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겨울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빙판길에도 C워크는 못 참지

by 권대우

춥다. 상당히.

요즘은 좀 진정됐지만.

집 침대에 전기장판을 깔고

보일러도 간간히 트는 현재다.

몇 년 전보다 현저히 추위에 약해진

나 자신을 뼈 시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안 그래도 요즘 바쁘다.

곧 있으면 졸업하다 보니 바쁜 와중에

찬 바람을 맞으며 바깥을 다니면

어딘가 막막하고 괜스레

코가 시큰거린다. 절대 날씨 때문일 것이다.


바깥을 다녀도 귀마개 겸 해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다닌다.

겨울도 힙합이랑 상당히 잘 어울린다.

겨울에 차가워진 거리를 걸으면

힙합이 어딘가 모르게 또렸히 들린다.

아님 말고.


계절이 올 때마다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아

그에 맞는 앨범을 소개하는 두 번째 시간이다.

글을 쓰면서 맞이하는 두 번째 계절, 겨울.

이에 어울리는 단어들에 해당하는 앨범들을

오늘 소개해보겠다.


1. <이방인> by 이센스

"차가운 세상은 냉정하게"

이센스의 두 번째 정규 앨범 <이방인>

차가운 세상이라는 것을 말할 때,

단순히 기온만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바라보는 사람이 냉담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저 차가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가사는 물론 비트마저 차가운 심상을

불러일으키는 앨범인

이센스(E-SENS)의 <이방인>이다.


출소한 이센스는 자신이 세상에 다시

초대받은 손님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만난 세상은 앨범 첫 트랙처럼

차갑고 냉랭하게 그를 대하고 바라봤다.

세상을 겪고 감옥에서 준비한 가사들을

뒤엎고 다시 쓴 가사로 만든 앨범이다.

단조의 비트들 위에서 이센스는

울분을 토해내듯이 랩을 한다.

앨범 내내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그의 랩은

전작에서 보다 더 현란하고, 능숙하다.

가히 신들렸다고 볼 수 있는 그의 랩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훌륭하다.

같은 해에 발매된 <킁>에 비견될 앨범이다.


추천곡: COLD WORLD, 알아야겠어, 그XX아들같이, Button, Radar (Feat. 김심야), MTLA (Feat. 마스타우)


2. <Korean Dream> by 비프리

"온기를 잃지 말자"

비프리의 세 번째 정규 앨범 <Korean Dream>

하와이에서 오래 살던 한 한국 청년이

돌아와 그곳에서 성공을 꿈꾼다.

희망을 품고, 원효대교를 굳건히 걸어가는

그 시절의 비프리(B-FREE)가 담긴 앨범.

희망을 간직만 하지 않고 한국에 꿈을 가진

모두에게 전하는 비프리만의 희망찬가.

바로 <Korean Dream>이다.


재지하고 묵직한 비트들 위에서

비프리 특유의 툭툭 내뱉는 플로우는

또 다른 드럼처럼 에너지를 담고 있다.

그러한 에너지는 희망찬 가사를 만나

마음속 뜨거운 열정을 불어넣어 준다.

마치 추운 겨울 속, 지난여름의 온기를

모두에게 나누는 듯한 따뜻한 앨범이다.

서울을 사랑하고, 희망을 노래하던,

어쩌면 다시 못 볼 이 시절의 비프리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 앨범을

다시 찾는 이유일 것이다.


추천곡: Intro, Hot Summer, 불타 (Feat. Cokejazz), 느껴 (Feat. Kid Ash), It Ain't Easy (Feat. Jinbo), Cream, Song for My Mama


3. <Boyhood> by 창모

"어른이 된 소년의 겨울"

창모의 첫 정규 앨범 <Boyhood>

어린 소년의 성장은 항상 신비롭게 다가온다.

떡잎 같던 그 소년은 봄 여름 가을을 거쳐

겨울이라는 험한 시련을 이겨낼 정도로 성장한다.

그러한 성장기를 보는 듯한 이 앨범은

겨울에 다다른 한 성인이 지난날들을

밤하늘 아래에서 돌아보는 듯한 감상을 남긴다.

창모(CHANGMO)라는 아티스트가

드디어 완전한 스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앨범, <Boyhood>다.


상업적인 성과를 노리지 않았지만, 역주행으로

역대 한국 힙합 트랙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차트성적이 좋았던 "METEOR"만으로 기억되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앨범이다.

어렸을 적의 기억들과 그로 인한 현재를 보여주는

여러 트랙들은 인간 구창모를 그대로 드러낸다.

고향에 대한 애착, 어머니에 대한 사랑,

음악가를 꿈꾸던 어린 시절 등 성장기가 돋보인다.

그리고 칸예 팬 답게 그가 26살에 발매한

그의 첫 앨범은 적재적소에 사용된 샘플링도

훌륭한 비트로 재탄생하였다.

훌륭한 스타가 된 소년의 첫 정규 앨범으론

손색없이 훌륭한 앨범이다.


추천곡: 빌었어, METEOR, 2 minutes of hell (feat. Paul Blanco), 세레나데, 031576 (feat. KIRIN), Hotel Walkerhill (feat. Hash Swan), S T A R T



4. <some hearts are for two> by 김아일

"따뜻한 로봇이 전해준 듯한 온기"

춥디 추운 연말이다 보니까 우리는

온기를 본능적으로 찾게 된다.

따뜻함을 잃어가는 계절 속에서 우리는

물리적으로도, 심적으로 따뜻함을 찾는다.

그러한 따뜻함을 가장 차가운 질감으로

받을 수 있는 앨범이 바로 김아일(Qim Isle)의

<some hearts are for two>이다.


이 앨범이 갖춘 특이함은 음악적으로

곡에서 느껴지는 요소들은 차갑지만

이들의 조합은 그 어떤 앨범보디 따뜻한

감상을 남겨준다. 정말로 희한하다.

김아일의 높고 날카로운 톤이

실험적인 비트와 프로덕션과 만나

차가운 겉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

멜로디와 김아일의 톤이 간간히 바뀌는

것을 통해 안에서 따뜻해지는 감상도 전달한다.

보통 필자는 잠들 때 이 앨범을 많이 듣는데,

매번 이불 안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음악이다.


추천곡: Holy, Breaking Down, PT.2, SARANG-EULO, nova (feat. Jclef)


그리고 이미 소개한 적이 있는 앨범이지만

겨울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앨범인

공공구(GongGongGoo009)의 <ㅠㅠ>도

겨울과 정말로 잘 어울리는 앨범이다.

<ㅠㅠ>에 대한 소개는 이전 글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 글은 정말 오래 걸렸다.

학교와 취업 준비 문제, 그리고

이사까지 계획 중인지라 지금도

머리가 약간 복잡한 상황이다.

그래도 앞으로도 더 꾸준히 글을 써보겠다.


새해가 찾아오고 나니 저번 연도의

힙합 앨범들을 돌아보는 연말 결산 성격의

글을 써보는 생각이 좋을 거 같다.

아니면 곧 치러질 KHA(한국힙합어워즈)의

후보들이 공개되면 수상자 예측해 보는

글 또한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실력에 비해 유명하지 못한

평가절하의 실력자들을 조명해 보는 글도

재밌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에도 다양한 추천 앨범 큐레이션으로 돌아오겠다.

- 권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