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지내게 되다
<지난 이야기>
"너.. 너희들이 어떻게..?"
나는 정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있는 얘네들이.. 설마 그 애들이겠어 싶었는데..
정말로 그 애들이 맞았다.
옆에 있던 예나 언니도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헐.. 얘네도 움직이고 말을 하네..?
그리고 코코가 언니..?
코코,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하..."
나는 이렇게 된 김에 언니에게 이들의 정체를 밝히기로 했다.
"언니 얘네들, 포그니 왕국에서 온 내 동생들이야."
"네가 옛날에 말했던 그 동생들..? 얘네가 걔네라고..?"
"응.. 야, 너희들이 언니한테 직접 소개해."
"응, 알겠어!"
동생들은 한 명씩 언니에게 직접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루루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주인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나나라고 해요. 저희 코코 언니가 신세 많이 지고 있죠? 감사해요! 저도 앞으로 신세 좀 지겠습니다!"
"하.. 나나..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들의 소개에 언니는 활짝 웃으며 언니 자기소개를 했다.
"루루! 나나! 만나서 반가워! 나는 장예나야.
초등학교 6학년! 앞으로 잘 지내자!"
"네!!"
"그리고 앞으로 너희들도 코코처럼 나보고 언니라고 불러! 말도 편하게 하고!
코코 동생이라면, 내 동생이기도 하니까!"
"우와~ 정말?! 그럼 이제부터 예나 언니라고 부를게!"
"알겠어, 언니!"
그런데,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간계 수련을 같은 곳에서 하는 인형들이 있나?
세 명이 한 집에서 수련을 할 수 있나?
또한.. 하필 왜 새로운 인형이...
평범한 인형도 아니고 포그니 왕국에서 온
내 동생들이냐고!!!
나는 속으로 이 상황을 부정하고 있었는데, 내 표정이 안 좋아 보였는지 언니가 걱정되는 표정으로 말했다.
"코코, 왜 그래? 어디 아파?"
그러자, 루루가 말했다.
"언니, 뭐가 마음에 안 들어?
예나 언니! 코코 언니 저 표정, 어디 아파서가 아니라 무언가 불만 있는 표정이야!"
"그래? 코코, 뭐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어?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거야?"
"아... 아니...
루루, 그런 거 아니야!"
(그건 또 어떻게 안 거야..)
루루, 나나는 나보다 2살 어린 쌍둥이 동생들이다. 성향이나 성격은 정 반대지만 쿵짝이 잘 맞는다.
특히 엄마랑 아빠한테 뭐 사달라고 떼쓰거나, 나한테 자꾸 놀아달라고 징징댈 때 말이다.
루루는 나처럼 밝고 명랑하며 활발하지만, 호기심이 많아 사고를 잘 치며, 장난꾸러기이다.
포그니 왕국에 있을 때, 자주 집에서 물건이랑 물건은 다 어질러놓고, 때리고 부수고 망가뜨렸었다.
(그래도 항상 혼나는 건 나였지.. 어휴...)
나나도 아이 특유의 밝은 성격은 있지만, 루루보다 얌전하고 차분한 편에 속한다.
그리고 무지 똑똑하다. 언니인 나보다 더.
포그니 왕국에 있을 때, 집에서 날뛰는 루루를 진정시키다
지친 나를 보고 그녀가 나서 나 대신 루루를 진정시켜 준 적이 몇 번 있었다.
(근데 얘도 내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언니랑 동생들이 서로 자기소개도 했고, 나는 본격적으로 동생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얘들아, 너희들 어떻게 인간계에 오게 된 거야?"
루루가 말했다.
"그야, 당연히 인간계로 수련하러 왔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아니, 너네 아직 수련할 때가 아닐 텐데
어떻게 온 거냐고."
나나가 말했다.
"그럼 언니는? 언니는 그때 지금 우리보다도 더 어렸는데 인간계로 수련하러 갔잖아! 언니가 갑자기 사라져서 우리가 얼마나 걱정되고 보고 싶었는 줄 알아?"
루루가 나나의 말을 이었다.
"맞아! 그때 언니가 갑자기 없어져서 얼마나 걱정했는데!
그때 엄마, 아빠가 언니 찾느라고 고생 좀 했지."
"....... (엄마도 나를 찾았다고..?)
아니, 왜 갑자기 내 얘기로 빠지는 거야?
너네가 여기에 어떻게 온 거냐고 물어봤잖아!"
나나가 말했다.
"언니가 인간계로 수련하러 간 걸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포그니 왕국의 법이 바뀌어서 수련을 갈 수 있는 인형들의 시기가 많이 빨라졌어. 그래서 나랑 루루도 때가 돼서 오게 된 거고."
또 루루가 나나의 말을 이었다.
"나나 말이 맞아! 우리 그래서 수련 출정식 하고 인간계로 왔는데, 어떤 이불가게의 매대 위로 떨어져서 잠깐 불시착하게 되었고, 며칠이 지난 오늘, 할아버지와 예나 언니가 나랑 나나를 데려온 거야.
그것도 언니랑 많이 닮았다면서 말이야!
그때 우린 확신했지! 우리 코코 언니가 여기 있을 거라고 말이야! 근데 정말 있었네?"
"아... 그렇게 된 거구나.. 엄마랑 아빠는 잘 지내셔?
내 얘기는 안 하시고..?"
나나가 말했다.
"응, 잘 지내셔. 아빠는 가끔 언니 얘기 하셨는데,
엄마는 잘 안 하셨어."
"아..."
(엄마도 나를 찾은 줄 알고 조금 기대했었는데..
역시는 역시네.)
나는 오랜만의 옛날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조금 아려왔다.
동생들의 말을 듣고 그들을 자세히 보니,
그들은 많이 커있었다.
울고 졸라서 언니 괴롭힐 줄만 알던 조그만 꼬맹이들이었던 거 같은데,
울지도 않고, 말도 잘하고 어느 정도는 차분한 면도 생긴 걸 보니 조금은 성숙한 인형이 된 것 같았다.
언제 저렇게 컸을까, 생각해 보니 내가 인간계에 온 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는 걸 깨달았다.
세월이 참 빨리 흘러가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이야기했다.
"루루, 나나. 너네들 자세히 보니까 많이 컸네?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나 봐."
루루가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나 이제 언니랑 키 비슷하다?"
루루의 말에 나나가 웃으면서 말했다.
"루루, 아직 네가 언니보다 훨씬 더 작거든?
내가 언니랑 키가 비슷해!"
"뭐~?"
"에휴.. 다 컸다는 말 취소."
예나 언니는 우리들을 보며 평소보다 더 활짝 웃었다.
그녀는 우리 셋 모두를 번쩍 들더니 품에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와... 조그만 강아지 인형 셋이 이렇게 투닥투닥거리니까 너무 귀엽다!
코코만 있을 때도 너무 귀여웠는데,
루루, 나나까지 있으니까 세배로 더 귀여워!!
이런 너희들을 만난 나는 정말 복 받은 아이인 거 같아!!
루루, 나나 너희들도 수련하러 온 거지?
나의 행복을 꼭 찾아줘! 알겠지?"
언니의 말에 동생들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응!"
큰 소리로 대답하는 바람에,
순간 밖에 있는 가족들에게 걸릴까 봐
나는 급하게 그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야!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면 언니 가족들한테 걸리잖아! 조용히 말해!"
"앗.. 미안해 언니..."
다행히, 그들은 우리 얘기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것도 잠시, 옆에서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던 예나 언니가 말을 꺼냈다.
"근데 얘들아, 수련해서 내 행복을 찾아주는 것도 좋은데, 너네 세명 다 내 행복을 찾아주면 되는 거야?
나는 너네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데?"
그 말을 듣고 나랑 동생들은 잠시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음..."
그렇지 않아도 내가 아까부터 궁금해하던 내용이었다.
아무리 인간 주인이 인형을 선택하는 거여도,
인형 수련생 세 명이 모두 같은 집으로 오게 된 경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던 그때, 나나가 좋은 생각이 났다며 손을 번쩍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때? 나랑 루루, 다른 집으로 보내주는 건?"
루루가 당황스러워하며 말했다.
"엥? 우리가 다른 집으로 간다고?"
나나가 다시 말했다.
"응, 원래 인간계 수련은 한 사람 당 한 인형만 수련을 할 수 있는데, 우린 지금 세 명이잖아? 심지어 여기에는 이미 코코 언니가 있었고. 예나 언니의 행복을 찾아주는 건 코코 언니 하나만으로도 충분해.
그래서 예나 언니의 주변에 행복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언니가 우리를 한 명씩 그들에게 보내주면 되지 않을까?"
그 말을 듣고 예나 언니는 나나를 향 작게 박수 치면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 그런 방법이 있었네! 나나 너, 무지 똑똑하다!"
그런 언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하며 말했다.
"언니 쟤, 공부 잘해."
그런데, 나나의 말에 루루는 뭔가 불만이 생겼는지, 조금 뾰로통한 얼굴로 말했다.
"힝... 나는 계속 예나 언니랑 같이 있고 싶은데... 다른 데 가기 싫어...
게다가 보고 싶었던 코코 언니도 만났는데 우리가 어딜 가..?"
"루루.."
루루의 말에 나는 마음이 아팠다. 어렸을 때, 엄마보다 나를 더 좋아했던 루루였는데,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 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게
루루에게는 많이 아쉽고 슬픈 이야기였다 보다.
루루의 말에 나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냉정하게 말했다.
"루루, 우리는 코코 언니를 만나러 온 게 아니라 인간계로 수련을 하러 온 거야.
놀러 온 게 아니라고. 수련은 한 사람 당 한 인형이 적당해. 두 명이상은 필요 없어.
이미 예나 언니 옆에 코코 언니가 있으니까, 우리가 떠나는 게 맞아.
나도 많이 아쉽지만, 우리는 신의 사명을 지키러 온 거니까. 어쩔 수 없어."
"나나..."
나나의 말을 듣고 예나 언니는 한참 생각에 빠진 듯 보였다.
잠시 뒤, 언니는 좋은 방법을 찾았는지 우울해 보이는 루루, 나나를 꼭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그럼 얘들아, 이렇게 하는 건 어때?"
내가 말했다.
"언니, 뭐 좋은 생각이라도 난 거야?"
언니가 말했다.
"루루, 나나 너희들의 말은 잘 들었어.
나나가 말한 방법, 수련을 위해서라면
좋은 방법인 거 같아!
그런데, 루루 말대로 오랜만에 엄청 보고 싶었던
코코 언니도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 헤어지기에 너무 아쉽지 않겠어?
그래서 말인데, 나나 말대로 내 주변에 너희 같은 포그니 왕국 인형들의 수련이 될 만한,
행복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을 한번 찾아볼게.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테니까, 그때까지 여기서 지내는 거 어때?
나랑 코코랑 다 같이 말이야.
너희들, 코코 언니 보고 싶었다고 하지 않았어?
여기 머무는 동안, 코코 언니랑 인간계에서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들고 가!"
언니의 말이 끝나자, 루루의 우울했던 표정이 풀렸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예나 언니, 정말 좋은 생각이야!
그럼 나, 여기서 계속 지내도 되는 거야?"
나나가 루루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예나 언니가 우리가 수련할 만한 사람을
찾아줄 때까지야.
잠깐이겠지만, 코코 언니랑도 지낼 수 있고 나도 좋아."
언니가 말했다.
"좋아! 너희들 모두 찬성인거지? 코코, 너는 어때?"
"나..?"
"응!"
나는 여기 머물다 가라는 언니의 말에
예나 언니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내 사랑이 동생들에게
뺏길까 봐 조금 질투가 나긴 했지만, 잠깐이라는 말에 조금 안심했다.
그리고, 나를 보고 싶어 했던 동생들을 위해서라면.. 언니가 뭐를 못해줄까..
나도 예나 언니 의견에 찬성하기로 했다.
"나도 좋아. 루루! 나나! 너희들이 여기서 지내는 동안 이 언니가 인간계에 대해서 많이 가르쳐줄게! 이래 봬도 언니 인형 수련생 5년 차다?
미리 알면, 너희들이 미래에 만날 주인님께 도움이 되어드릴 수도 있을 테니까."
내 말이 끝나자, 동생들은 하나같이 눈을 반짝거렸다.
그러면서, 나나가 말했다.
"그 대신 언니, 엄청 자세하게 말해줘야 해, 알겠지?"
"그래, 알았어!
(하여간, 우리 나나 공부하는 건 엄청 좋아한다니까!
루루도 배우면 좀 좋으련만..)
모든 얘기가 끝나자, 예나 언니가 동생들을 각각 한 손으로 들어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다시 한번, 우리 집에 온 걸 진심으로 환영해, 루루! 나나! 앞으로 잘 부탁해!"
동생들이 동시에 말했다.
"응! 나도 잘 부탁해, 예나 언니!"
"ㅎㅎ.. 귀여운 녀석들.."
이렇게 해서, 나의 인간계 수련 생활에 내 동생들이 우연히 찾아오며 또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 동안은 예나 언니가 없을 때 조용한 날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