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되다
<지난 이야기>
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 나에게 드디어 인간 주인님이 생겼다는 생각에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포그니 왕국에서 매일 동생들만 챙기던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제 주인님을 만났으니까, 나는 이제 행복한 일만 남은 거야!!
집으로 가는 길 찬바람도 불고, 날이 제법 추웠지만 그녀의 품에 꼭 안겨있으니
찬 바람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따뜻하고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안정감이었다.
드디어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집으로 들어가자, 엄마, 아빠가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엄마! 아빠! 다녀왔습니다~!"
"아이구, 우리 딸 왔어? 할아버지랑 재밌게 놀고 왔니?"
"네! 엄마! 이것 좀 보세요! 할아버지가 인형 사주셨어요!"
"어유, 귀여운 인형이네!
할아버지께 감사하다고 했어?"
"네, 그럼요!"
그녀의 품에 안긴 나를 보자, 그녀의 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집에 인형도 많은데, 또 사주셨어요?"
"그럼~ 우리 손녀가 인형 좋아하잖아~ 사주니까 엄청 좋아하고!"
"우리 아버지, 정말 못 말리신다니까ㅎㅎ"
그녀의 이름은 장예나.
예나는 외동딸이라 가족들의 사랑을 모두 독차지하고 있었다.
엄마는 그녀의 상태를 항상 꼼꼼하게 살피고 챙겼으며, 아빠는 주말에 그녀와 같이 놀아주곤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랑은 따로 살지만 종종 그녀를 보러 오신다. 특히 할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인형을 좋아하셨는데, 그녀도 인형을 좋아하는 것을 보시고 가끔 그녀와 산책을 하다가 인형 가게가
있으면 들러서 사주시곤 하셨다고 한다.
처음 만났을 때 나에게 보여준 그녀의 해맑은 웃음과 밝은 성격은 그동안 가족들에게 받은 사랑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가족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그녀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시큰하고 아렸다.
가족들과의 대화를 마친 뒤, 예나는 나를 들고 방으로 향했다.
그녀의 방은 넓고 반짝반짝했다.
마치 공주님 방 같았다.
하얀 왕관이 그려진 분홍색 벽지와 책상, 책장, 옷장 그리고 침대까지 모두 분홍색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녀는 분홍색을 엄청 좋아하는 것 같다. (심지어 옷도 같은 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방문을 닫고 나를 옷장 옆에 있는 침대에 앉혀놓은 뒤, 내가 추워 보였는지 어깨에 담요를 덮어주었다.
침대는 포그니 왕국에 있는 우리 집 침대처럼 매우 푹신하고 보드라웠고, 담요도 솜이 들어간 담요라서
이불만큼 따뜻했다.
침대에 놓자 "폭"하고 가라앉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마음이 설탕처럼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예나는 나에게 담요를 덮어준 뒤 내 옆에 앉아
한 마디씩 말을 걸기 시작했다.
"멍멍아, 안녕? 내 이름은 장예나야. 만나서 반가워!"
"음... 이름은 뭐라고 지어주는 게 좋을까? 멍멍아, 너는 무슨 이름이 좋아?"
"바둑이? 제티? 아니면... 그냥 멍멍이가 나으려나..."
"아, 맞다! 강아지 인형이니까 아지 어때??
마음에 든다! 어때? 멍멍이 너도 마음에 들지?"
나는 어이가 없었다. 내겐 코코라는 아주 예쁜 이름이 있는데, 아지가 뭐야 아지가... 너무 촌스럽잖아...
우리 공주님께서 작명센스는 없으셨나 보다.
하지만 예나는 아직 내가 포그니 왕국의 인형이라는 걸 모르니까 이해해 주기로 하고,
이제 슬슬 나의 정체를 밝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아까 예나 집에 도착한 뒤부터 계속 말을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었다.
예나랑 나랑 둘만 있는 지금이 기회였다.
그래서 예나가 나에게 이름을 붙이려고 하는 순간,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코코야."
"응...? 뭐... 뭐라고?"
"못 들었어? 내 이름은 코코라고!"
"이.. 인형이.. 말을 했어.. 이거 꿈인가...?"
내가 말을 하기 시작하자, 예나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예나에게 인간계로 오기까지의 여정을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었다.
길었던 이야기가 끝나자 놀라서 동그레진 예나의 눈이 반짝반짝하게 변했다.
"우와아!! 네가 그러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러 여기까지 온 거라고? 꼭 수호천사 같아!"
"수호천사는 아니고, 신께서 내려주신 사명을 지키러 온 거뿐이야!
그래서 말이지... 장예나, 내가 너에게 삶의 행복을 찾아줄게!"
"삶의 행복? 그게 뭔데?"
"지금은 아직 어려서 모를 수 있는데,
쉽게 말해서 앞으로 네가 살면서 힘들거나 어려운 문제들이 있으면 내가 옆에서 도와준다 이거야!"
"아하! 그렇구나! 고마워 코코!"
"벌써부터 감사 인사하는 거야? 이제부터 시작인데!
두고 봐! 내가 반드시 예나 널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말겠어! 지금보다 월~씬 더 말이야!"
"알겠어 ㅎㅎ"
나는 자신이 있었다. 늘 밝고 씩씩하다고, 항상
네가 옆에 있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며 주변인형들에게 이야기도 많이 들었었고,
무엇보다 이불가게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나를 밝게 웃어주며 선택해 준 예나에게 나의 본분을
몇 배 이상으로 다해주고 싶었다.
나는 해낼 수 있다는 확신감이 차올라서 웃고 있는데,
갑자기 예나가 나를 들어 그녀의 무릎에 앉히더니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기 코코야, 부탁이 하나 있는데.. "
"응, 뭔데?"
"나를 언니라고 불러 줘...!"
"어...?"
순간 당황했다. 놀라서 입을 틀어막고 있는데,
예나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게... 나는 동생이 없어서 늘 외로웠거든.
부모님은 나를 많이 사랑하시지만, 두 분 다 일이 바쁘셔서 주말 말고는 거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할아버지, 할머니도 가끔 오시고 말이야.
그래서 늘 동생이 있었으면 했거든. 코코, 나의 동생이 되어주지 않을래?"
"음......."
나는 포그니 왕국에 있을 때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의 나는 매일 동생들을 돌보느라 자유 시간도 없고, 부모님은 늘 동생들만 챙기고.
동생들이 사고 치고 잘 못해도 나만 혼내고. 나도 아직 어린 인형인데...
그래서 너무 서러워 아무도 모르게 방에서 혼자 우는 날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늘 생각했다. 나도 동생이 되고 싶다고.
"예나가 언니가 되어준다면, 나를 더 많이 사랑해 주겠지?"
그래서 나는 예나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래, 좋아! 이제부터 예나는 내 언니야!
앞으로 잘 부탁해, 언니!"
"그래! 동생아! 나야말로 앞으로 잘 부탁해!"
그렇게 그날부터 나는 인간 주인님이자 언니인 예나와 함께
정식적으로 인간계 수련 생활이 시작되었다.
브런치 작가님들과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연두입니다!
저의 새로운 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원래 <언니의 애착인형이 되줄게>는 15화 이내의 단편소설로 연재할 예정이었으나,
글을 쓰다보니 내용이 길어져 장편소설로 연재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난 브런치북 연재 때 처럼, 제 글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
다음 주 연재부터 금요일과 토요일 주 2회로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이번 브런치북 장르가 소설인 만큼 많은 내용이 기다리고 있으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늘 남은 하루 좋은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