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포그니 왕국의 일상

by 연두

어느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아침을 알리는 따스한 햇살이 굳게 닫혀 있는 창문을 통과해 내 눈을 비췄고, 깊이 잠들었던 나의 단잠을 깨웠다.


내 이름은 코코. 포그니 왕국에 사는 강아지 인형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신의 따스한 마음 조각과 생명 솜을 넣어 만들어진 특별한 인형들이 사는 곳이다. 이곳의 인형들은 모두 푹신하고 부드러운 봉제 인형들이기 때문에 푹신하다고 해서 이름이 포그니 왕국이다.


눈을 비비적 거리며 비몽 사몽 잠이 깨자, 엄마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나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코코! 왜 이제 일어났어?? 지금 동생들 울고 난리 났는데! 엄마 지금 나가봐야 하니까, 집 잘 지키고,

동생들 잘 돌보고, 알겠지?"


"잠깐만! 엄마, 오늘 일 쉰다고 했잖아! 나 오늘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놀기로 했는데......"


"아 엄마가 어제 말 안 했니? 오늘 갑자기 급한 일정이

생겨서 나가게 되었다고 말했던 거 같은데?


"그런 말 한 적 없거든??"


"코코, 엄마가 미안해. 다음에는 꼭 시간 내서 우리 코코 자유시간 만들어줄게. 그때 우리 코코하고 싶은 거 다 해! 알겠지? 그럼 엄마 갔다 올게!

집 잘 지키고, 동생들 잘 돌보고!"


"엄마 진짜 미워....!!"


나에겐 2살 어린 쌍둥이 동생들이 있는데, 엄마와 아빠는 일 하느라 바빠서 내가 주로 동생들을 돌본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시간을 거의 가지지 못한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긴커녕 하루 종일 울고 불고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졸라대는 동생들 때문에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다.


오늘은 엄마가 쉰다고 해서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밖에서 놀기로 했는데.....


할 수 없지.. 친구들에겐 미안하지만 오늘도 못 논다고 말해야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 와중에 동생들이

세상 서러운 표정으로 내 방으로 들어오더니

나를 꼭 끌어안으며 울기 시작했다.


"으아아앙!! 언니!!! 엄마 보고 싶어ㅠㅠ"


"어휴.. 또 시작이네..."


나는 동생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며 동생들의 등을 토닥토닥해준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 금방 돌아오실 거야. 그만 뚝하고 오늘도 언니랑 재미있게 놀자?"


"응! 알겠어, 언니!"


나는 아침에 엄마와의 일 때문에 꿀꿀했던 기분을 달래러 동생들과 놀아주기도 할 겸,

집 근처 놀이터에서 놀다 오기로 했다.


동생들과 놀이터에서 그네도 타고, 시소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나니

꿀꿀했던 기분도 한츰 나아졌다.


그렇게 동생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동생들 손을 각각 한쪽씩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 앞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우연히 곧 인간계로 수련을 떠나게 되는 언니, 오빠들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어머, 얘 왜 이렇게 꾸몄어~? 미래의 주인님에게 잘 보이려고?"


"그럼! 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주인님이 돼주실 분인데."


"우리는 인간계에서 어떤 주인을 만나게 될까? 긴장되면서 떨려."


"그러게, 인간계에서 어떤 주인은 애착인형이 돼서 가족처럼 따듯하게 대해주지만, 어떤 주인은 방치하거나 여기저기 집어던지고 때리는 주인도 있다고 해서, 한편으론 설레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해."


"우리는 그저 좋은 주인을 만나기를 신께 기도 하는 것뿐이야. 그래도 괜찮아, 그래도 우리 모두 다 좋은 주인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우리 수련 무사히 잘 갔다 오자!"


"그래, 좋아. 우리 나중에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우리 포그니 왕국에 사는 인형들은 신께 받은 사명으로 때가 되면 인간에게 사는 이유와 행복, 앞으로의 길을 나아갈 용기를 주기 위해 인간계로 수련을 떠나야 한다. 그곳에서 만난 인간들과 한 집에 살며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겨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고민이 있으면 함께 생각해 주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종의 "비밀친구"라고나 할까.


나는 수련 이야기를 하는 언니, 오빠들이 참 부럽다.

왜냐하면 나도 빨리 수련을 떠나고 싶기 때문이다.

집에서 동생들 돌보는 것도 좋지만 살면서 해보고 싶은 일들도 많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무엇보다 인간계에서 나만 바라봐주는 주인을 만나 사랑을 듬뿍 받고 싶다.


동생들이 있지만, 나는 외로웠다. 왜냐하면 동생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님은 동생들만 챙기기 때문이다.


아, 나도 빨리 인간계로 수련하러 갔으면 좋겠다.



늦은 저녁, 방에서 동생들을 재우고 나니 엄마,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엄마, 아빠를 보자마자 바로 달려가 바로 수련 얘기를 시작했다.


"엄마, 아빠 있잖아, 인간계로 수련하러 가고 싶어."


엄마가 말했다.

"또 수련 얘기야? 때가 되면 가게 될 거잖아. 벌써부터 어딜 간다고 그래!"


"아니, 때가 되면이 언젠데. 나는 지금 가고 싶단 말이야! 나도 보내줘 인간계로!!"


아빠가 말했다.

"코코, 당장 인간계에 가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우리가 보내주고 싶다고 보내주는 게 아니라

때가 되면 신께서 먼저 수련하러 가라고 신호를 주셔야 가는 거야.

그리고 수련하러 가려면 코코는 아직 더 커야 해."


"나도 이제 다 컸어!! 내 몸도 내가 잘 챙기고. 그동안 엄마 아빠 도 잘 들었고. 무엇보다

나도 언니, 오빠들처럼 인간계에서 수련하면서 이곳에서 보지 못했던 더 다양한 것들을 보고 싶고. 무엇보다 나만 사랑해 주는 주인을 만나고 싶어!"


내 말을 듣고 어이가 없다는 듯, 엄마는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다 크긴 무슨.

애가 무슨 바람이 들어서 자꾸 수련을 가고 싶다고 하는 거야? 아빠 말씀처럼 넌 아직 어려. 수련을 가고 싶다고 바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네가 없으면 당장 누가 동생들을 돌보니?"


"엄마는 무슨 내가 동생 돌보는 기계인 줄 알아?!

나 그동안 엄마 아빠 바쁜 거 잘 아니까 동생들 잘 돌보고 있었어. 친구들이랑 놀지도 못하고.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 필요하다고!"


아빠가 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코코, 진정해. 엄마, 아빠가 우리 코코 수련하러 가고 싶은 마음 충분히 알겠는데, 아직 어리고 갈 수 없는데 자꾸 간다고 하니까 엄마가 걱정되고 답답한 마음에 화내는 거야. 동생 돌보는 기계라고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고. 아무리 화난다고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오늘은 늦었으니까 다음에 얘기하고 너도 얼른 방에 들어가서 자렴."


"......... 알았어."


바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엄마가 매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코코 너, 한 번만 더 수련 이야기 꺼내면 정말 혼난다!"


나는 내 마음은 이해해주지도 않고 안된다고만 말하는 엄마, 아빠가 정말 미웠다. 특히 엄마는 더더욱.


나는 방으로 들어가서 오늘 아침부터 계속 속상했던 마음을 눈물로 펑펑 쏟아내기 시작했다.

"흑흑..... 엄마, 아빠 내 맘도 몰라주고 정말 너무해... 어디 두고 봐. 신의 신호고 뭐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꼭 인간계로 가고 말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