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주인님을 만나다
<지난 이야기>
"아이구 머리야... 여긴 대체 어디야...?"
나는 신께서 열어주시는 포털을 타고 인간계에 도착했다.
포그니왕국과 인간계는 다른 차원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차원 이동을 하는 거라서 포털을 타고 가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수많은 차원을 지나온 탓에 머리가 매우 어지러웠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시장 앞에 있는 한 이불가게 앞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인간계에서 인형은 물건이라 움직이면 귀신이라는 둥, 저주받은 인형이라는 둥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때, 가게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나와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어라? 얘가 왜 여기 나와 있지..?"
주인아주머니는 떨어져 있는 나를 들어서 묻어있는 먼지를 탈탈 털어준 뒤 가게 매대 위로 올려놓았다.
이불가게라서 이불만 파는 줄 알았는데, 배게랑 쿠션도 있고, 심지어 나 같은 봉제인형들도 잔뜩 있었다.
나는 봉제인형들이 모여져 있는 곳에 있었는데, 바닥이 매우 차가웠지만 깔려 있는 이불 덕분에
견딜만했다.
나는 가게 앞을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과연 어떤 주인을 만나게 될까?"
"부디 나만 사랑해 주는 주인을 만나기를......"
어서 인간 주인이 나타나주길 기다리며 인간계로 도착한 첫날, 나는 차가운 이불 바닥에서 많은 봉제인형들에 둘러싸인 채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시장에서 들리는 시끌시끌한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깼다. 오늘 장사가 시작된 것이다.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시장으로 왔다 갔다 하고 있지만 이불가게는 그냥 지나치기만 할 뿐 아무도 물건을 사러 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오후가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 씩 이불가게로 와서 물건을 사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한겨울이라 날이 많이 추웠던 탓에 그들은 따뜻한 이불과 담요를 많이 사갔다.
손님들과 함께 온 어린아이는 봉제인형에 눈길이 갔지만, 이를 보고 대부분의 손님들은 인형은 집에 많지 않냐며 사주지 않았다.
봉제인형을 선물로 사가는 손님도 몇몇 있긴 했지만, 그들은 목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갈색 리본을 묶은 하얀 곰인형이나 귀에 예쁜 핀을 꽃은 토끼 인형, 양쪽 귀에 리본을 단 푸들 인형 같이 예쁘고 인기 많은 인형들만 골라 사가고, 나 같이 목에 리본도 없고, 귀에 핀도 안 꽂혀있고, 예쁘지도 않은 평범한 강아지 인형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분명 포그니 왕국에서는 인간계에 가면 꼭 인간 주인을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리고 좋은 주인을 만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지내고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나봐..."
너무 슬펐다. 가기만 한다면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았던 상상과는 전혀 다른 인간계의 현실이.
이게 인간계의 현실이라고 생각해보니 순간 울컥해서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던 그때, 푸근한 인상을 가지신 할아버지 손을 잡은 어린 소녀가 가게 앞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우와아! 인형 진짜 많다!"
"우리 손녀, 인형 갖고 싶어? 하나 사줄까?"
"우와, 정말요?"
"그럼, 우리 손녀가 인형 좋아하는데, 하나 사줘야지.
원하는 걸 골라보렴."
"감사합니다!"
어린 소녀는 해맑게 웃으며 봉제인형이 모여져 있는 매대로 가서 하나씩 하나씩 자세히 둘러보았다.
나는 속으로 간절히 외쳤다.
"제발 나를 선택해 줘!"
그러던 그때, 인형을 자세히 둘러보던 그녀와 나의 눈이 딱 마주치게 되었다.
눈이 마주친 뒤 그녀는 내 얼굴을 자세히 보더니 나를 번쩍 들고 할아버지에게 달려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이걸로 할래요!"
"아이고, 우리 손녀 참 귀여운 인형을 골랐네! 사장님, 이거 얼마예요?"
"7천 원이요!"
드디어... 나를 선택해 준 사람이 나타났다!
나는 너무 기뻐 마음 같아서는 매대 위를 팔짝팔짝 뛰어다니고 싶었지만...
이곳에서 인형은 움직일 수 없으니 마음속에서만 뛰었다.
"감사합니다 손님! 안녕히 가세요!"
나는 인간계에 도착한 지 이틀 만에 차가웠던 이불 바닥과 봉제인형 더미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주인아주머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를 주워줘서 고마워요!"
나는 속으로 이불가게 주인아주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했다.
어린 소녀는 나를 한 손으로 품에 꼭 끌어안은 채 남은 한 손으로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가게를 나왔다.
" 할아버지, 인형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 우리 손녀 마음에 들어?"
"그럼요, 집에 가자마자 얘 이름부터 지어줄 거예요!"
"아이고, 그렇게 좋아해 주니 이 할애비는 무지 기쁘구나.
그 아이에게 어울리는 예쁜 이름으로 지어주렴."
"네!"
그렇게 나는 그녀의 집에서 수련생으로서 정식으로 인간계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