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우리나라도 이제 음악 잘합니다

케이팝 말고 국힙이요

by 권대우

미국의 힙합 음악들을 우리나라에서 문익점처럼

(몰래는 아니지만..) 한국에 들여오는

사람들 덕에 우리나라에도

힙합이 자리 잡기 가능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음악을 들은 사람들은

조금씩 자신만의 특성을 넣은 음악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한국힙합 1세대 탄생의 순간이었다.


지금은 후방으로 대부분 물러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그들이 남긴 것들은

분명하게 남아있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자란

후대 인물들이 한국 힙합이 개화하도록

주도한 인물들로 성장했다.

한국 힙합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세워

그 안에서 후대 많은 사람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 가능케 한 인물들이다.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 같은

한국힙합 건국 공신들의 음악은

아직도 여러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중이다.

이러한 공신들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한국힙합 초창기에 의미가 큰 앨범들을

오늘 소개해볼 생각이다.

다들 먼지 날리니 기침 조심하면서 읽길 바란다.


1. <180g Beats> by DJ 소울스케이프

"한국 최고의 인스트루멘탈 앨범"

DJ 소울스케이프의 첫 번째 정규 앨범 <180g Beats>

어느 곳에서 힙합이 성행하던지

프로듀서와 DJ는 큰 역할을 차지해 왔다.

한국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당대 힙합을 접하고 스스로 힙합 비트를

만들기 시작한 여러 프로듀서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러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 앨범은

DJ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를

단숨에 군계일학으로 만들었다.


모두에게 음악이 뭔지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첫 번째 트랙 '음악시간.'

그리고 그 이후로 등장하는 몸을 편안하게

만들며 고개는 끄덕거리게 하는 그루비한 비트들이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 준다.

'Candy Funk'같은 훌륭한 인스트루멘탈 트랙이

있지만, 같은 시대에 왕성히 활동한

래퍼들과 어우러지는 비트들은

그의 프로듀서이자 디제이로써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준다.

발매 25주년인 올해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한국 힙합의 고전 명작이자

한국 음악사 통틀어 중요한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추천곡: 전곡


2. <Modern Rhymes EP> by 버벌진트

"한글 라이밍 체계의 정립"

버벌진트의 데뷔 EP <Modern Rhymes EP>

힙합과 랩은 동의어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랩은 힙합뿐만 아닌

일반 가요에도 그냥 하나의 장치로만 사용됐다.

당시 랩은 빠르게 읊조리거나, 구절 마지막 단어만

운율을 맞추는 단순한 구조였다.

그런 랩을 듣던 우리에게 21살 서울대에 다니던

한 청년이 음반을 발매하며 한국 힙합은

하나의 큰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투박하고 깔끔하지 못한 믹싱에

노래 자체도 좋게 말하면 클래식한,

강하게 말하자면 다소 전형적인

일곱 트랙들이 모여있는 이 앨범의 진가는

버벌진트의 가사와 래핑에 있다.

단순하게 빠르게 읊조리는 것이 아닌,

구절 마지막 음절로만의 라임이 아닌,

자연스러운 문장 속에서 다음절 운율을

만들어내도록 쓴 가사와 뱉은 래핑은

가히 천재적이라 불렸고, 아마추어 힙합의

가능성을 보여준 상당히 혁신적인 EP였다.

어쩌면 천재성이 드러난 이 순간부터

<누명>의 발매는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추천곡: Overclass, 사랑해 누나 (Feat. 휘성), Radio, What U Write 4 (Feat. P-Type & The Illest I.L.L.S.)


3. <Garion> by 가리온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확립"

힙합은 태생적으로 상업과 거리가 멀었다.

큰 회사의 도움 없이 아티스트 스스로

공연장을 구해 스스로 작곡을 하고

공연을 여는 형식이 대다수였던 시절이다.

가리온(Garion)은 이러한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당시에 대표하는 아티스트였다.

베테랑의 위치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던

가리온이 그들의 첫 등장 6년 만에 선보인

첫 번째 앨범이 바로 <GARION>이다.


미국 본토에서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엔지니어에게 맡긴 마스터링은

JU의 비트를 로우파이(Lo-Fi)하지만 세련되게

MC 메타와 나찰의 상반된 스타일의 랩과

잘 어우러지도록 만들어졌다.

물론 JU의 비트 자체가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훌륭한 비트이기에 이 또한

가능했던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국어로 언더그라운드 정신을

가득 담은 가사들 또한 앨범의 완성도를 올려준다.

이러한 요소들 덕에 한국 힙합 최전방이라고

스스로를 말하던 가리온의 말에 믿음을 주고,

한국의 언더그라운드를 정립한

대중 음악사적으로도 의미가 큰 역사적 명반이다.


추천곡: 가리온, 마르지 않는 펜, 엉터리 학생, 옛 이야기, 회상, 시간의 여행자, 자장가


4. <The Bangerz> by 소울 컴퍼니

"한국 힙합 1세대의 올스타전"

소울 컴퍼니의 첫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The Bangerz>

마치 밴드를 결성하듯이, 힙합 또한

서로의 음악적 방향성이 맞는 사람들끼리

크루를 형성하여 음악 작업을 함께 하는 걸

흔하게 볼 수 있다. 앞서 소개한 가리온의

MC 메타가 운영하는 힙합 클래스가 있었는데,

그곳 수강생들을 중심으로 모여 만든 크루가

바로 소울 컴퍼니(Soul Company)다.

그리고 소울 컴퍼니의 역사적인 첫 발걸음이

바로 이 앨범이다.


소울 컴퍼니의 멤버들과 MC 메타가 참여한

<The Bangerz>는 당시 굉장히 독특했다.

소울 컴퍼니의 젊은 멤버들은

당시 언더그라운드에서 기피되던 소위

"감성 힙합"이었다. 하지만 이런 차별점이

소울 컴퍼니의 매력이 되었다.

더 콰이엇의 감각적인 프로듀싱과

MC 메타의 제자들 답게 뛰어난 운율을 갖춘,

시적인 국어 래핑은 언더그라운드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던 매력이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이 앨범 덕에 아직도

소울 컴퍼니는 그들만의 감성을 통해

2000년대 초로 우리를 데려다준다.


추천곡: Next Big Thingz, Syntaxerror (feat. 더 콰이엇), 떠나는 자, Keep It Underground, Excali-Mic, Illustration Part 2 : 소리의 철학, 천국에도 그림자는 진다, 아에이오우 어?!


5. <Undisputed> by 데드피

"본토와 대등한 수준의 붐뱁 명반"

원 히트 원더라는 말을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하나의 훌륭한 작품을 내고 사라진 사람들.

힙합에도 그런 뮤지션들이 있다.

하지만 데드피(Dead'P)는 원 히트 원더가

맞지만, 그의 유일한 앨범인 <Undisputed>는

1세대를 말할 때 필수인 앨범이다.


소울 컴퍼니와 대척점에 있던 하드코어 힙합

레이블인 빅딜 레코즈의 등장을 알리는

앨범이었던 <Undisputed>는 제목처럼

논란의 여지가 없는 힙합 앨범이다.

로우파이 하지만 묵직하고 세련된

랍티미스트(Loptimist), 프라이머리(Primary),

마일드 비츠(Mild Beats)의 비트 위에서

데드피를 비롯한 빅딜 레코즈 래퍼들이

강렬하게 고막을 때린다.

뉴욕 이스트코스트 힙합의 정취를 훌륭히

국어로 녹여낸 이 앨범은,

원 히트 원더로 끝난 그의 커리어가

너무나도 아쉬운 이유가 된다.


추천곡: Undisputed, 날개짓, Big Deal Anthem 2004. Black List, 길 위의 빛, Mephisto (Loptimist Remix)


6. <Taxi Driver> by 다이나믹 듀오

"셋 보다 나은 둘, 대중들의 품으로"

2004년 다이나믹 듀요(Dynamic Duo)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둘은 이전

CB Mass로 활동하던 커빈이 수익들 들고 튀었고,

위약금 4000만원이라는 빚이 생겼다..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회사는 그들의

빚을 모두 청산해 주어 활동이 가능했고,

그에 힘입어 탄생한 앨범이 <Taxi Driver>다.


다이나믹 듀오의 첫 앨범은 한국 힙합의

상업적 성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필자의 첫 힙합 트랙인 "Ring My Bell"은

어린 필자가 듣기에도 펑키하고 신나는,

중독적인 곡이었다. 실제로 차트 1등도 했고.

이 곡의 피처링인 나얼뿐만 아니라,

타이거 JK, 바비 킴, 다른 브라운 아이드 소울

멤버들 등이 소울 색채를 더해준다.

대중적이지만 힙합의 색채도 잃지 않았다.

타블로, TBNY, 더블케이 등의 피처링은

다양한 랩 스타일로 풍부함을 더해준다.

4000만원 빚을 진 두 청년이

대중들에게 우리나라 힙합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인식되도록 해준 소중하며, 훌륭한 앨범이다.


추천곡: 이력서, 두남자 (feat. Brown Eyed Soul), Pride (feat. The Name, Double K & Verbal Jint), Superstar (behind the scene) (feat. Tiger JK, Sean2Slow & DJ Tukutz), 불면증 (feat. Bobby Kim), Ring My Bell (feat. 나얼 of Brown Eyed Soul), 우리는 바보 (Shake Ya 엉덩 To Da 이)


7. <Heavy Bass> by 피타입

"국어 라임을 한계까지 실험한 연구"

국어로 하는 랩이 점차 다음절 라임을

갖춰가는 와중에 한 래퍼가 앨범을 낸다.

그는 랩은 음악 속 또 다른 드럼 소리라는

그만의 지론을 주장하며, 당대 국어로

할 수 있는 다음절 라임을 극한으로 끌어내

더욱 묵직한 소리를 유도해 냈다.

라임 폭격기라 불리는 피타입(P-Type)의

라임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Heavy Bass>가

그 앨범이었다.


그 누구보다 지적인 래퍼로 불리는 피타입은

어떤 교수와 국어로 다양한 라임이 가능한지에

대해 논쟁을 벌일 정도로 지독하게 국어 라임을

연구하는 수준으로 파고든 래퍼다.

앨범 제목처럼 묵직하고 둔탁한 비트 위에서

피타입은 자신의 라임 연구에 대한 결과물을

자신감 있게 늘어놓는다.

수많은 다음절 라임은 상당한 청각적 쾌감을 준다.

그리고 단순히 라임만 맞춘 것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오마주 될 정도로 <Heavy Bass>는

명가사들의 향연이다.

국어의 한계를 깨는 듯한 이 앨범은 여전히

청각적, 지적 즐거움을 20년 넘게 주고 있다.


추천: 전곡


오늘날에 힙합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점차 세부 장르가 늘어가며 그만큼 소리의 종류도

굉장히 다양해졌다.

하지만 이 다양성의 시대가 오기 전,

힙합이 완전하게 언더그라운드인 시절, 음악이

훨씬 더 적은 사람들과 훨씬 더 작은 곳에서

재생되던 나날들이 있았다.

그런 나날 속에서 이 1세대들은

외국 문화를 한국적으로 만들기 위한

수많은 노력들을 해왔다. 오늘 소개한 음반들이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 중 훌륭한 것들이다


원래대로 5개의 앨범을 다루려고 했지만,

2004년의 한국 힙합 앨범 중

그 어떤 것도 뺄 수 없었다. 명반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보니 더 오랫동안 글을 쓰고

더 많은 음악을 들어야 했다.

그리고 기말까지 겹치는 상황이라 오래 걸렸다.

곧 풀려난다. 그때만 바라보는 중이다.

그때가 되면 더 빠르게 글을 완성할 수 있겠지..


음원에서 비닐 레코드의 향이 나는 듯한

이 앨범들은 추운 요즘 날씨에서

어딘가 모르게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다.

이번에 글을 쓰며 1세대의 음악들을 다시 들었다.

처음 그 노래들을 들었던 순간이 조금씩 생각나며

나도 모르게 추억 여행을 한 것 같다.

길고 삶이 좀 힘든 시점이지만, 노래들 덕분에

그 힘듦에서 살짝은 벗어난 듯했다.

여러분들도 이 음악들로 과거를 향한 시간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다음에도 다양한 음악들로 찾아오겠다. - 권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