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이별을 준비하다

수련 목적을 달성하다

by 연두

19화 이제서라도 털어놓다

<지난 이야기>


언니는 부모님과 화해한 이후, 사이가 더 가까워지고 돈독해졌다.

싸웠을 때 당시에는 언니가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에는 서로 대화도 안 하고 싸늘한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대화가 끊이질 않고, 서로를 더 신경 쓰고 아껴주는 따뜻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사실상, 내가 언니 집에 처음 온 날 느꼈던 분위기 그대로로 돌아왔다.


요즘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누구보다 활짝 웃고 다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그녀가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그녀는 사립 중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뒤 입학시험을 보지 않았고,

중학교 배정 결과, 운 좋게 친구들이랑 모두 같은 학교에 갈 수 있게 되었다.



또 시간이 빠르게 지나, 어느덧 벌써 언니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날 밤, 언니와 우리는 침대에 누워 오랜만에 잠들기 전,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는 우리에게 팔베개를 해주었는데, 언니가 가운데 누워있고 왼팔에는 내가, 오른팔에는 루루, 나나가 누워있었다.


그 상태에서 언니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얘들아, 언니가 벌써 내일 졸업이래!"


"그러게, 벌써 졸업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루루가 말했다.

"예나 언니, 졸업하는 소감이 어때?"


"조금 아쉬워. 왜냐하면 사립중학교 입학시험 준비하랴,

학교 시험 준비하랴, 부반장 일하랴,

6학년이 너무 바쁘게 지나갔거든.

반 친구들이랑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나나가 말했다.

"그래도 언니, 친구들이랑 같은 중학교에 가게 됐잖아!

중학교 가면, 그 친구들이랑 좋은 추억 많이 쌓으면 되지!"


"맞아, 그러면 되지 뭐!

나도 이제 중학생이니까, 지금보다 훨씬 더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 가서 꼭 내 꿈을 이루고 말겠어!"


"그래, 언니! 우리가 항상 옆에서 응원할게!"


"고마워, 코코."


언니랑 우리는 따뜻하게 꼭 껴안은 채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오늘도 내가 가장 먼저 일어났다.

요즘 나는 가장 먼저 일어나고 있다.

왜냐하면 할 일이 있기 때문인데.

일어나자마자, 나는 가장 먼저 옷장에 있는 전신거울에 가서 내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왜냐하면 언니가 부모님과 화해한 이후부터

내 몸이 조금씩 낡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발에 실밥이 뜯어지기 시작하더니,

어깨 실밥도 뜯어지기 시작했고,

엉덩이에 자세히 보면 티가 날 정도 크기의 구멍도 뚫렸다.


오늘도 거울을 자세히 봤더니, 이제는 귀도 뜯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몸 이곳저곳이 뜯어지니 너무 아팠다.

그렇지만, 언니와 동생들에게 티를 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침에 상처가 보이면 그들 몰래 바늘로 꿰매거나, 밴드를 붙인다.


나는 그들이 일어나기 전까지 제 빠르게 귀에 난 상처를 가리기 시작했다.



상처를 다 가리자, 언니랑 동생들이 잠에서 깼다.

언니는 기지개를 핀 뒤,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으응..? 코코, 벌써 일어났어? 일찍 일어났네?"


언니 옆에서 같이 기지개를 켜고 있던 루루가 말했다.

"코코 언니, 거울 앞에서 뭐 해?"


루루 옆에 있던 나나도 말했다.

"언니, 아침부터 멋 부리는 거야?

언니도 예나 언니 졸업식에 따라가게?"


나나 말을 듣고, 언니와 루루가 웃었다.

언니가 나에게 와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코코, 나나 말이 맞아?

근데 어쩌지, 코코는 언니 졸업식 못 가는데..

그 대신, 오늘 언니 친구들이 집에서 자고 가기로 했으니까, 그때 실컷 놀자!"


그들의 말을 듣고 나는 착잡해졌다.

차마 상처를 숨기고 있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어서

대충 둘러댔다.


"아, 정말로? 에이 아쉽다~

오늘 언니 친구들 오는 거 진짜야?

재밌겠다~ 신나게 놀 수 있겠네!!"


"그럼~ 이 참에 루루, 나나도 소개해줘야지!"


그 말을 듣고, 동생들은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예나 언니, 정말이야? 우와! 재밌겠다!"

"어쩌면 이제 우리의 새 인간 주인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나나도 참..ㅎㅎ"


어느덧 학교 갈 준비를 마친 언니는 책가방과 실내화 가방을 챙긴 뒤,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얘들아, 언니 갔다 올게!"


"그래, 학교 잘 갔다 와! 졸업 축하해!"

"예나 언니, 졸업 축하해!"

"언니, 졸업 축하해!"


"고마워, 다들!"


방을 나간 언니는 부모님과 함께 활짝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언니가 나가고 얼마 안 돼서 갑자기 옆구리 쪽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옷장에 있는 전신거울로 재빠르게 달려갔다.

거울을 보니, 옆구리 쪽 실밥도 뜯어지기 시작했다.


동생들에게 들킬까, 그들이 있는 쪽을 살펴보니

그들은 침대에서 다시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깨지 않게 살금살금 책상에서 바늘과 실을

가져와서 옆구리를 꼬매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는 꿰매다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는데, 나나였다.


자다가 중간에 깬 것이었다.

그녀는 옆구리를 꿰매는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코코 언니.. 지금 뭐 하는 거야..?

바늘로 뭘 꿰매고 있는 거야?"


"어..? 나나, 이건 있잖아.."


"엉덩이 쪽에 밴드는 또 뭐야?

코코 언니, 혹시 어디 아픈 거야?"


"그게..."


"언니, 설마 몸이 낡아지고 있는 거야..?"


"..!"


그 순간, 루루도 잠에서 깼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가와서 눈을 비비적거리며 말했다.


"으음... 무슨 일인데 이렇게 시끄러워.."


그러자, 나나가 말했다.

"루루, 지금 자고 있을 때가 아니야. 큰일 났다고!"


"응..? 무슨 일인데..?"


"코코 언니 좀 봐."


루루도 나를 쳐다보았다.

내 옆구리에 꿰맨 자국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그러면서 내게 다가와 손을 붙잡더니 말했다.


"코코 언니.. 이게 무슨 일이야?

옆구리가 왜 뜯어진 거야?"


"하... 이렇게 된 김에 다 설명해야겠네.."



옆구리를 꿰매다가 동생들에게 걸린 나는 그들과 침대에 둥글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말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침대에 앉자마자

동생들이 번갈아가면서 끝이 없는 질문이 시작했다.


"언니, 이게 지금 어떻게 된 거야?"

"언니, 진짜 어디 아픈 거야?"

"언제부터 그랬어?"

"왜 예나 언니랑 우리한테 얘기하지 않은 거야?"

"언니! 대답해 줘!"


"둘 다 그만!!"


"..........."


"너네들이 그렇게 물어보지 않아도, 지금부터 얘기해 줄 거야."


나는 흥분한 그들을 진정시키고, 말을 이어갔다.


"예나 언니가 부모님이랑 싸우고 화해한 뒤부터 내 몸이 갑자기 낡아지기 시작했어.

발부터 시작해서 손, 어깨, 엉덩이, 귀, 지금은 옆구리까지 실밥이 뜯어지기 시작했어.

나는 그럴 때마다 실밥이 뜯어진 곳들을 바늘로 꿰매기 시작했어. 구멍은 밴드로 붙이고.

예나 언니랑 너희들이 알면, 엄청 걱정할까 봐 매일 아침마다 제일 먼저 일어나서

전신 거울 보면서 꿰매고 붙인 거야. 근데 너희들한테 들켜버렸네.."


내 말을 듣고 루루가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를 정면으로 보면서 말했다.


"언니,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어디가 아픈 거야?!"


나나가 루루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예나 언니한테는 몰라도

우리한테까지 숨길 필요가 있었어..?

우리는 언니가 그렇게 된 이유를 아는데.."


그러자, 루루가 말했다.

"나나, 뭐라고? 우리가 이유를 안다고?

나는 몰라! 언니가 왜 그러는지.."


나나가 말했다.

"루루, 너 수련출정식 때 아빠가 하신 말씀 제대로 안 들었지?

이유는 코코 언니한테 제대로 들어."



나는 다시 한번 숨을 가다듬은 뒤, 말을 이어갔다.


"루루, 언니 말 잘 들어.

내 몸이 갑자기 이렇게 낡아지는 이유는, 인간계 수련이 끝나가기 때문이야."


그 말을 듣자마자, 울던 루루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인간계 수련이 끝났다고?"


나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두 인형의 상반된 반응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약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예나 언니 옆에 있으면서 많은 일이 있었는데, 언니가 학교에서 겪은 어려움과 집에서 겪은 어려움을 나와 함께 풀어나가면서

한 발짝씩 성장해 왔고 그 결과, 지금은 언니가 삶의 행복을 찾은 것 같아.


우리가 인간계로 수련을 온 이유가 인간에게 산다는 것에 대한 행복을 찾아주는 것이었으니,

나는 이제 그 목적을 달성한 거지."


"코코 언니..."

"언니..."


그러자, 나나가 말했다.

"언니, 그럼 예나 언니랑 헤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네?"


나나의 말에 루루는 울음을 터뜨리면서 말했다.

"뭐라고? 정말이야, 코코 언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나나 말이 맞아, 루루.

내 몸이 낡아지기 시작한 지 생각보다 오래돼서,

이제 곧 돌아가야 할 것 같아.


근데 너, 언니가 인간계 수련이 끝났다는데

왜 아쉬워하는 거야?"


나의 질문에, 루루는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몰라서 물어? 예나 언니랑 헤어진다는 건, 우리랑도 헤어진다는 거잖아!

이제 겨우 언니랑 다시 만났는데... 또 헤어지는 거야..?"


그러자, 나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루루,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가 인간계에 놀러 온 줄 알아?

우리는 코코 언니가 아직 수련이 끝나지 않았어도,

예나 언니가 수련할만한 사람을 구하면 우리도 언니랑 헤어져야 해!


언니는 우리보다 먼저 수련하러 와서 5년 만에 끝나서 돌아갈 수 있게 된 거고.


우리도 빨리 끝내고 돌아가면 언니랑 포그니 왕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


나는 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나 말이 맞아.

내가 돌아가지 않아도 어차피 너희들은 다른 주인에게 가게 될 예정이었는데 뭐.


그리고 내가 수련이 끝나서 돌아가게 되었듯이

너희들도 수련이 끝나서 돌아오면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땐, 집에서 다시 재밌게 놀자!


그러니까 루루, 너무 속상해하지 마.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어!"


"우리는.. 말이야.."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이 상황의 진짜 문제가 방금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러자, 나나가 눈치챈 듯 말했다.


"코코 언니, 지금 예나 언니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 중이지?"


"응.. 언니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수련이 끝났으니까 축하해 주다가도 헤어져야 하니까

너무 슬퍼할 것 같아서.."


순간 정적이 흘렀다.

나랑 동생들 모두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한참 고민하다 고개를 숙인 동생들에게 말을 꺼냈다.

"얘들아, 그래서 부탁이 있는데, 당분간은 예나 언니에게 비밀로 해줘."


동생들이 동시에 말했다.

"코코 언니..."


나나가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 우리가 말하기도 전에 언니 낡아진 모습이 너무 티가 나서 언니한테 걸리게 생겼어.


지금까지는 꿰매고 밴드로 붙여서 안 걸렸다고 쳐도,

포그니 왕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계속 낡아질 건데,

어떡하려고 그래?"


나는 나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괜찮아, 나나. 언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을 생각할 시간을 벌려는 거뿐이니까.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그 말을 듣고, 루루는 더 슬펐는지 이제는 나에게 와서 꼭 안아주며 엉엉 울기 시작했고,

아무렇지 않아 보였던 나나도 조금씩 울먹거리더니,

그녀도 나에게 와서 꼭 안아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코코 언니.."

"언니.."


나는 조용히 양손으로 그들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어느새 나의 눈에도 눈물이 조금 맺혀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언니가 친구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언니의 양손에는 졸업장과 부모님께 받은 꽃다발로 한 가득이었고, 언니의 표정은 지금까지 본모습 중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언니가 데려온 친구들은 가장 친한 친구인 아윤이와 율희였다.

언니는 우리에게 와서 그들을 소개해주었다.


그들은 우리가 움직이고 말을 한다는 것에 처음에는 많이 놀랐지만, 조금 익숙해지고 나서는 너무 귀엽다며 쓰다듬어주고, 안아주며 엄청 좋아했다.


우리는 그들에게도 포그니 왕국의 룰을 알려주었고,

부모님이 들으실 정도로 너무 시끄럽지 않게 파자마파티를 즐겼다.



그런데, 한참 놀다가 흥이 난 우리들은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베개싸움을 하게 되었는데, 예나 언니와 친구들, 그리고 동생들은 서로 베개를 던지면서 놀기 시작했다.


나는 몸이 뜯어진 곳이 많아서 너무 무리하지 않기 위해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갑자기 아까 낮에 꿰맨 옆구리가 잘못 꿰맸는지 다시 뜯어지기 시작했다.


"이.. 이게... 왜 또 뜯어졌지..?"


깜짝 놀란 나는 그들에게 걸릴까 책상에서 재빨리 바늘과 실을 꺼내, 구석으로 가서 옆구리를

수선하려고 했다.


그러던 그때, 놀고 있던 예나 언니가 나를 불렀다.


"코코! 거기서 뭐 하고 있어?

너도 우리랑 같이 배게 싸움 하자!"


"언니, 나 그냥 여기서 쉬고 있을게!"


"응? 왜 그래~! 거기 있으면 심심하잖아!"


언니는 걱정되는 표정으로 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언니에게 소리쳤다.


"언니..! 나 쉬고 싶어서 그래!

정말 괜찮아! 이쪽으로 오지 마!"


나는 다가오는 언니 때문에 정신없이 상처와 바늘을 가렸는데, 언니가 가까이 다가온 그 순간,

내 다른 쪽 귀가 뜯어졌다.


그걸 본 언니는 깜짝 놀라서 들고 있던 베개도 바닥에 내팽개치고 나에게로 와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코코.. 너 귀가 왜 뜯어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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