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인간이 되다(중)

유미가 본색을 드러내다

by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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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교실 안에 들어가자, 반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에 조금 부끄러웠다.


나는 어디에 앉아야 하나 자리를 해매다 책상 위에 만들어진 내 이름표를 보고 그 자리에 앉았다. 그 옆엔 운이 좋게도 예나가 있었다! 학교에서 예나랑 같이 앉다니 정말 꿈만 같았다!


그나저나 새 학기라서 그런가 미술 시간에 자기 이름을 적은 이름표를 만들어서 책상 위에 붙인 모양이었다. 예나도 자기 이름을 예쁘게 꾸민 이름표를 만들어 책상 위에 붙여두었다.


"히히 이쁘게도 잘 꾸며놨네!

역시 언.. 아니 예나야ㅎㅎ"


내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름표를 쳐다보니까, 예나가 나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왜 그렇게 내 이름표를 쳐다 봐, 샛별아? 내 이름표가 뭐가 이상해?"


"어..? 아 아니야! 너가 만든 이름표가 너무 예뻐서 쳐다보고 있었어ㅎㅎ"


"너가 만든 것도 이쁜데 뭐.."


"아... 고마워..! (사실 내가 만든 거 아니지만)"



"이번 수업은 여기까지! 다음 시간 음악이지? 미리 준비해서 음악실로 가!"


"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반 아이들은 음악실에 가기 위해 교과서와 리코더를 챙겨서 교실 밖을 나갔다.


예나도 교과서와 리코더를 챙겼는데, 나가지 않고 반 아이들이 모두 나가길 기다렸다. 나는 왜 그러지 싶어 예나를 쳐다보는데, 예나가 말했다.


"나 오늘 문 잠그는 당번이야. 샛별이 너도 얼른 나가줘."


"아~ 문 잠그는 당번이라서 안 나간 거였구나! 그럼 문 잠그고 나랑 같이가자!"


"아니야. 너 먼저 가. 애들 다 나갈려면 시간이 좀 걸려."


"너랑 같이 가고 싶어서 그래!

(사실 음악실이 어딘지도 잘 모르고)"


"샛별아."


"응?"


"자꾸 나한테 다가오려고 하지마. 안 그러면 너도 나처럼 따돌림당할 수도 있어."


"엥?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린 가.. 아니 친구인데!"


"너도 알다시피 나는 우리반 왕따야. 거짓되긴 했지만 내 헛소문이 모든 반에 다 퍼졌고, 선생님도 나를 싫어하셔. 우리 반에 내편이라곤 아무도 없지.

유일하게 너만이 나를 안 괴롭히는데, 그런 너가 자꾸 나랑 같이 다니면, 반 친구들이 너도 괴롭히게 될꺼야. 나는 너까지 괴롭힘 당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나한테 다가오지 마, 부탁이야. 알았지, 샛별아?"


"예나야.."



예나의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다가오지 말라니..

하지만 나는 예나를 도와주기 위해, 지켜주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그런 예나를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예나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 옆에서 기다리려는데, 예나가 화를 냈다.


"장샛별! 너 왜 자꾸 내 옆에 있는 거야! 얼른 가라고!"


"싫어. 너랑 같이 갈 꺼야."


"하... 왜 자꾸 왕따인 내 옆에 있으려고 그래?

혹시 너도 나를 괴롭히고 싶어서 옆에 있는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그런 짓 안해!"


"하... 몰라. 너 마음대로 해."



"오늘 음악 수업은 여기까지에요! 다들 수업 듣느라 고생했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음악 수업이 끝나고, 바로 체육이라 아이들은 빨리 교실에 들어와서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다.

나는 예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뒤늦게 교실로 돌아왔는데, 반 아이들이 예나 자리에 모여서

킥킥대고 있었다.


"응? 무슨 일이지?"


"설마..."

예나는 순간 불안한 표정을 짓더니, 자리로 뛰어갔다.


"하.. 역시..."

예나의 공책과 책상에는 아이들이 낙서한 자국이 가득 있었다.

또한 가방에는 지퍼가 열어져 있었고, 안에 있던 짐들이 자리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누가 이런 짓을..."


그런데, 반 친구들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저 이 상황이 웃겨서 킥킥대고 있었고,

어떤 애들은 바닥에 떨어진 짐을 일부러 밟고 지나가기도 했다.


"........."


예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어질러진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두 뺨은 빨개지고 양쪽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킥킥대는 애들과 또 밟고 지나가려는 애들에게 소리쳤다.


"야 너희들!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왜 친구 자리를 이렇게 만들어?"


그때, 남자애들의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민석이가 다가와 말했다.


"야, 장샛별! 네가 뭔 상관인데? 우리반 아닌 애 나가게 하려고 이러는 거잖아?"


"예나는 누가 뭐래도 우리반 애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잖아.

너네들이 뭔데 자꾸 나가라마라야?"


"하.. 어이가 없네. 야, 너는 다른 애들 뒷담화 하는 애 편 들고 싶냐?

너도 장예나랑 한 패냐?"


"뭐?"


그때, 모여있던 애들 사이에서 반장인 아림이가 나와 말했다.


"장샛별. 너가 뭘 몰라서 그러나본데, 장예나는 우리반 아니야.

너도 잘 알잖아. 장예나가 우리반 애들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혜린이와 유미에게 상처를 주고, 심지어 다른 반 애들한테도 상처를 줬어.

쟤만 없으면 우리반은 평화로워. 너도 우리반이면 우리한테 협조 좀 해."


("와.. 저게 반장이야?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저게 지금 반장이 할 소리인가 싶었다.

도대체 예나가 무슨 잘못으로 따돌림을 이렇게까지 당해야 하나 싶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반장한테도 소리쳤다.


"야, 김아림.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고도 너가 반장이야?

반장이면, 이런 일을 당한 예나를 보듬어줘야 하는 거 아냐?

다른 애들처럼 예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내 말 뭘로 들었니? 장예나가 먼저 잘못했다고!"


"예나가 처음부터 아니라고 했잖아! 너네들 예나 말 처음부터 들어보긴 했니?

애초에, 증거는 있어? 그래 예나가 그랬다고 치자. 그런데, 너희들한테 이렇게까지

괴롭힘 당해야 하는거야? 지금은 예나보다 너희들이 훨씬 더 큰 잘못을 하고 있는거야!"


반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허... 아이구~ 야, 장예나 너 편 생겼네? 좋겠다^^"


"장샛별, 장예나랑 같은 장씨인데 혹시 가족 아니야?"


"장예나가 시켜서 저러고 있는 거 아냐?"


"에이 설마~"


"........."

그러던 그때, 혜린이, 루나와 같이 있던 유미가 다가와 말했다.


"샛별아~ 너 화내니까 너무 무섭다~ 이제 그만해!

아림이 너도 그만하구! 이러다가 정말 크게 싸우겠어~


그리고 너희들! 또 예나 자리 이렇게 해놨어?

나랑 혜린이랑 다른 애들 이제 괜찮다고 말했잖아~ 이제 그만해~ 예나 울겠다!"


그러자, 민석이가 말했다.

"야, 한유미. 너까지 장예나 편 드는거야?

너랑 애들한테 상처준 애한텐 이정도도 싸다고.

너는 피해자인데 장예나 왜 자꾸 봐주려고 하는거냐?"


"예나는 우리반 친구잖아, 친구! 지난 일은 실수였을거야.


그런데, 나는 괜찮지만 예나는 아직 인정을

안하는 거 같네.

빨리 반성하고 우리한테 사과한다면,

바로 용서해줄 수 있을텐데.

아무리 감싸주려고 해도 예나가 그걸 마다하니

나 원참."


"야, 장예나! 너가 뭐라고 좀 말해봐! 계속 장샛별이 말하잖아!"


"..........."


"너희들 이제 그만해! 예나 이제 그만 괴롭히라고!"


내가 아무리 소리쳐도 그들에겐 아무 소용이 없었다.

도대체 반 아이들은 뭐 때문에 예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걸까?

쉬는 시간이 거의 다 끝나가자, 애들은 하나 둘 씩 잽싸게 반을 나갔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반 아이들은 밥 먹을 생각에 신이 나서 교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또 잽싸게 반을 뛰쳐 나갔다.


예나는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엎드려 있었다.

나는 그런 예나가 너무 안쓰러웠다.


"예나야, 밥 안 먹어?"


"입맛 없어."


"밥을 먹어야 힘이 나지!"


"몰라. 못 먹겠어."


"너 요즘 아침도 잘 안 먹잖아."


"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참! 나 지금 코코가 아니라 샛별이었지..)왠지 그럴 거 같아서..."


".......... 나 신경쓰지 말고 먼저 먹고 와."


"예나야..."


그런데 그때, 유미가 다가와 나를 불렀다.

"샛별아~ 나랑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나랑 유미는 저번에 예나와 대화했던 곳과 같은 곳인 여자화장실 맨 뒷칸에서 이야기를 했다.


"뭐야, 왜 불렀어?"


"에이 샛별아~ 인상 좀 풀어~ 너가 그러니까 나 너무 무서워!"


"........ 무슨 일인데."


"샛별이 너는 예나 편이지?"


"응, 당연하지. 나는 언제나 예나편이야."


"그런데, 왜 너는 예나 편을 드는 거야?"


"뭐?"


"둘이 가족이라도 되는거야?"


"가족 아니야. 우린 친구야!(가족같은 친구지.)"


"아 그래~? 근데 샛별아 뭐 하나 좀 물어볼게!"


"뭔데."


"너는 반 아이들이 왜 예나를 괴롭히는지 아니?"


"뭐 때문인데?"


"바로 나 때문이야. 내가 애들보고 예나 좀 괴롭히라고 시켰거든."


"뭐라고?(역시 뭔가 좀 수상했어.)"


"말 그대로야. 예나가 너무 싫어서 애들보고 걔 좀 따시키라고 했어."


"대체 너가 왜.. 예나랑 친했잖아!"


"친하기는 무슨. 친한 척 한거지. 예나한테 다가간 것도 일부러 다가간 거였어.

예나를 왕따시키기 위해서 말이야. 그나저나 내가 왜 너한테 이 얘기를 해주는 지 아니?


"....... 뭔데."


"바로 너가 우리에게 협조해줬으면 하기 때문이야.

우리반에서 왕따는 예나 하나로 충분해. 두 명은 필요 없어.

또한, 예나는 지금보다 더 괴로워야 해! 그러니까 샛별이 너, 예나 편 들지말고 가만히 있어!"


"뭐라고? 한유미,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애초에 소문이 사실이긴 해?"


"당연히 거짓말이지. 그것도 내가 애들한테 시킨 것 중에 하나야.

왜 그랬냐고? 예나는 그럴만하니까? 걔가 작년에 내 심기를 세게 건드렸었거든."


"너네 둘, 처음만난 사이 아니었어?"


"맞아, 처음 만난 사이. 그런데, 나는 예전에 예나 얘기를 들어서 이미 누군지는 알고 있었어.

내가 4학년 때 같은 반에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었거든? 나는 며칠동안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다가

용기내서 고백하려고 마음을 먹고 며칠 뒤에 고백을 했는데, 자기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 있다면서 내 고백을 걷어 차더라? 근데 친구들에게 알고보니까 그 남자애가 좋아하는 애가 바로 예나라는 거야.

그래서 나는 예나라는 애가 누군지 궁금해서 예나네 반에 가서 몰래 그 애를 보았어.

근데, 걔 나보다 훨씬 더 못생긴 거 있지? 그 남자애는 왜 그런 애를 좋아하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 근데 더 웃긴건 뭔지 알아? 예나 걔, 그 남자애랑 친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별로 관심이 없대.

그 남자애, 나를 찬 이후로 예나한테 티 나게 잘해줬었거든. 고백도 하려고 했고 말이야."


"그래서?"


"그래서라니? 나는 어이가 없었지. 얼굴도 못생기고 수수한 주제에 그 남자애랑 친하게 지냈다는 것도

질투나 죽겠는데, 고백했는데 거절까지? 지가 뭔데 거절해? 배가 부른거지 아주!

나는 그애한테 차인 이후로 반 애들한테서 그 남자애한테 고백했다가 차였다고 놀림감이 되었는데,

걔는 예나랑 하하호호 지내고 있고...

5학년이 되고 나서 교실에 들어갔는데, 예나랑 같은 반이 되었지 뭐야? 그것도 아직 친구도 아직 못사귀고 있었고. 하늘이 나를 도왔지. 그래서 일부러 예나에게 다가간거야. 나머지 일은.. 너도 예상하지?

나 너무 불쌍하지 않아, 샛별아?


"하... 한유미... 너는 지금 이걸 자랑이라고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거야?

너가 왜 불쌍하고 그게 왜 예나 잘못이야? 너가 차인 걸 왜 예나 탓으로 돌리냐고!"


"당연히 예나 탓이지! 나는 예나 때문에 그 애한테 차이고 친구들한테 놀림 받았어.

그때 내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는지 알아?"


"지금 너 때문에, 예나는 그때의 너보다 두배, 세배 더 마음이 아프고 괴로워하고 있다고!"


"그게 내 알바야? 걘 지금 벌을 받는 중이라고!"


"하... 야, 나도 뭐 하나 좀 물어보자?"


"뭔데?"


"너 도대체 반 친구들 어떻게 끌어들인거야? 선생님까지 싹 다 너편이고,

다들 너가 착한 줄 알던데? 너가 이런 애인줄 모르는 거야?"


"이런 애라니? 샛별아, 나는 그저 내가 해야하는 일을 했을 뿐이야!

친구들도 내 말에 깊게 공감해줬고. 물론 너처럼 이렇게 따로 얘기해준 애들도 있지만."


"와 너 진짜..."


그런데 갑자기 샛별이가 손으로 내 양쪽 어깨를 잡더니, 세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악! 아파!"


"장샛별. 지금부터 내 말 잘들어. 너 내가 이 얘기한 거 장예나랑 선생님, 그리고 다른 애들한테

말하는 순간, 너 학교생활 장예나처럼 되는 거야. 알았어? 어쩌면 장예나보다 더 심할 수도?

하지만 장예나를 대신해서 너가 왕따가 되고 싶다면 맘대로 하던가~?"


"으.. 너무 아파.."


나는 너무 아파서 유미의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점심시간이 끝났다는 예비종이 울리자, 우리는 아무말 없이 조용히 교실로 들어갔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다들 고생 많았어.

청소당번은 열심히 청소하고, 다들 집에 조심히 들어가!"


"네!!"


"그래그래~ 뛰지 말고! 천천히 나가자!"


어느덧 시간이 지나, 마지막 수업 시간이 끝났다.

나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며,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나쁠 수 있지..?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억지로 잘못을 만들어서 따돌리고...

게다가 어떻게 다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외면하고 방관할 수 있는거지..?


한유미 이 나쁜 녀석.. 자기는 아닌 척 친구들을 이용해서 예나를 괴롭히다니...


내가 살고있는 포그니왕국에는 이런 일이 일어났던 적이 전혀 없는데...

이게 내가 그동안 궁금해하고, 그토록 가고 싶었던 인간계의 현실인걸까?

현실이 맞다면 나 인간계가 너무 무서워질 거 같아.....


예나가... 우리 언니가... 너무 불쌍해... 생각할 수록 마음이 아파..

이를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또 예나 생각이 나 눈물이 나오려던 그때, 두 여자아이가 다가왔다.


"저기, 샛별아..."


"응..? 아 미안해. 오늘 너희들이 청소당번이구나.

빨리 비켜줄게!"


"그게 아니라.. 저기 우리가 너에게 해줄 말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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