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학교로
<지난 이야기>
다음 날 아침, 나는 옷장에서 잠이 깼다.
어제 언니에게 있었던 일 때문에 너무나도 속상했던 나머지 학교에서 애써 참아왔던 눈물을
옷장에서 몰래 터뜨렸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때, 예나 언니는 벌써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책가방과 실내화가방을 챙겨 방문으로 나가는 거 같았다. 엄마에게 인사하는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언니에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겠지만, 어제 학교에서 싸운 것도 있고
언니가 지금도 계속 기운이 없는 상태여서 도저히 먼저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나는 속마음으로 언니 걱정을 했다.
"언니 이제 학교 가는 구나.. 오늘은 괜찮을까?
어제 친구들에게 그렇게 괴롭힘 당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서도 도와주지 못하다니..
나는 정말 도움이 안되는 인형이야.. 나도 언니처럼 인간이었다면.."
어제 일을 다시 생각하려니 마음이 아파 또 눈물이 나려고 했다.
이제 언니도 방에서 나간 거 같으니, 나도 이제 옷장에서 나가려고 하는 순간, 몸의 느낌이 이상했다.
평소보다 몸이 크고 무거워진 거 같았고, 폭신하고 말랑했던 내 손이 따뜻하고 부드러워졌다.
평소의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빨리 옷장에서 나와 옷장 옆에 있는 전신 거울을 보았는데, 내 모습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뭐야..? 내.. 내 모습이..."
왜냐하면 거울에는 양갈래 머리에, 별이 그려진 원피스를 입고 강아지 머리 핀을 꽃은 귀여운 여자아이가 비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는 언니 또래인 것 같았다.
"내.. 내가.. 사.. 사람이 됐어..? 이거 꿈인가..?"
나는 순간 꿈인가 싶어 있는 힘껏 양쪽 볼을 꼬집어 봤지만, 너무 아팠다.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거다. 그 뜻은...
그렇다. 내가 잠에 들기 직전 울면서 말했던 것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기적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이제 언니를 도와줄 수 있겠다!"
이제 인간이 된 이상 이대로 언니, 아니 예나를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나는 지금 당장 학교로 가서 예나를 괴롭힌 반 친구들과 선생님을 혼쭐내주고 싶었지만, 지금 나가면 밖에 계신 예나 엄마가 깜짝 놀라실 게 분명했다.
갑자기 처음 보는 여자아이가 자신의 딸 방에서 나온다면, 기절하실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방에서 조용히 있다가 예나 엄마가 나가실 때의 틈을 타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잠시 뒤, 예나 엄마가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집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예나 방 창문으로 그녀가 집에서 멀어진 걸 확인한 뒤, 나도 잽싸게 집 밖을 빠져나왔다.
신발이 없어서, 급하게 예나 신발을 빌려신었다.
"예나야, 조금만 기다려. 빨리 학교로 가서 널 지켜줄게!"
확실히 인간이 되니 인형일 때와 달라진 게 많았다.
다리가 길어지다 보니 걸음이 빨라졌고,
키가 커지다보니 눈에 보이는 시야가 훨씬 넓어졌다.
인간이 된 것이 확실하게 실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모습으로 빨리 예나와 대화를 하고 싶었다.
그 생각도 잠시, 급하게 집 밖을 나오느라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게 있다.
"그런데.. 학교 가는 길이 어디지..?"
내가 아무리 언니 학교를 한번 가봤다고 해도 언니 가방에 몰래 들어가서 간 것이었기 때문에 길을 전혀 몰랐다.
그래서 일단은 느낌이 오는 데로 감으로 길을 걸어갔다.
이 길도, 저 길도, 저 반대길도 계속 걸어가봤지만,
나오라는 학교는 안나오고 예나네 집 근처를 빙글빙글 돌 뿐이었다.
"하.. 진작 언니 학교 가는 길을 봐뒀어야 했어.."
나는 후회했지만, 나도 내가 인간이 되서 학교에 직접 찾아가는 상황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었기 때문에 깊은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어느 길로 가도 여전히 학교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점점 불안감과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하.. 학교가 도대체 어디야! 빨리 언.. 아니 예나를 지켜줘야 하는데!
이러다가 학교 끝날 때까지 학교 정문도 못 들어가보겠네.."
이러다간 학교에서 예나를 못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려고 하는 그 순간, 길을 걷고 있던 어떤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얘야, 무슨 일이니?"
"그게.. 길을 잃어버렸어요.."
"어디 가는데? 지금 학교 갈 시간 아니니?
초등학생 같아 보이는데.."
"네 맞아요..! 저 초등학교 5학년이에요!
학교 가는 길이었는데, 혼자서는 처음 가는 길이라
길을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말인데, 아주머니 혹시 포근초등학교 가는 길 아시나요?"
"학교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고?"
(음.. 다 큰 거 같은데 혼자 학교도 못 가고
맨날 학교 다니는 길을 잃어..?)
나는 아주머니에게 용기 내서 길을 물어봤다. 그런데
아주머니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마치 나를 의심하는 것 처럼..
나는 내 사정을 솔직하게 말할 수 없어, 약간의 거짓말을 했다.
"사실 제가 이곳에 이사온 지 얼마 안됐거든요..
학교도 오늘 전학 오기로 했는데 저희 부모님이 많이 바쁘셔서 저 혼자 가게 되서.."
"아~ 전학 온거구나? 그런거면 모를 수 있지. 그럼 아줌마가 학교까지 데려다줄테니까,
같이 가자. 나도 방금 내 딸아이를 학교까지 바래다주고 오는 길이거든.
우리애도 포근초등학교 5학년인데, 같은 반되면 친하게 지내야 한다?"
"우와, 정말요? 감사합니다!"
나는 우연히 만난 한 아주머니 덕분에 무사히 예나네 학교로 갈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예나네 학교에 도착했다. 나는 학교까지 데려다주신 아주머니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아주머니, 저를 학교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이~ 아니야 별 말씀을~? 이 학교로 전학 온거면 우리 앞으로 자주 볼거 같은데,
이름을 안 물어봤네. 우리 친구는 이름이 뭐야?"
순간 '코코'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나는 내 정체를 더 철저히 숨기기 위해 잠시 임시 이름을 쓰기로 했다.
"코.. 아니 샛별이에요. 장샛별."
"샛별이? 어머, 이름 참 예쁘다 얘~
이름이 이뻐서 얼굴도 예쁜거였구나!
나는 이 학교 5학년 한유미 엄마야.
우리 유미랑 같은 반이 되면, 친하게 지내야 한다!
알았지, 샛별아?"
"네, 그럴게요!"
"그래~ 그럼 학교 잘 다녀오렴! 나중에 또 보자!"
"안녕히 가세요!"
"아니 잠시만.. 한유미네 엄마라고..?
한유미라면.. 우리 예나를 괴롭힌 나쁜 애 중에 하나잖아!"
엄마는 착하신 거 같은데.. 딸은 왜 저래?
나는 나를 데려다 준 아주머니가 한유미네 엄마라는 사실에 많은 궁금증이 있었지만, 일단은 그걸 푸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빨리 예나네 교실로 뛰어갔다.
"다 왔다! 5학년 3반."
드디어 예나네 반에 도착했다. 반 창문 너머에 책상에 앉아있는 예나의 모습이 보였다.
"어, 예나다!"
나는 예나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어서 교실에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어떤 여자가 내 팔을 잡았다.
그녀는 바로 예나네 담임 선생님이었다.
"얘, 너 누구니?"
"네..?"
"누군데 우리반에 들어가려고 하는 거니? 너 몇 반이야?"
"저... 그게.."
"너 우리학교 애 맞니?"
"아 참..! 그게 제가 오늘부터 이곳으로 전학오고 싶은데요.."
"전학은 너가 오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야. 너희 부모님 어디 계시니?"
"저희 부모님은 일이 바쁘셔서..."
"부모님 안 계시니? 학교에서 전학 절차를 밟을려면, 너희 부모님이 학교에 꼭 오셔야 해. 지금 여기에
부모님 안 계시면, 우리 학교로 전학올 수 없어.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다음에 부모님 모시고 같이 와."
"선생님! 저 그럼 오늘 하루만 학교 체험 시켜주시면 안될까요..?"
"체험도 너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야.
어서 돌아가."
"한번만요, 어떻게 안될까요? 저 이반에서 꼭 수업 듣고 싶은데.."
"나 수업들어가봐야 하거든? 얼른 돌아가렴."
"선생님..."
나는 교실로 들아가려는 선생님의 팔을 세게 붙잡았다.
"얘.. 얘가.. 이 손 안놔? 나 수업 들어가봐야 한다고!"
"체험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안 놓을 꺼에요!"
"하... 진짜..."
"제발, 하루만 체험 시켜주세요! 이곳에서 꼭 해야하는 일이 있어서 그래요!"
"아.. 어서 예나를 지켜줘야 하는데.."
그 순간, 나의 원피스에 그려진 커다란 별이 밝게 빛나더니 그 안에서 빛이 튀어나와 퍼지기 시작했다.
그 빛은 내가 있는 복도를 뛰어넘어 학교 전체로 퍼졌다.
"아이고 눈부셔라.. 이 빛은 뭐야.."
"선생님, 괜찮으세요..?"
"괜찮아. 근데 장샛별, 너 여기서 뭐하니?
수업시간 다 됐는데. 얼른 교실로 들어가!
"네..? 갑자기요? 그나저나 어떻게 제이름을..."
"갑자기라니? 당연히 우리반 애인데 이름을 알지!
너, 수업 안들을꺼야? 어서 들어가!"
"앗.. 네.. 들어갈게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내 간절함이 별님에게 통했던 것일까?
내 원피스에 그려진 커다란 별에서 빛이 퍼지고 나서,
나는 원래부터 이 학교의 학생이었던 것 처럼 상황이 변했다.
나는 이 놀라운 일을 벌여준 별님께 감사하며,
어서 교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