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둘째를 출산했다

by 쮸리

둘째라서 그런 건지, 막달이 다가오니 배도 첫째보다 더 많이 나온 것 같고, 몸이 천근만근 더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내 몸속에 예쁜 아기가 자라고 있는 느낌은 신비롭고 좋았지만, 이제는 바깥세상에서 아기를 얼른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37주 차 막달 검사.

37주 차가 되자 막달검사를 위해 다니던 대학병원에 방문했다. 담당 교수님은 나에게 분만 방법을 생각해 보았냐고 물으시면서 경산모는 첫째 케어 때문에 보통 유도분만을 많이 택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자연 진통을 기다릴 건지 물어보셨다. 원래 나는 자연진통을 기다리려고 했는데,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유도분만을 하기로 결정했다.

1. 갑자기 양수가 터지거나 진통이 시작되면 경산모 특성상 빠른 진행이 될 수 있으므로 얼른 첫째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상황상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2. 1번의 이유로 첫째와 급작스럽게 며칠 동안 떨어지게 되면 첫째가 심리적으로 힘들 수도 있다는 점.

3. 37주 차에 아기가 이미 3kg 정도 되었고 머리직경도 주수보다 일주일정도 더 큰 편인 점.

4. 내 속골반이 넓은 편은 아니라서 출산이 더 늦어질 경우 난산이 될 수도 있다는 점.

5. 만약 주말이나 공휴일에 진통이 오면 마취과 의사 부재로 무통주사를 못 맞게 될 수 있다는 점.

이러한 이유로 남편과 상의 끝에 교수님과 38주 차에 유도분만 날짜를 잡게 되었다.


출산 당일.

6:00 - 이른 아침부터 입원이라 6시쯤 첫째를 살포시 깨어 동생을 낳고 오겠다고 간단히 인사를 했다. 눈을 비비며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나를 보더니 두 팔을 벌려 내 목을 감싸 안고 다시 자려고 했다. 막달 임산부는 호르몬의 노예이기에 이런 작은 행동조차 눈물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눈물을 멈추기 위해 진통의 고통을 곱씹으며 마음을 다잡고 병원에 갈 택시를 잡았다. 내가 먼저 출발해서 입원 수속을 하고, 남편은 오전에 첫째를 맡기고 바로 합류하기로 했다.

7:00 - 간단한 입원 수속을 하고 병실에 도착해서 환복하고 나니 항생제 테스트, 수액주사 꼽기, 소변검사 등이 진행되었다. 긴 수술바늘을 팔에 꼽는데 생각보다 매우 아파서 놀랐다. 간호사 선생님이 제대혈을 기증하겠냐고 여쭤보셔서 기증하겠다고 했다. 둘째가 태어나자마자 좋은 일을 하게 된 것 같아 왠지 뿌듯했다. 몇 가지 서류에 사인하고 피를 더 뽑아 가셨다. 기증 선물로 예쁜 속싸개를 받았다.

8:00 - 전공의 선생님이 오셔서 첫 내진을 하셨다. 2cm 정도 넉넉히 열렸다고 하시고는 오늘 낳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9:00 - 교수님께서 오셔서 "오늘 낳아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가족 단톡방에 "오늘 낳을 수 있을 듯!"이라고 간단한 보고를 했다.

10:00 - 마취과 선생님께서 척추에 무통주사를 놓아주셨다. 움직이지 말라고 하셨지만, 새우등 자세에서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나도 모르게 허리를 움찔했다. 다시 허리를 내밀라고 하셔서 주욱 내밀었다. 한 세 번 아팠던 것 같다. 불편하고 아프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무통주사!

10:30 - 전공의 선생님께서 내진을 해보시더니 자궁경부 숙화(부드럽게 만들기)를 위한 질정을 넣겠다고 했다. 이제부터 내진은 출산까지 계속될 것이다. 내진 자체는 사실 정말 불편하지만, 나를 도와주시는 의료진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면 불편한 마음도 금세 사라졌다.

11:30 - 진통이 점점 세게 느껴져서 간호사 선생님을 호출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는 이제 무통 약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어서 전공의 선생님께서 내진을 해보시더니 3cm 정도 열렸다고 하셨다. 무통주사 약발이 듣는지 30분 후에 다시 와서 볼 예정이라고 하셨다. 진통은 대략 1분 30초 간격으로 있었고, 태동검사 기계에서 보이는 통증수치는 40 정도까지 올라갔다.

11:40 - 자궁경부를 숙화해주는 엉덩이 주사를 맞았다.

11:50 - 통증수치가 50 정도까지 올라갔다.

12:30 - 전공의 선생님께서 내진해 보시더니 3cm 정도라고 하셨고, 나에게 힘을 줘보라고 하시더니 양수를 터트리셨다. 그리고 질정을 추가로 넣으셨다.

12:45 - 통증수치가 64까지 올라갔다. 무통주사 효과가 조금 있는지 통증이 덜 느껴지기 시작했다.

13:00 - 또다시 내진 결과 4cm가 열렸다고 하셨다. 이때부터 무통주사도 먹히지 않는 거센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전공의 선생님께서는 경산모는 진행이 빠를 수 있으니 진통이 세지면 바로 알려달라고 하셨다.

13:30 - 내진 결과 거의 7cm가 열렸다고 하셨다. 경산모라서 그런지 정말 진행이 빨랐다. 내가 있는 병실에는 당일날 산모 네 분이 입원했는데, 내가 아프다고 너무 큰 소리를 내면 괜한 공포감을 드릴까 봐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13:45 - 내진 결과 거의 9cm가 열렸다고 하셨다. 아니 이렇게 빨리 열린다고? 진통을 오래 겪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진통은 진통이었다. 몸이 고통 속에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어서 간호사 선생님께서 다리를 잡아주셨다. 아기는 아직 위쪽에 있다고 해서, 전공의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의 카운트 속에 힘주기 연습을 하며 아기를 내려오게 했다. 내가 힘주는 방향이 맞냐고 전공의 선생님께 여쭈어 봤는데, 잘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안심이 되었다. 팁이라면 엄청난 큰 대변을 본다고 생각하고 뒤쪽으로 힘을 줘야 되는 것이다.

14:00 -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데 갑자기 분만실로 이동한다는 말과 함께 나의 침대는 아주 빠르게 옮겨졌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나의 담당 교수님께서는 당시에 수술 중이셔서 다른 교수님께서 오셔서 아기를 받아주셨다. 교수님과 간호사선생님의 열까지 카운트 속에 나는 있는 힘을 다해서 힘을 주었고 몇 번의 힘주기 만에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를 꺼내어 내 배 위에 올려주셨는데 정말 "너무 귀엽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첫째와 매우 닮은 것도 신기했고, 둘째는 그저 사랑이라더니 정말 귀여움 덩어리였다. 이어지는 우렁찬 울음소리가 반가웠고, 남편이 아기 탯줄을 자르고 사진을 찍는 동안 나는 후처치를 받았다.


첫째는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설레고 특별하고 조심스럽게 느껴졌다면, 둘째는 아무래도 경력직이라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첫째를 너무 사랑해서 둘째를 똑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 잠깐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둘째도 너무너무 이쁘다.


우리 가족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평생 사랑할게.


무사히 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의료진들에게 온마음 다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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