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이 오다(상)

오래간만의 재회

by 연두

13화 코코, 인간이 되다(하)

<지난 이야기>


그 후로, 1년이라는 시간이 또 지나, 언니는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언니의 6학년 반 배정은 다행히도 아윤이, 율희와 함께 같은 반이 되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박민석, 김아림 같은 애들과는 다른 반이 되었고,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고 한다.

심지어 언니는 6학년 새로운 반의 부반장이 되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원래의 밝은 성격으로 돌아온 덕분인 것 같다. 정말 다행이었다.

언니가 부반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언니를 껴안으면서 축하해 주었다.

그때 축하해 줘서 고맙다며 두 뺨이 빨개지며 해맑게 웃던 언니의 미소는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생각난다.



그런데 요즘, 언니가 걱정이 많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는 건 내년에 졸업해서 중학교에 가야 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데도 반에서 유난히 공부를 잘했던 예나 언니는 작년에 따돌림을 당했던 와중에도 반에서 항상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는 요즘 언니에게 공부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고 한다.


"예나야, 너 이제 6학년인데, 공부 좀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니?"


"엄마, 저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방금 전까지도 공부하고 있었어요!"


"아니,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지!

그래야 나중에 중학교 올라가서도 친구들한테 뒤처지지 않지!"


"하... 엄마, 저도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그냥 저를 좀 내버려 두시면 안 될까요?"


"나중에 사립 중학교 갈려면 지금부터 더 열심히 해야 해! 엄마가 지금이라도 학원 보내줄까?"


"아, 엄마!!!"



오늘도 언니는 엄마에게 한바탕 잔소리를 듣은 뒤

터벅터벅 방으로 돌아왔다.


언니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벌러덩 눕더니

나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코코.. 언니 요즘 너무 힘들다.."


" 왜? 엄마가 또 잔소리했어?"


"응... 요즘 따라 계속 공부하라고 난리시네.

나는 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는데,

엄마는 내가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기를 바라시나 봐.

밤이라도 새야 하는 걸까..."


"엥? 언니! 밤새는 건 아니야..

무리하려고 하지 마.."


"그냥 해본 소리야..ㅎㅎ"


".........(거짓말. 진심으로 말한 거면서.)"



그 후로 며칠 뒤 주말 아침, 엄청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집으로 놀러 오셨다.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언니와 나는 잠에서 깬 그때, 엄마가 방으로 들어오셨다.


"예나야, 얼른 일어나렴!"


"으음.. 엄마 무슨 일이에요.. 오늘 주말인데.."


"할머니, 할아버지 오셨어!"


"네..? 우와! 정말이요?"


"그래~ 얼른 씻고 인사드려!"


"네!"


엄마가 방을 나가신 뒤, 언니는 신난 듯 나를 번쩍 들며 말했다.


"코코 들었지? 지금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오셨대!"


"응, 들었어! 언니 좋겠네!"


"그럼~ 할머니 할아버지가 집으로 오신 건 정말 오랜만인걸!"


언니는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놀 생각에 신이 난 얼굴로 방 밖으로 나갔다.



밖에 나가니 소파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앉아계셨다. 언니는 그들을 향해

달려가 꼭 안아드렸다. 언니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오셨어요?"


언니가 말하자, 할머니는 인자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그래~ 우리 강아지 잘 잤어~? 그동안 잘 지냈고?"


"그럼요!"


"오늘 무슨 일로 오셨어요~?"


언니의 질문에 할아버지도 밝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그야 우리 손녀가 너무 보고 싶어서 왔지?"


"우와~ 정말요? 저도 할머니랑 할아버지 너무 보고 싶었어요!"


나는 슬쩍 방문을 열어서 몰래 지켜보고 있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안긴 언니의 모습은 정말 밝고 귀여웠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이쪽을 바라보려고 하자, 나는 잽싸게

방 문을 닫아버렸다.


"휴.. 들킬 뻔했네.."


그래서 나는 방문에 귀를 쫑긋 대고 밖에 대화를 엿들었다.



그때, 밖에서 할아버지가 말했다.


"우리 손녀, 오늘 오랜만에 할아버지랑 만났는데, 밥 먹고 밖에 산책 갈까?


"우와, 정말요? 좋아요! 저도 오랜만에 할아버지랑 산책 가고 싶었어요!"


"허허, 우리 손녀가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네!"


그래서 언니는 밥을 먹고 할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약 2시간 정도가 지나고, 산책을 나간 할아버지와 언니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시끌시끌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소리를 듣고 방문으로 가 귀를 대고 듣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할머니 저 왔어요!"


"우리 딸 왔어?

어머, 근데 양손에 들고 있는 이건 뭐야?

또 인형이야?"


엄마가 놀라면서 말하자, 아빠도 말했다.


"아니, 아버지 예나 인형을 또 사주셨어요?

집에 아직 많은데..."


그런데 엄마가 예나가 들고 있는 인형을 자세히 보더니 말했다.


"근데 이거, 코코랑 똑같이 생겼네!"


"엥 정말? 그러고 보니.. 맨날 예나가 끼고 있는 인형이랑 똑같이 생겼잖아? 그것도 두 개?"


할아버지는 깜짝 놀란 엄마와 아빠를 뒤로하고

엄청 신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허허, 우리 손녀가 인형 좋아하잖아~

우리 손녀랑 산책하는데, 내가 4년 전에 사준 인형이

너무 좋다고, 가족처럼 가까이 지낸다고 얘기하길래,

이참에 그 인형에게도 인형 가족을 만들어줘야겠다 생각해서 이불가게에 가서 똑같이 생긴 걸로 사 왔어!


그러니까 우리 손녀가 엄청 좋아하는 거 있지~"


"어휴..."


아빠의 한숨에 할머니는 엄청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허허허 저 영감, 또 시작이여~ 하여간 인형은 억수로 좋아한다니까~"


" 그럼! 나는 봉제 인형을 사랑한다고!

부드럽고 귀엽잖어! 허허허~"


"못 말린다니까 허허허"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말에 아빠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휴... 예나 내년에 중학교 들어가는데..

이제 공부도 해야 하는데

계속 인형이랑 놀게 할 수는 없잖아요 애도 아니고."


그 말에 할아버지는 조금 화가 나셨는지 호통 치셨다.


"뭐? 그럼 우리 손녀가 아직 애지, 어른이여?

인형 가지고 노는 게 뭐가 어때서, 그리고 공부?

우리 손녀는 아직 한참 친구들이랑 뛰어놀고,

인형이랑도 놀아도 돼! 인형이 뭐가 어때서!


너랑 며늘아가 설마, 우리 손녀한테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거 아니지?"


"........."


할아버지의 호통에 할머니가 그를 진정시키며

중재에 나섰다.


"에이, 영감 진정혀. 부모니까 애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그리고 영감 예나한테 인형 좀 많이 사주는 거 같긴 혀~ 아무리 애가 좋아해도 그렇지 집에 많이 있는디. 애들이 괜히 말한 게 아니여~ 이번까지만 사주고 그만 사줘~"


할머니의 말씀에 할아버지는 못마땅하신 듯한 얼굴로 대답하셨다.


"알겠네 할멈."


"아들 너도 그만허고."


"네, 어머니."



"나랑 똑같이 생겼다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나는 깜짝 놀랄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언니에게 나 말고 또 새로운 인형이 생겼고, 게다가

나랑 똑같이 생겼다..? 기분이 이상했다.


"게다가 나는 포그니 왕국에서 온 특별한 인형 수련생.

이곳에서 나랑 똑같이 생긴 인형은 없을 텐데...? 대체 어떤 인형일까?"


그러던 그때, 가족들과의 대화를 끝내고 언니가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잽싸게 침대로 돌아와 앉아있었다.


"언니 왔어?"


"휴... 아빠랑 할아버지도 참...

괜히 인형 때문에 싸우시고.."


"언니, 무슨 일 있었어?"


"그게... 아빠가 할아버지께 나 또 인형 사주셨다고

뭐라고 하시니까 할아버지가 갑자기 화내셔서..

나도 인형이 너무 좋은데 엄마랑 아빠는 애기 같다고

생각하시나 봐. 이해를 못 해주셔."


"아.. 그렇구나.. 그럼 양쪽 손에 들고 있는 인형은.."


"아, 이 인형들? 어때, 너랑 정말 똑같이 생겼지?

할아버지랑 산책 가다가 코코 너 얘기를 했는데,
할아버지께서 언니가 학교 갔을 때 코코 혼자 많이 외로울 것 같지 않냐면서 이불가게에 가서 너랑 똑같이 생긴 인형들을 사주셨어.


그동안 언니가 학교 갔을 때, 우리 코코 많이 외로웠지?

이제 언니 학교 갔을 때 방에서 외롭게 혼자 있지 말고,

이 인형들이랑 같이 있어!"


"어..? 이 애들은..?"


언니가 들고 있는 두 인형을 자세히 보니

그 아이들을 매우 닮아 있었다.

그럼... 설마..?


"응? 코코, 왜 그래?"


"언니... 이 애들은 그냥 인형이 아니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인형이 아니라니?

그럼 너처럼 특별한 인형이라는 거야?"


"그래, 이 애들은..."


그때, 언니 양손에 들고 있던 두 인형이 조금씩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얘들이 왜 움직이지?"


잠시 뒤, 언니 품을 빠져나온 그들은

나를 향해 다가와 덥석 안았다.


"으억..!"


그러면서 둘이 동시에 말을 꺼냈다.


"언니,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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