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깨닫음을 얻다
<지난 이야기>
"나한테 할 말이 뭔데?
"네가 꼭 들어줬으면 하는 얘기가 있어. 예나 얘기야."
"어..?"
내게 할 이야기가 있다며 다가온 두 여자아이의 이름은 김아윤과 하율희였다.
나는 그들이 오늘 교실 청소당번이라 빨리 자리를 비켜달라는 줄 알고 나가려는데,
그들이 나에게 할 얘기가 있어서 다가온 거라며, 여기에 남아달라고 했다.
"그런데 너희들 청소당번 아니야?"
"맞아. 그래서 말인데, 샛별아 혹시 청소 끝나고 얘기해주고 싶은데
조금 기다려줄 수 있을까..? 최대한 빨리 끝낼게!"
"음... (어차피 지금 인간이라 예나 집에 못 가니까...) 그래!
차라리 내가 청소 도와줄게! 셋이 하면 빨리 끝날 거 아냐."
"헉.. 정말? 안 그래도 되는데! 정말 고마워 샛별아!"
"그래, 빨리 끝내고 얘기하자."
나는 아윤이와 율희를 도와 열심히 교실을 청소했다.
그런데, 복도 청소당번이었던 민석이가 청소를 끝내고 교실에 돌아와
청소를 하는 내게 말을 걸었다.
"야, 너희들.. 우리 복도 청소 다 해서 먼저 간다... 응? 장샛별, 너도 청소당번이었어?"
"아.. 아니.. 아윤이, 율희랑 같이 어디 좀 가기로 해서."
"장예나랑 같이 안 가고?"
"응.."
"ㅋㅋ 너 이제 장예나 편 안 들기로 했구나?"
"뭐..?"
"애초에 너만 장예나 편드는 것도 이상하지. 너도 우리 반 앤 데!
그런 애는 우리 반에서 나가야 해! 생각 잘했어~ 나 먼저 간다!"
"하... 쟤가 또..."
민석이의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 때문에 또 열이 받쳐 올라오려고 하는데,
민석이와 같이 복도 청소당번이었던 유미가 교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청소하는 나를 보고 다가와 아까 점심시간의 일은 까맣게 잊어버린 듯이
내게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 샛별아~ 너도 청소당번이었어?"
"(저 소름 돋는 녀석..) 아니, 아윤이랑 율희랑 어디 좀 가기로 해서."
"어머? 예나는?"
"먼저 집에 갔어."
"너희 둘이 가족 아니었어? 같이 안 가?"
"뭔 소리야. 가족 아니라니까."
"아~ 그렇구나ㅎㅎ"
그때, 유미가 내게 가까이 오더니 어깨에 손을 얹고 귀속말로 말했다.
"장샛별 너, 아윤이랑 율희한테 아까 점심시간 때 했던 얘기 하기만 해 봐,
너 진짜 학교생활 종 치는 거야. 알겠어? 난 분명 말했다?"
그러면서 아까처럼 또 내 어깨를 세게 주물렀다.
"아악.. 아파..!
아.. 한유미.. 쟤가 진짜..!"
"휴우! 드디어 끝났다ㅎㅎ"
"샛별아, 우리 청소하는 거 도와줘서 고마워!"
"아냐 별말씀을. 우리 빨리 얘기하자!"
드디어 교실 청소가 끝나고, 나랑 아윤이, 율희는 학교가 아닌
학교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외진 곳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 카페는 아윤이와 율희의 오랜 단골 카페라고 한다.
나는 그들을 따라 카페로 들어가 자리를 잡은 뒤,
카운터로 가서 아이스티 3잔을 주문했다.
외진 곳이라 손님이 별로 없던 탓에 주문한 지 5분도 안 돼서 음료가 나왔다.
카페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웃으며 음료를 가져다주셨다.
"아윤이랑 율희, 오늘도 왔네?"
"네, 그럼요! 저희는 카페 중에서 여기가 제일 좋아요!"
"늘 고마워! 손님, 여기 아이스티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쿠키는 서비스! 사이좋게 나눠먹어야 한다?"
"네, 감사합니다!"
음료까지 나왔겠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주로 아윤이가 이야기를 했고, 율희는 아윤이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거나
그녀가 하는 얘기에 덧 붙여서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얘들아, 예나 관련해서 할 이야기가 뭔데?"
"어.. 그게.. 샛별이 너도 알고 있겠지만,
예나가 지금 우리 반 왕따잖아?"
"응. 근데?"
"근데 예나가 왕따가 된 이유가 혜린이 얘기를 유미에게 함부로 하고,
자신의 비밀을 지켜준 유미한테도 화를 냈고, 그 애들 말고도 다른 애들한테도
말을 함부로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잖아?
그런데 사실, 예나에게 퍼졌다고 하는 소문.. 전부 다 한유미가 애들한테
시켜서 퍼진 헛소문이야!"
"뭐야.. 너네 다 알고 있었어..?"
"응? 샛별이 너는 벌써 알고 있었어?"
"하... 그럼 너네들 전부 다 헛소문인 거 알고 있었으면서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던 거야?"
"잠깐만, 샛별아! 우리 이야기 아직 안 끝났어!"
"맞아! 일단 우리 이야기부터 끝까지 들어줘!"
"....... 알았어. 일단 마저 얘기해 봐."
"사실 며칠 전 예나랑 유미가 복도 청소 당번이었던 날, 우리는 교실 청소당번이었거든.
예나가 복도에서 유미에게 혜린이 이야기를 했을 때, 우리는 걸레를 빨러 교실로
돌아오는 길에 그 두 사람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어.
그날 예나는, 유미에게 정말로 혜린이 뒷담화를 하지 않았고, 혜린이 생일 선물
때문에 이야기를 했던 거였어. 혜린이가 예나에게 화내면서 울었던 그날,
다른 애들이 예나와 유미가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고 했는데, 그 당시에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사람은 나랑 율희밖에 없었거든. 그럼 무슨 뜻일까?"
"무슨 뜻인데..?"
"한유미가, 다른 애들한테 예나가 자기에게 혜린이 뒷담화 했다고 거짓말하고,
또한 들었다고 거짓말 치라고 시키고, 아림이가 진짜냐고 물어봤을 때,
자기는 진짜로 예나에게 들은 척, 억울한 척했던 거야!"
"하... 근데 혜린이는 예나가 자기 얘기를 그렇게 했다는 걸 누구한테 들은 거지?
한유미는 그날, 학교에 늦게 왔잖아!"
"그게, 그것도 들었는데, 아림이가 혜린이랑 루나한테 가서 예나가 그런 얘기를 했다고
말했더라고.. 그래서 그걸 들은 혜린이가 정말 화가 나가 나서 예나가 오자마자
자리에 가서 크게 화를 내면서 울었던 거고."
"하..."
"그날 이후로 예나가 혜린이랑 유미 말고도 다른 애들 뒷담 화하고 다녔다는 둥,
잘난 척하고 다닌다는 둥, 다른 반 애들까지 욕하고 다녔다는 둥 같은 헛소문이
우리 반뿐만이 아니라 다른 반까지 소문이 퍼졌고, 반 아이들 모두 예나를 싫어하게 돼서
자꾸 반에서 나가라고 하는 거지."
"근데, 도대체 왜 예나 얘기를 아무도 안 들어주는 거야?"
"한유미가 시켜서 그런 거니까. 한유미는 사실 우리 반 실세 같은 애라서. 반장인 아림이도
걔한테는 꼼짝을 못 해. 걔네 엄마랑 아림이 엄마랑 회사 선후배 사이래나 뭐래나."
"또한 한유미가 자기 말 안 듣는 애들한테는 화장실로 데려가서 어깨를 세게 주무르거나
약점 가지고 협박하기도 했고 말이야."
"하..."
"우리 반 애들, 사실 한유미가 그런 애라는 거 알고 있는 애들 많을 거야.
하지만, 걔가 워낙 무서워서 꼼짝을 못 하는 거뿐이지. 물론 박민석이나 김아림 같이 한유미를 잘
따르는 애들은 예외지만."
"그럼, 혜린이랑 루나는? 걔네도 한유미랑 한 패지?"
"걔네는 4학년 때부터 친했다고 하는데, 사실 혜린이랑 루나가 먼저 친했는데,
한유미가 끼어든 거 같다는 얘기도 있어."
"근데, 얘들아. 너네 나한테 왜 이런 얘기를 해주는 거야?
이미 알고 있었는데 가만히 있었으면서 이제 와서 왜..!"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는 점점 화가 났다.
그들은 왜, 전부 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외면하고 방관하고 있었던 걸까?
그러면서, 왜 이제 와서 나한테 사실대로 다 얘기하는 거지?
그런데, 갑자기 율희가 아이스티를 끝까지 다 마시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사실 우리도 그동안 예나가 계속 신경 쓰였고 도와주고 싶었어.
하지만, 한유미나 김아림 같은 애들이 우리도 예나처럼 왕따 시키면 어쩌나
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예나가 반 전체에 헛소문이 퍼져도, 툭하면 반에서 나가라며
책상이랑 가방을 뒤져본 것도 우린 전부 뒤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
"하지만 너희들,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나쁜 거야. 너희들도 똑같이 예나를 간접적으로 괴롭힌 거라고!"
그러자, 아윤이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우린 방관자야. 하지만 그러면서 우리도 계속 마음에 걸렸어. 예나한테 미안하기도 했고.
그런데, 오늘 네가 계속 예나 옆에 있으면서 편 들어주고, 반 아이들이 다 같이 너한테까지 뭐라고
하는데도 신경 쓰지 않고 반 아이들에게 화내면서 끝까지 예나 옆에 있어준 너를 보면서, 우리는 결심했어.
우리도 샛별이 너처럼. 더 이상 방관하지 않고 예나 편이 되어주기로 말이야.
기회가 된다면, 예나에게 우리가 잘못한 걸 솔직하게 사과하고, 용서받고 싶어.
그날 일이나 한유미가 한 짓들도 선생님이나 다른 애들한테 다 밝히고!"
"너희들..."
그들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인간계에 나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이를 바로 잡으려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다. 다행히 인간계가 아직 안 무서워질 거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윤이와 율희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아윤이도 남은 아이스티를 다 마시더니 말을 꺼냈다.
"저기, 샛별아!"
"응..?"
"정말 미안해. 너 혼자만 예나 편들게 해서.
또한 우리는 그 상황의 진실을 알고 있는데도 가만히 있어서."
"아윤아.."
율희도 아까보다 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헀다.
"맞아, 이제는 우리도 예나를 도와주고 싶어!
너만 괜찮다면.. 우리도 너와 함께 해도 될까?"
"율희야...
그럼, 당연하지! 우리 셋이 힘을 합쳐서
예나를 도와주자!"
"그래 좋아! 근데,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걱정 마. 너희 덕분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그게 뭔데?"
"그건....."
"좋은 생각인데? 그렇게 하자!"
"그래~ 샛별이 너 머리 좋다!"
"ㅎㅎ..."
나는 아윤이와 율희의 결심 덕분에 셋이 힘을 합치기로 했고, 나는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그 방법은 당시 상황에 예나와 유미 말고도 유일하게 같이 있었던 그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예나야, 드디어 나 말고도 너의 편이 되어줄 친구들이 생겼어!
조금만 기다려. 나는 너를 반드시 지킬 거니까."
다음 날 아침, 나는 학교에 제일 먼저 등교했다.
나는 '코코'로서 예나네 집에 갈 수 없었기 때문에,
지난번에 예나와 함께 간 자연 그 어딘가의 공간에서
잠을 잤다.
조금, 아니 많이 무서웠지만 사람들이 안 다니는 곳이라
나는 예나를 생각하며 잠깐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바로 학교에 간 것이었다.
어제 우리는 학교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만한 세 가지 가설을 세운 뒤 한유미와 반 아이들을 혼내주기 위한 계획을 짰다.
먼저 첫 번째, 오늘은 수요일이라 마지막 교시가 창체시간이고, 이때 학급회의를 하기로 했다.
반장 김아림이 건의사항을 받을 때, 아윤이랑 율희가 손을 들어 선생님과 모두의 앞에서
예나에게 했던 그들의 잘못 및 한유미의 민낯을 드러내서 어느 누가 끝장날 때까지
한번 해보자는 계획이다. (근데 이건 평화를 추구하는 포그니 왕국의 인형으로서
별로 원치 않는다. 아윤이가 강하게 주장한 계획이다.)
두 번째, 점점 예나를 괴롭히는 수위가 점점 세지고 있어서, 오늘이라고 예나를
안 괴롭힌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 예나를 보고 있다가,
누군가 예나를 괴롭히려고 하는 그 순간! 우리가 나서서 예나를 지켜주고,
그들을 막는 것이다. 그런 뒤에 그들에게 잘못을 확실히 상기시켜 주고,
그들의 중심인 한유미의 민낯을 전부 다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도 선생님 앞에서 말이다! (이건 율희의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우리는 이제 이 상황을 끝내 보기로 했다.
비록 쉽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한 친구를 따돌리는 그런 일이 더 이상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건 내가 생각해 놓은 게 있다. 내 방식대로 예나와 친구들이 화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선생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말이다.)
아침이 되자, 반 아이들이 하나둘씩 교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윤이랑 율희도 함께 왔다.
"안녕, 샛별아! 엄청 일찍 왔네?"
"으응.. 나 원래 좀 부지런하거든!(새벽에 왔으니까..)"
그 뒤로 예나도 교실로 들어왔다.
" 예나야, 안녕? 잘 잤어?"
"어..? 응.."
("여전히 기운이 없어 보이네.. 오늘도 아침밥 안 먹고 왔겠지...?")
내가 속으로 예나를 걱정하고 있던 그때, 아윤이가 다가와 나에게 귀속말을 했다.
"샛별아, 오늘 알고 있지?"
"그럼 당연하지.. 걱정하지 마! 우리는 잘할 수 있어!"
율희도 우리의 귀속말에 끼어서 말했다.
"우리 잘해보자! 아자아자 파이팅!"
시간이 지나 창체시간이 되었다. 다행히 오늘은 이 시간이 오기까지
별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어제처럼 예나의 책상과 가방을 뒤지고, 공책에 낙서하는 아이들도 없었고,
바닥에 떨어진 예나 짐을 일부러 밟고 다니지도 않았다.
그저 오늘도 어김없이 예나를 없는 사람처럼 무시만 할 뿐이었다.
드디어 마지막 교시가 되었다.
반장인 김아림이 칠판 앞으로 나오면서 학급 회의가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학급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건의사항 있으면 손을 들고 말씀해 주세요."
그때, 나와 아윤이, 율희는 서로 눈을 마주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아윤이가 세운 첫 번째 계획으로 실행될 것 같았다.
아.. 최대한 평화를 깨지 않게 해야 할 텐데...
조금 걱정이지만, 일단은 실행시켜 보기로 했다.
나는 바로 손을 들었다.
"네, 장샛별 학생. 어떤 건의 사항인가요?"
"저는 지금 우리 반에서 일어나는 이 상황에 대해 건의하고 싶습니다."
"네?"
그때, 선생님이 일어나서 나에게 말했다.
"샛별아, 지금 우리 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뭔데?"
나는 선생님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반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언.. 아니 장예나 학생을 왕따 시키고 있는 상황이요."
그때, 선생님이 깜짝 놀라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라고? 예나가 왕따라고? 그게 지금 무슨 소리니?"
그때, 아윤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이었다.
"샛별이 말이 맞아요. 지금 예나는 반 아이들 모두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어요. 여자애들은 예나를 피해 다니고,
남자애들은 예나를 놀리며 장난을 쳤죠.
또한 툭하면 반에서 나가라며 책상과 가방 속을 뒤지고
책상과 공책에 낙서까지 했어요."
"뭐라고..?"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전에, 율희가 말을 이었다.
"사실 저와 아윤이도 방관자예요. 예나의 진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저희들도 왕따 당할까 두려워 가만히 있었어요.
하지만, 어제 다른 애들에게 무시를 당하면서도 샛별이가 예나의 곁에
끝까지 있어준 덕분에, 저희는 저희 행동을 반성하고, 샛별이의 뜻을
함께하기로 했어요."
아윤이와 율희는 예나를 향해 동시에 말했다.
"예나야, 너를 도와주지 못하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어서
정말 미안해. 우리는 네가 그런 애가 아니라는 거 알아!
이제부터 우리가, 잘못을 바로잡아볼게."
우리 세 사람의 말에 아이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김아림이 말했다.
"야, 장샛별, 김아윤, 하율희 너희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장예나는 우리 반 아니라고 몇 번을 말.. 아차!
그때, 선생님이 소리쳤다!
"김아림!! 너 또 그 소리니?
예나는 누가 뭐래도 우리 반이라고 몇 번을 말했니?
그리고 5학년 3반 너희들, 샛별이랑 아윤이, 율희 말대로
정말 예나 반에서 나가라고 예나 책상이랑 가방도 뒤지고,
공책에 낙서까지 했어? 너희들 정말 실망이야."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나는 말했다.
"선생님도 똑같아요. 처음에 예나 말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으시고,
예나한테만 뭐라고 하셨잖아요!"
"뭐? 장샛별, 너 지금 선생님한테 무슨 말버릇이니?"
아윤이가 내 말을 이었다.
"샛별이 말이 맞아요. 지난번에 예나가 혜린이 뒷담화를 했다며
선생님께 혼났던 그날, 선생님은 예나의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으시고
한유미와 아이들의 말만 들으시고 예나를 혼내셨죠.
근데요, 선생님. 그거 아시나요? 사실 예나는 정말로, 혜린이 뒷담화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요!"
그때, 혜린이가 당황스러워하며 말했다.
"아윤아, 그게 무슨 말이야? 장예나가 내 뒷담화를 하지 않았다니?"
"말 그대로야. 예나는 그때 정말로 한유미와 너의 생일 선물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사실 그때, 나랑 율희가 교실 청소당번이었어서 같이 있었거든."
"그럼 유미가 들었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장예나가 내 뒷담화 한 거,
다른 애들도 들었다고 했잖아!"
"그거, 전부 다 한유미가 시킨 거야!"
"뭐라고..?"
나와 아윤이, 율희의 폭로로 우리 반 학급 회의 시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한유미는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처럼 째려보기 시작했고, 혜린이는 당황하고,
다른 아이들도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을 진정시키셨고, 우리에게 일단 계속 말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점심시간에 한유미와 따로 이야기한 내용과 한유미가 다른
애들을 협박한 내용, 다른 애들을 시켜서 예나의 헛소문을 퍼트린 내용,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유미가 예나를 왕따 시킨 이유까지 전부 폭로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유미에 대한 민심이 점점 안 좋은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본 유미는 우리에게 짜증 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들, 내가 그랬다는 증거 있니? 설마, 증거도 없으면서 나를 몰아가는 건 아니지?"
"증거..?"
아 맞다 증거! 제일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폭로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증거를 잊고 있었다!
어떡하면 좋지...?
그러던 그때, 내 원피스에 그려져 있는 큰 별이 다시 한번 우리 반 전체로 빛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으아.. 눈부셔!"
이번 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눈부신 빛이었다.
그러던 그때, 예나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유미에게 말을 꺼냈다.
나와 다른 애들, 그리고 선생님은 모두 예나를 바라보았다.
"유미야, 나는 네가 처음에 나에게 다가와주었을 때, 너에게 너무 고마웠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혜린이랑 루나랑 사이좋게 지냈던 그 순간들도 너무 좋았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혜린이 험담을 했다는 거짓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로는
너를 비롯한 다른 애들이랑 멀어져 버려서 나는 너무 슬펐고, 학교에 다니기 싫었어.
내가 말을 해볼 틈도 없이 바로 내가 나쁜 사람이 되어버렸고,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도
괜히 주눅 들게 되더라. 친구들이 아무리 나를 피하고 괴롭혀도, 쥐 죽은 듯이 살아야겠다 싶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조용히 지내왔는데, 샛별이와 다른 친구들이 내 편을 들어준 덕분에
이제는 말할 용기가 생겼어.
얘들아, 그리고 선생님! 저 다른 애들 막 욕하고 다니고 그런 사람 절대 아니에요!
혜린이 부모님께서 이혼하셨다는 사실도 처음부터 전혀 몰랐어요! 혜린이가
저에게 화 내고 나서 그제야 알았고요. 정말이야, 혜린아! 내 말을 믿어줘!"
"예나야..."
내 원피스에 있는 큰 별이 두 번째 기적을 일으킨 것 같았다.
예나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금 일어나는 반의 어두운 상황들을
빛으로 감싸 밝히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말이다.
그 이후로 예나는 자신의 속마음을 계속 이야기했고,
다행히 혜린이와의 오해를 풀어 화해를 할 수 있었다.
한유미는 이제 본색을 드러내 더 이상 착한 척을 하지 않았다.
예나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는데도, 듣기는커녕,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한유미, 김아림, 박민석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예나에게 사과했고, 선생님도 예나에게 미안하다며 진심으로 사과하셨다.
또한 선생님은 그동안 예나를 괴롭힌 반 아이들 전부에게 반성문 100장을 쓰고
부모님의 사인을 받아오라는 벌을 내리셨다.
모든 만행이 드러난 한유미는 혜린이와 루나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과 모두 사이가 멀어졌고,
예나 일로 이후에 부모님을 모셔오게 되었는데,
한유미네 엄마는 예나에게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하시며,
한유미를 먼 시골에 있는 학교로 전학시키겠다고 하셨다.
김아림과 박민석은 여전히 한유미 편이고 예나를 싫어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있는 앞에서 더 이상 대놓고 괴롭히는 짓은 하지 않게 되었다.
아윤이와 율희는 예나에게 그동안의 과거를 반성하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했고,
예나는 이를 받아들여, 아윤이, 율희랑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그날 밤, 나는 원래 인형 코코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시 예나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너무 다행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간이 되어 학교에서 예나와 함께해서 정말 좋았다!
예나는 원래의 밝고 잘 웃는 예나로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나를 힘껏 안아주며, 말했다.
"코코, 우리 엄청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던 거야? 설마 밖으로 나갔던 건 아니지?"
"음... 비밀!"
예나에게 샛별이에 대한 얘기를 살짝 떠봤는데, 그런 애는 반에 없다고 한다.
아마도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내가 있었던 흔적이 전부 사라진 모양이었다.
나는 신께서 깨닫으라고 하신 세 가지 중에 첫 번째 깨닫음을 얻은 것 같았다.
그것은 바로, 정의다.
정의란, 잘못된 것을 올바른 것으로 바로 잡으려는 것이다.
나는 아윤이, 율희와 함께 왕따와 따돌림, 그리고 한유미의 행동을 모두 폭로하면서,
반 아이들과 선생님의 잘못을 바로 잡고 반에서 일어났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아윤이와 율희도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예나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화해한 뒤,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
인간계에는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못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지켜주는 좋은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는 '정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형 수련생으로서 한 발짝 성장했다고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