곡


한 클럽 안 비보이들의 배경음악에서

주류 장르에 큰 영향을 끼치는 현시점까지

힙합은 다양한 형태로 시간을 보내왔다.

오늘은 그러한 힙합이 다양한 형태로

시대에 맞게 변화할 기틀을 다져주었다

생각하는 앨범들을 들고 왔다.


이 외에도 당연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앨범들이 생략되었다. 다 쓰고 싶지만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나중에 다른 주제로

여러 앨범들을 가지고 올 것이다.


힙합을 듣는 사람들이 어려지면서

과거의 음악에 대한 평가에 반기를 드는

경우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댓글을 통해

종종 보곤 한다.

오래된 힙합은 지금 들으면

전혀 공감이 안되고, 안 맞는다고.

하지만 이런 음악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향유하는 음악들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고, 그 앨범이

발매될 당시에 본인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그 음악의 위대함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염따의 인터뷰를 발췌해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하겠다.

어쨌든, 오늘은 힙합의 고향이라 불리는

미국에서 발배된 1세대 앨범들을

보았으니, 한국 힙합의 1세대 앨범들도

돌아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 있으면 서울에 첫눈이 온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겨울이라는 계절에

맞는 힙합 앨범들도 몇 가지 선정해 볼 생각이다.


그럼 다음도 다양한 음악과 함께 돌아오겠다.

-권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