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다닌 은행에 사표를 내고 난 자유의 몸이 되었다.
사실 7년 동안 쌓아온 직장경력을 포기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했다.
고등학교로 돌아가본다. 그때는 좋은 대학만 가면 인생이 꽃길이 되는 줄 알았다. 정말 찰떡같이 믿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나는 고등학교 생활을 매우 열심히 했다. 좋은 대학에 가서 멋지게 졸업하고 큰 기업에 들어가 일을 하며 세상에 좋은 변화를 주고 살아가면 되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순진했던 것 같다.
그래도 괜찮은 대학 졸업장이라면 순조롭게 취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망연자실이었다. 취직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저기 지원하고 떨어지다가 어느 날 외국계 은행 면접을 보게 되었다. 사실 금융 분야에는 특별한 관심도, 지식도 없었지만 일단 회사생활을 빨리 시작해서 돈을 벌고 싶었기에 입사하기로 결심했다. 정 안 맞으면 일하면서 이직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업무에도 슬슬 적응하고 나니 떠나기가 아쉬워졌다.
금융 분야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었지만 내게 주어진 업무라고 생각하니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임하게 되었다. 업무도 빠르게 익히려고 노력했고 성실함이 강점이었던 나는 회사생활에 빠르게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30대 초반까지 일하면서 평생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동료들도 만났고, 돈을 벌면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해 보았다. 여행도 가고, 부모님 선물도 사 드리고, 좋은 옷도 사고, 명품도 사보고... 그 사이 만나고 있던 사람과 결혼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회사를 다닌 지 6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나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회사생활을 격려해 주는 선배들과 상사들을 만난 덕분에 승진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팀장 승진을 목표로 몇 년 동안 발전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는 팀원으로 일했을 때부터 팀장님들을 보며 느낀 바가 있었다. 내가 진정으로 관심이 없는 분야에서 팀장직을 맡게 된다면, 회사생활이 너무 힘들어질 것 같았다. 팀원으로 평가받는 기준과 팀장으로 평가받는 기준은 다르기에, 나의 은행 커리어를 계속 이어가기에는 무리일 것이라고 계속 생각해 왔었다. 또 승진을 하기 위해 맞지 않은 옷을 더 억지로 끼워 입고 가다 보면 내 인생이 허무해질 것 같았다. 물론 나에게 소중한 월급을 주는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었지만,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가 아니었고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기엔 부족한 부분이 컸다. 이러한 부족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내가 진정으로 관심이 있고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면서 커리어를 쌓고 싶은 욕구도 덩달아 커져갔다.
그렇다면 내가 진정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고민해 보니,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언어와 교육에 관심이 있었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언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즐기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내 학원을 가지고 싶다는 꿈이 막연하게 있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나, 자려고 누웠을 때 "책을 통해 언어를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더 재밌는 방법으로 언어를 배우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면서 자유롭게 상상해 본 기억이 난다. 나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영어를 접하고 최대한 흥미롭게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갑자기 퇴사하자마자 영어를 가르치기에는 너무 갑작스러웠기에, 먼저 영어교육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어교육 전공을 하고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내 교육 커리어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교육대학원 진학을 위해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퇴사하기 전, 나는 가고 싶은 교육대학원에 지원을 했고 정말 감사하게도 합격 통지서를 받게 되었다.
합격 통지를 받고 나니 퇴사 결정을 앞두고 잠시 흔들린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쌓아온 직장경력을 포기하면 당장 꼬박꼬박 받는 월급도 사라질 테고, 새로운 분야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잘 될 거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용기를 내기로 했다.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 할머니가 되고 나면, "그때 그냥 해볼걸..."이라는 아쉬운 마음이 남을 것 같은 생각에,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7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곧 교육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