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생이 되다
<지난 이야기>
그 후로 며칠 뒤, 포그니 왕국의 특별한 아침이 찾아왔다.
특별한 아침인 이유는 오늘이 드디어 수련을 가는 언니, 오빠들이 인간계로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인간계로 수련을 가는 당일, 수련생들은 왕국으로 모여
수련 출정식*을 마치고 난 뒤에 왕에게 평화로운 인간계 생활과 무탈 없이 수련을 마치길 기원함이 담긴 신의 축복을 받고 왕국 궁정 마법사가 열어주는 포털을 통해 인간계로 가게 된다.
아빠는 포그니 왕국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어서, 수련 출정식에 참여한다. 엄마는 오늘 쉬는 날이라 동생들을 돌보고, 나는 아빠를 따라 왕국에 가기로 했다.
나갈 준비를 마친 아빠가 거실에 나와 나를 불렀다.
"코코, 나갈 준비 다 했니? 어서 가자!"
"응, 거의 다했어. 바로 나갈게!"
*
수련 출정식- 해마다 수련을 가는 인형들이 왕국에 모여 다 같이 인간계로 가는 날에 왕에게 신의 대리 축복을 받고 떠나는 포그니 왕국의 공식적인 행사.
집에서 나온 우리는 골목을 조금 걸으면 나오는 넓게 펼쳐진 무지개 구름다리를 열심히 건너 포그니 왕국에 도착했다.
포그니 왕국은 이름 그대로 정말 푹신하고 보드라운 곳이다. 왕국 주위에 펼쳐진 정원은 이불 모양 구름과 트램펄린으로 되어있고, 왕국 성벽은 바디필로우로 되어있으며, 성 자체는 인형을 만들 때 사용하는 천, 솜, 이불 등으로 만들어졌다. 성 지붕 꼭대기에는 포그니 왕국을 축복하는 신의 축복이 응축된 별 조각이 달려있다.
이 별 조각이 왕국 전체로 퍼져나가 모든 국민들이 아름답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지켜 준다.
나는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왕국을 지키고 있는 기사들에게 인사를 한 뒤 성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아빠가 왕국 보좌관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동생들과 같이 아빠를 따라 왕국에 종종 왔다 갔다 하면서 어린 왕자들과 다 같이 놀곤 했다.
그래서 나는 대왕 폐하랑도, 왕자님들이랑도, 성을 지키는 왕국 기사들이랑도 모두 친하다.
안으로 들어가자, 아빠는 출정식 준비 때문에 먼저 가봐야 한다며, 나는 천천히 구경하면서 출정식을 보고 가라고 하셨다.
이곳은 원래 왕국 관계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지만, 오늘 같이 왕국의 큰 전통 행사가 열리는 날에는 외부 인형들도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출정식 시작 전인데도 출정식에 온 인형들로 북적북적하다.
왕국 출정식을 준비하는 왕국 주변은 정말 분주했다.
외부 인형들이 많아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왕국을 돌아다니며 순찰하는 왕국 기사들과 출정식 무대를 세팅하고 있는 왕국 신하들, 그리고 인간계로 넘어가는 포털을 점검 중인 왕국 마법사들, 마지막으로 수련 출정식 현장을 돌아다니며 문제가 있는지 체크하고 있는 아빠도 보였다.
아빠는 중간에 멀찍이 구경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시간이 지나 오늘 인간계로 수련을 떠나는 언니, 오빠들이 왕국 성문 앞에 있는 출정식 무대 앞에
모두 모였고, 아빠가 무대로 올라오면서 출정식이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포그니 왕국 인간계 수련 출정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와아아아!!!!!!"
"여러분들은 이제부터 수련생이 되어 인간계에서 주인을 만나 그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수련 기간은 여러분이 수련 목표치를 달성할 때까지입니다. 즉, 인간 주인에게 삶의 행복을 찾아줄 때까지입니다. 목적을 달성했을 때 몸이 갑자기 낡아지기 시작하며, 쓰레기통에서 인간 주인과 헤어지는 순간 수련은 끝이 나게 됩니다."
"하지만 낡아진 몸은 포그니 왕국으로 돌아오는 순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니 걱정하지 마세요!
또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는데, 인간계에서는 인형은 물건이기 때문에 인간 앞에서 움직이면 큰 사단이 벌어질 수 있으니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인형은 인간 주인에게만 말할 수 있습니다!
인간계 수련은 여러분의 인형생에서 큰 획을 그을 중요한 일이니 만큼, 행복하고 안전한 인간계 생활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대왕 폐하께서 내려주시는 신의 대리 축복을 받은 후, 가족들과 인사한 뒤, 인간계로 가는 포털을 통해 인간계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대에게 신께서 내려주신 축복을 전하노니,
이 축복을 마음 깊이 새겨 인간계에서도 잊지 말라.
나, 포그니 왕국의 대왕 로코의 이름으로 명하노라.
앞으로 만나게 될 인간 주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그에게 삶의 행복을 전하고 돌아오라.
신께서는 언제나 우리 인형들을 사랑하고 지켜보신다.
그대의 여정에 신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왠지... 마음이 든든하고 따뜻해지는 느낌이야..."
폐하께서 신의 대리로 내려주시는 축복이 조그만 별빛이 되어 수련생 언니, 오빠들을 감싼 후,
그들의 마음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 아빠! 나 다녀올게!"
"그래, 우리 아가 조심히 잘 다녀오너라!"
"주인이랑 싸우지 말고!"
"당근이지!"
"좋은 주인 만나길 기도할게!"
대왕 폐하의 축복을 받은 후, 그들은 가족들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남기고 인간계로 떠났다.
하나둘씩 떠나는 그들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나도 가고 싶다... 인간계......"
"나도 언니, 오빠들처럼 인간계로 수련하러 가고 싶어... 인간들을 만나고 싶어...
거기서 여기엔 없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좋은 주인을 만나 사랑받으며 지내고 싶어."
"무엇보다 나는, 그들의 삶의 행복을 언니, 오빠들보다 더 잘 찾아줄 자신이 있다고!"
그 순간, 성 지붕 꼭대기에 달려있던 신의 축복을 응축한 별 조각이 크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마치 우리를 반가워하는 듯 포그니 왕국 전체를 한번 감싸 안아준 뒤, 나에게로 향했다.
"어? 이게 뭐지? 눈부셔...... 으아!!!"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커다란 빛에 감싸 안아졌다. 신비로운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코코, 일어났느냐?"
"누... 누구세요?"
"나는 포그니 왕국을 만든 신이니라."
"그대는 인간계에 가고 싶은 간절함이 가득한가?"
"네! 인간계로 정말 가고 싶습니다!"
신께서는 잠시 침묵하시더니,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무거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럼 그대는 왜 인형들이 인간계로 수련을 하러 가야 하는지는 아는가?"
"네, 저희들은 신께서 따스한 마음 조각과 생명 솜으로 만들어진 존재. 신께서는 인간들을 사랑하시기에 신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우리들이 인간계로 내려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삶의 행복을 찾아주는 신의 사명을 지키러 가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이유를 잘 아는 군.
좋다. 그럼 인간계로 보내주지. 대신 조건이 하나 있네."
"네? 뭔데요?"
"나는 그동안 그대가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가지지 못하고 매일매일 동생들을 돌봐주는 것을 봐왔네.
많이 안타까웠지만, 그대가 알았으면 하는 게 세 가지가 있네. 나는 그것을 인간계에서 인간 주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깨닫았으면 하네. 그게 내 조건일세."
"음..... 제가 모르는 거요? 그게 뭔데요?"
"그건 그대가 직접 알아내야 하는 거네. 힌트를 하나 주자면, 그것은 앞으로 살아갈 인간의 인생과 그대의 인형생에 있어서 꼭 필요한 요소일세.
그래서 말인데, 그대가 원한다면 지금 바로 인간계로 보내주려고 하는데, 가족들에게 인사 안 해도 괜찮은가?"
나는 수련을 가는 언니, 오빠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고 나서 줄곧 생각해왔다. 인간계에 가고 싶다고.
시간이 지날 수록 그 마음은 점점 커졌고, 지금 신께서 나에게 주시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걱정처럼 나쁜 주인을 만날까 걱정도 되지만, 무슨 일이든 뭐든지 해봐야 아는 거라는 어른들의 말처럼, 일단은 해보기로 했다. 깨닫을 점 세 가지? 호기심이 많고 무엇이든지 한 번 꽂이면 끝까지 파는
나 코코에겐 식은 죽 먹기 였다. 인간계? 나도 잘 해낼 자신 있다고! 나는 신의 질문에 당당히 대답했다.
"네, 가겠습니다! 작별 인사는 동생들이랑 아빠랑
못 하는 건 조금 아쉽지만, 엄마는 저 없어도 동생 못 돌보는 거만 생각하시지 다른 건 신경 안 쓰실 거니까..... 상관없어요. "
"....... 알겠다. 지금 인간계로 보내주마."
" 내가 그대 대신 가족들에게 인사를 전해주지."
신께서는 인간계로 가는 포털을 열어주셨고,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저 다녀올게요!"
이렇게, 나 코코도 신 덕분에 극적으로 인간계로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