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친구를 사귀다

용기를 꺼내다

by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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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이 이야기는 언니가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내 이름은 장예나. 초등학교 5학년이다.

어렸을 적부터 매사에 밝고 환하게 웃어왔던 나는

주변 어른들은 나의 밝고 잘 웃는 모습이 예쁘다며, 친구들은 내가 좋아 보인다고, 나랑 친구하고 싶다며 내게 다가왔었다.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시지만 아빠는 주말 잠깐 빼고는 늘 바빴고, 엄마는 나를 잘 챙겨주시긴 하지만

부녀회장 일로 바쁜 탓에 집에서는 혼자라 늘 외로웠는데 밖에 나가면 나는 너무 행복했다.


왜냐하면 밖에서 나는 어른들과 친구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행복했던 나의 생활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한 친구를 만난 이후로.



바야흐로 올해 3월, 5학년이 된 첫날이었다. 나는 4학년 때 친했던 친구들과 반이 떨어졌다.

친구들끼리는 같은 반이 되었는데, 나 혼자 다른 반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반에서 혼자 새 친구를 사귀었어야 했다. 친한 친구들과 반이 멀어진 건 속상하고 아쉬웠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새 친구를 잘 사귈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어렸을 적부터 많은 사람들과 잘 어울려서 지냈기 때문에 내가 밝게 웃으면서 다가가면 새 친구들과 금방 친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고학년이 되니 새로운 반이어도 이미 서로 아는 애들이 있어 그 애들끼리

먼저 친해져서 그룹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미 그룹이 만들어진 곳 사이에 낀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홀수인 그룹에 가면

짝수가 돼서 그룹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짝수인 그룹에 가면

아예 껴주지 않거나, 그곳에서 잘못하면 그곳에 있는 친구들에게 욕을 먹고, 다른 그룹의 친구들에게까지

찍혀서 반에서 왕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의 애들이 그룹 지어져 있었다. 친구들과 반이 혼자 떨어진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이를 어쩌지... 새 친구 사귀어야 하는데..."


우리 반과 친한 친구들과의 반이 학교 건물 층이 달라서 쉽게 갈 수 없었다.

게다가 친구들 보고 싶다고 자주 가면 그 친구들이 싫어할까 봐 쉽게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자리에 앉아서 혼자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때, 긴 머리에 리본 머리띠를 한 여자애가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와.. 예쁘다.. 얘는 누구지..?"


그녀는 자신이 속해있는 그룹과 이야기를 하다 나에게로 다가온 거 같아 보였다.

갑자기 다가온 그녀 때문에 잠깐 당황해서 멍해있던 나에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 내 이름은 한유미야. 너는?"


"나는 장예나."


"이름이 예나구나. 이름 참 예쁘다!"


"고마워..ㅎㅎ 너도 이름 예뻐."


"저기, 너 아직 친해진 친구들 없지?"


"으응.."


"우리가 세 명이라서 홀수거든. 너만 괜찮다면 우리랑 친하게 지내지 않을래?

다른 애들한테도 너 얘기했는데 다들 괜찮대!"


"우와! 정말 내가 거기에 껴도 되는 거야?"


"응! 마침 나 너 처음 봤을 때부터 너랑 친해지고 싶었거든.

예나야,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그래! 고마워 유미야.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앞으로 잘 부탁해!"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나야말로 잘 부탁해 예나야ㅎㅎ"


유미는 나를 자신이 속해있던 그룹의 친구들인 루나와 혜린이에게 데려가 서로 소개해준 뒤,

친하게 지내자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나는 그 그룹의 완전한 일원이 되었다.



나는 그 아이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며 정말 좋았다. 쉬는 시간이 되면 같이 화장실 가고, 게임하면서 놀고, 점심시간이 되면 같이 점심 먹으며 수다 떨고, 학교 끝나면 집에도 같이 갔다. 우리는 하루의 절반을

함께 했다.


유미, 루나, 혜린이는 정말 좋은 친구들이었다. 혜린이는 성격이 활발해서 친구들에게 장난과 재밌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잘 띄워주었으며, 루나는 차분하고 배려심이 깊고, 유미는 결단력 있는 성격으로 그룹의 리더 같이 우리를 잘 이끌어주었다. 게다가 공부도 잘해서 숙제하다가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잘 알려주기도 했다.


세 사람은 4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셋이 유난히 더 친해 보였는데, 내가 모르는 자기들만의 4학년 때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다. 그래서 내가 소외감을 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유미가 나에게

그때의 일들을 세세히 설명해주기도 했다. 유미는 평상시에도 나를 특별히 더 잘 챙겨주었다.


나는 이 세 사람과 함께 이번 5학년 학교생활도 무사히 잘 보내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행복한 학교 생활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며칠 뒤 아침,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평소대로

학교에 갔다.

학교에 도착한 뒤, 교실로 들어갔는데 친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내가 들어오자마자 다들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상황을 잘 모르는 나는 일단 애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얘들아..?"


그런데, 애들의 표정은 더 안 좋아졌다.


"갑자기 애들이 왜 그러는 거지..?"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루나와 혜린이가

내 자리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혜린이가 내 책상에 주먹을 쾅 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야, 장예나! 네가 우리 부모님 이혼하셨다고 친구들한테 다 말하고 다녔냐?"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너희 부모님이 이혼하셨다니?"


"얘 모르는 척하는 것 좀 봐. 진짜 웃기다. 야! 네가 우리 부모님 이혼하셔서, 내가 너네들한테 장난칠 때마다 부모님이 한 분 밖에 안 계셔서 못 배운 애 같다고

그랬다며!"


"뭐라고..? 나 그런 말 한 적 없어!"


혜린이의 말이 끝나고, 이번에는 루나가 말했다.


"예나야, 솔직하게 말해줘. 정말 그런 적 없어?

네가 그런 말을 했다고 들은 친구들이 많아서 그래."


"나 정말 아니야.."


내 말을 듣고 혜린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야! 우리 부모님 이혼하신 거에 네가 뭐 보태준 거 있어?네가 뭔데 왜 내 아픈 비밀을 꺼내고, 그거 때문에

못 배운 애 같다고 말하고 다녀? 게다가 안 했다고 거짓말까지?너에게 정말 실망이다, 장예나!"


혜린이는 그대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루나는 한 손으로 그런 혜린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눈은 나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혜린이가 우는 소리에 다른 애들도 내 자리로 몰려왔고, 그들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내게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야! 네가 뭔데 혜린이 울리는데?"


"어떻게 뒤에서 친구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 수가 있어?"


"와, 장예나 다시 봤네. 착한 애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완전 나쁜 애였쥬?"


"소름 돋아 진짜!"


"쟤 저번에도 혜율이한테 공부 못한다고 놀렸다며?"


"와~ 장예나 대박! 완전 나빠~!"


내 말은 듣지도, 믿지도 않고 거짓말이라고 치부하며

한 명씩 돌아가며 나를 몰아세우는 친구들의 말에 나는

너무 억울하고 속상했다.


듣다못해 나는 혜린이와 루나를 비롯한 나를 의심하는 친구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나 정말 아니야..! 왜 내 얘기는 들어주지 않는 거야..?내가 애초에 혜린이한테 왜 그런 말을 해.. 내가 그랬다는 증거가 있어?"


그러자, 우리 반 반장 아림이가 손을 들며 말을 꺼냈다.


"이틀 전, 수업 끝나고 방과 후에 너랑 한유미가 복도 청소당번이었지?

둘이서 얘기하면서 청소하다가, 중간에 혜린이 이야기가 나왔고, 네가 혜린이 부모님이 이혼하셨다는 얘기를 꺼내면서 평소에 친구들에게 장난치는 혜린이의 모습을 보고 못 배운 애 같다고

이야기하는 걸 지나가다가 들은 애들이 있대.


"심지어, 네가 혜린이 뿐만이 아니라 다른 애들한테 상처 주는 못된 말들을 뒤에서 몰래 얘기하고 다녔다는 소문이 있어. 그래도 계속 발뺌할 거야, 장예나?"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혜린이 부모님께서 이혼하신 사실조차도 몰랐다고!

유미와 복도 청소를 하던 날, 좀 있으면 혜린이 생일이라서 생일 선물 뭐 사줄지

얘기하고 있던 거라고! 너희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들은 거야?


난 절대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 다른 애들한테도 상처 주는 말 뒤에서 한 적도 없고.

이건 전부 다 오해야! 정말이야, 믿어줘. 혜린아, 루나야, 얘들아!"


그러자, 아림이가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그럼, 한유미한테 물어볼까?"


다른 애들도 동조했다.


"그래! 유미한테 물어보면 알겠지!"


"유미한테 물어보면 되겠네!"


그러고 잠시 뒤, 유미가 교실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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