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간 코코(하)

간절한 소원

by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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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시간이 지나고, 교실에서 들려오는 반 친구들의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깼다.

"으음... 지금이 무슨 시간인거지..?


그런데, 소리가 갑자기 매우 가까운 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언니 자리 주위에 있는 거 같았다.


"얘들아, 이제 뒤지자!"


"그래!"


"와, 얘 뭐야~ 공책하며, 필통하며, 가방하며, 다 비싼 거 잖아?

얘네 집 잘 사나봐!"


"야 책가방이랑 체육복 가방 안도 뒤져봐!"


"뭐야.. 무슨 일이지..?"

그 순간, 위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가 가방 지퍼를 열은 것이다!


"이건 뭐야?"


"가방 안에 뭐가 있어?"


"여기 안에 인형이 있는데?"


"와, 뭐야~ 장예나 5학년이 인형도 들고 다녀?

완전 어린애잖아?"


"헐~ 5학년이 인형이라니~?

우린 더 이상 어린 애도 아닌데 말이야ㅎㅎ"


"드..들켰다..!! 어떻하면 좋지??"

나는 최대한 움직인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그들 앞에서 평범한 인형인 척을 했다.

그런데, 어떤 애 하나가 가방에서 나를 집어들더니

갑자기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장예나! 너 같은 게 무슨 인형이야 인형은!

나쁜 기집애. 너 같은 건 인형도 가지고 다닐 자격 없어!"


나는 그 애한테 집어던저져서 교실 앞문과 세게 부딪혀

바닥에 떨어졌다.


"으아악!! 너무 아파ㅠㅠ 다.. 다리가.."


친구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언니 책상과 공책에 낙서를 하고,

같이 있던 일부 남자아이들은 가방을 걷어차기도 했다.


"그만해!! 그만하란 말이야!!

그건 예나 언니 물건이라고!!"

나는 속마음으로 여러번 외쳤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들은 내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 언니 책상을 뒤졌다.


그런데, 어떤 애가 나를 주워 또 집어던지려고 했다.

"으악! 나 또 던져지는 거야?

제발 하지마 부탁이야ㅠㅠ 나 너무 아파!!"


"너 같은 앤... 이딴 인형 따위....."


"으아악!!! 예나 언니!! 제발 나 좀 도와줘ㅠㅠ"

나는 나오려는 눈물을 머금으며, 어서 언니가 돌아오기만을 바랬다.


"너희들,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야?"

내가 던져질려는 그 순간, 언니가 드디어 교실로 돌아왔다.


"언니!!"


"코코... 너가 왜 여기에..."


"아 왔어? 너 아직도 애기처럼

인형 가지고 다니냐? 아이구 창피해~"


"........"


"너가 반에서 하도 안나가길래 우리가 친절하게

짐이라도 싸주려고 했지."


"........"


"언니..."


"코코, 나랑 잠깐 이야기 좀 해."


언니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나를 주워 교실 밖을 뛰쳐나갔다.



잠시 뒤, 언니와 나는 여자화장실 맨 끝의 칸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코코, 너가 왜 여기 있어? 내가 학교 따라오면 안된다고 했잖아!"


"그게.. 언니가 너무 걱정 되서.."


"너가 학교에 따라오는 바람에, 애들이 나보고 어린애라고 놀리잖아!

이제 나 어린애 같이 인형 데려온다고 학교에 소문이 퍼질거라고!"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언니 학교에 몰래 따라오지 않았으면, 언니가 이렇게 지내고 있는 줄 꿈에도 몰랐을 테니까."


"뭐..?"


"언니, 언니는 왜 반 친구들이 저렇게까지 괴롭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처음부터 언니가 잘못해서 그런 것도 아니잖아!"


"말했잖아. 내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는다고."


"그래도 언니 괴롭히는 건 쟤네들이 잘못한거잖아!

언니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길래..

아니지, 언니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까지 괴롭히는 게 말이 돼? 선생님도 언니가 잘못한 줄 아시잖아!"


"코코, 언니 말 잘들어.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나는 지금보다 더 쥐죽은 듯이 살아야 해."


"그게 무슨 소리야?"


"전에 말했잖아. 선생님이 한번만 더 그러면 부모님 모셔오라고 그랬다고.

아무리 처음부터 내가 잘못이 없다고 해도, 나는 내가 거짓된 헛소문에 휘말려서 괴롭힘 당하는 것도, 선생님이 내 편이 아닌 것도 괜히 부모님께 알려져서

걱정끼쳐 드리기 싫어. 평소에도 내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이 사실들까지 아시게 되면,

너보다 더 마음이 아프실꺼야."


"언니..."


"그러니까 제발 부탁이야 코코. 일을 더 크게 만들려고 하지 말아줘."


"그러면 언니는 쟤네들이 언니 물건을 막 뒤지고 헤집고 나를 집어던지고 그러는 데도 가만히 있겠다고? 아무말도 안하고?"


"......"


"언니가 이러는 게 부모님께서 더 걱정하시는 일이야! 나도 그렇고!

내가 오늘 하루지만 언니가 친구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거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찢어질 거 같았는지 알아? 그런데, 언니는 그런 내 맘도 모르고 왜 학교에 몰래 따라왔냐고만 뭐라고 하는거야?"


"......"


"그리고, 언니가 왜 쥐 죽은 듯이 살아야 해? 오히려 다 말해야지! 오기가 생겨서라도 처음부터 언니 잘못 아니라고 다 말해야지! 언니가 가만히 있을수록 친구들은 언니를 더 만만하게 본다고!"



나는 언니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언니가 잘못한 게 전혀 없는데도 왜 가만히 있고, 언니를 괴롭히는 그들에게 뭐라고 한 마디를 하지 못하는지.


언니와 화장실에서 다툰 그 이후로 나는 언니 책가방 속에 들어가 쥐 죽은 듯이 있었고, 언니는 내가 학교에 따라온 걸 들키는 바람에 친구들한테 더 놀림을 받기 시작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도착할 때 까지도 우리는 대화 한마디 나누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서 잠이 든 언니 몰래 옷장에 틀어박혀 엉엉 울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부터 언니에게 있었던 일 때문에 너무 마음이 아파 아까부터 눈물이 났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서 꾹꾹 참아왔던 것이었다.


"흑흑...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파..

언니가.. 아니 예나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건데...

친구들도.. 선생님도 아무도 예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니...

예나를 도와주고 싶은데 도와주지도 못하고.. 나는 정말 한심한 인형이야...

인간에게 삶의 행복을 찾아주러 온 주제.. 이것도 하나 못하다니...


차라리 나도 예나 같은 인간이었다면,

도움이 되어줄 수 있었을까?

적어도 내가 예나와 같은 반 친구였다면, 반 친구들과 선생님처럼 행동하는 건 절대로 하지 않았을꺼야! 나는 예나를 도와줄꺼야!


나도.. 인간이 되서... 예나를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옷장에서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그대로 잠에 들었다.


그 순간, 동시에 하늘에서 커다란 별똥별 두개가 동시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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