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화
<지난 이야기>
언니와 친구들, 동생들이 한참 베개싸움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너무 무리하지 않으려고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낮에 꿰맨 옆구리가 다시 찢어져서 꿰매려다가, 예나 언니가 나보고 같이 놀자며 다가왔고,
나는 상처와 바늘을 급하게 숨기다가 언니가 가까이 다가오자, 꿰매지 않은 다른 쪽 귀가 찢어졌다.
그걸 본 언니는 깜짝 놀라며 들고 있던 베개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나를 번쩍 들어 올려서 품에 꼭 안은 뒤, 내 찢어진 귀를 보며 말했다.
"코코.. 왜 귀가 찢어져 있어..?"
"언니, 그게..."
"너 어디 부딪쳤어? 옆구리는 또 왜 그래?"
"그게..."
"왜 이렇게 다친 거냐고!"
언니는 약간 눈물을 머금은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한참 베개싸움을 하던 언니 친구들과 동생들도
나와 언니가 있는 쪽으로 왔다.
언니 친구들도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윤이는 나를 안고 우는 언니를 달래주며 말했다.
"예나야, 갑자기 왜 울어? 코코는 갑자기 왜 그러고?"
"흑흑.. 나도 몰라..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율희도 다가오더니, 나에게 말했다.
"코코, 너 왜 귀랑 옆구리가 뜯어져 있어?
어디 서랍 모서리 같은 곳에 찍힌 거 아니야?
그녀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이건 어디 부딪치고 모서리 같은 데 찍혀서
생긴 상처들이 아니야."
그리고 바로 동생들이 내가 있는 쪽으로 왔다.
루루는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나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언니.. 내가 바로 걸릴 거라고 말했잖아..
잠깐의 시간도 너무 짧아.."
동생들의 반응을 본 언니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루루, 나나. 너희들은 다 알고 있었어?
코코 아픈 거?"
루루가 말했다.
"우리도 오늘 알았어.
언니 학교 가고 나서 코코 언니가 우리 몰래 옆구리 찢어진 거 바늘로 꿰매려다가
나나한테 들켰거든."
나나가 루루의 말을 이었다.
"루루 말이 맞아. 언니는 그동안 제일 먼저 일어나서
몸 곳곳에 찢어진 상처들을 우리 몰래 꿰매고 있었던 거 같아."
동생들 말을 듣고, 언니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코코, 애들 말이 사실이야?"
"응.."
"코코, 너 진짜 무슨 병이라도 걸린 거야?
왜 갑자기 몸이 찢어져 왜!"
언니는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낡아진 내 몸을 보고 너무 속상한 언니는 나를 꽉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언니.. 잠시만.. 나 숨 막혀..."
내가 숨이 막힐 정도로 너무 꽉 껴안자, 동생들이 나랑 언니를 떼놓기 시작했다.
이런 순간에서도 내 몸은 점점 더 낡아져 갔다. 실밥이 찢어지는 고통이 너무 아팠다.
"예나 언니! 코코 언니 놔줘! 언니 숨 막힌다고!"
"아윤아, 율희야! 예나 언니 좀 말려줘!"
"알았어!"
"예나야, 그만 코코 놔줘!
어떻게 된 건지 코코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그래, 예나 언니. 어떻게 된 건지 다 말해줄게."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방바닥에 둥글게 모여 앉았다.
이야기할 준비가 다 되자, 언니와 친구들이 나에게 하나씩 질문했다.
"코코, 너 진짜 무슨 일이냐..?"
"저렇게 귀여운 몸에 상처라니.. 마음 아파..
진짜 어디 아픈 거야?"
"코코, 그동안 나에게 말 못 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언니의 표정은 너무 서글퍼보였다. 그녀의 친구들도 나를 너무 안타깝게 쳐다보았다.
아직 언니에게 말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들켰으니..
나는 어떻게든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로 했다.
나는 언니를 쳐다보며 말했다.
"언니, 5년 전에 내가 말했던 포그니 왕국의 규칙 기억나?"
"포그니 왕국의 규칙?"
"응, 내 몸이 이렇게 된 이유는 어디 아파서나, 부딪혀서가 아니야."
"그럼, 뭐 때문인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몸이 망가질 수가 있어?"
"내 몸이 자연스럽게 낡아지고 있는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너를 얼마나 소중하게 다뤘는데..!
아니, 하루아침에 어떻게 이렇게 되냐고!"
"언니, 내가 인간계로 '수련'하러 왔다는 건 기억하지?"
"응.."
"내 몸이 갑자기 낡아진 이유는 내가 이곳으로 수련하러 온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수련하러 온 목적이 나의 삶의 행복을 찾아주러 온 거라고 그랬잖아!
나는 아직 나의 삶의 행복을 모르는데?"
"아니, 언니는 이미 삶의 행복을 찾았어."
"뭐라고?"
"언니는 나랑 지내면서 학교에서 겪었던 어려움이랑, 집에서 겪었던 어려움들을 함께 헤쳐나갔었잖아.
근데 그런 과정에서 언니가 많이 성장했어.
따돌림당해서 많이 힘들었지만, 친구들이랑 오해를 풀고 아윤이랑 율희라는 좋은 친구들도 사귀어서 중학교도 같이 가게 됐고, 중학교 때문에 부모님이랑
싸웠는데, 언니가 용기를 내서 부모님께 속마음을 솔직하게 말한 덕분에 화해하고, 가족 사이가 더 돈독해졌잖아.
언니는 내가 삶의 행복을 찾아준 게 아니라, 스스로 그 행복을 찾은 거야."
"그건..! 코코 너와 함께해서 할 수 있었던 거였어!"
"아니, 그렇지 않아. 언니는 이제 내가 없어도 스스로 잘할 수 있어. 앞으로도 그 행복을 잘 찾아가면 돼."
"내가 지금 행복해졌다고 네가 이렇게 된 거라고?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
"언니 마음 이해해. 하지만, 포그니 왕국의 인형은 수련의 목표를 달성하면 몸이 저절로 낡아지게 돼.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거야."
옆에서 계속 듣고 있던 아윤이가 나에게 말했다.
"코코, 너 지금 그러면 이제 포그니 왕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나는 내 옆에 있던 언니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
"응.."
내 대답을 듣고 언니는 나를 꼭 껴안으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코코 너랑 헤어져야 한다니.."
언니 친구들도 우는 언니를 보고 언니의 어깨를 토닥이며 조금씩 눈물을 흘렸고,
동생들도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나는 우는 그들에게 말했다.
"다들 울지 마. 다들 그렇게 울면 나도 슬프잖아.."
언니가 말했다.
"코코, 너는 하나도 안 슬퍼? 나랑 헤어져야 하는데?"
"나도 당연히 슬프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걸..
나는 신의 사명을 지키러 온 인형 수련생.
수련의 목표를 달성했으니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야 해.."
내 말을 듣자, 언니는 나를 끌어안으며 다시 울기 시작했고, 아윤이와 율희, 그리고 동생들은 그런 우리에게 와 꼭 안아주며 같이 울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졸업식 후, 즐거워야 했던 파자마파티의 밤은
나의 이별 얘기로 인해 눈물바다가 되었다.
나는 포그니 왕국으로 돌아가기 전, 언니에게 마지막으로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자고 말했다.
그런 뒤, 나를 쓰레기 통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러자, 언니는 알겠다고 했다.
일주일 동안 나와 언니는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거
다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 잊히지 못할 시간을 보냈는데,
하루는 1년 전 나와 언니가 갔었던
자연 어딘가의 한 공간에 다시 갔다.
이번에는 아윤이와 율희, 동생들도 함께 갔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만큼 우리는 정말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동생들은 드디어 그들이 수련할만한 주인을 찾게 되었다.
왜냐하면 파자마파티 날,
언니가 아윤이와 율희에게 동생들을 소개해준 뒤에
그들의 사정을 말하자, 그녀들이 그들을 데려가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루는 아윤이가,
나나는 율희가 데려가기로 했다.
그들도 이제, 정식으로 인형 수련생으로서의 수련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내가 돌아가기 전까지만 같이 있다가 가기로 해서,
그들도 그동안 내 옆에서 떨어있으려고 하지 않고
딱 달라붙어있었다.
나는 그들이랑도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인간계에서의 나의 마지막날이 찾아왔다.
나는 쓰레기 통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동생들이랑 인사를 나눴다.
"얘들아, 언니 간다!
언니 없다고 말썽 피우지 말고!"
"당연하지..!"
"언니, 돌아가면 엄마랑 아빠한테
우리 이야기 꼭 해야 해?"
"그래, 알겠어! 너네 얘기 꼭 할게.
너희도 꼭 수련 무사히 마치고 와!"
"응!!"
그렇게 나는 동생들과 다시 헤어졌다.
쓰레기 통으로 가는 동안, 언니는 나를 꼭 안고 최대한 천천히, 터벅터벅 걸어갔다.
언니와 동생들이랑 시간을 보내는 일주일 동안 나는 파자마파티 때보다 더 몸이 낡아졌다.
양쪽 귀는 다 뜯기고, 뺨도 뜯어지고,
어깨와 옆구리는 찢어졌다.
엄청 너덜너덜한 인형이 되었다. 그리고 너무 아팠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노는 동안에는 고통도 다 잊을 만큼 너무 즐거웠다.
쓰레기 통에 도착했다. 최대한 천천히 느리게 걸어왔지만, 결국 도착하고 말았다.
언니는 도착하자마자, 나를 쓰레기통 앞으로
살포시 내려놓았다.
원래는 집 밖이라서 인형은 말을 하면 안 되지만, 지금은 주변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짧게 인사하기로 했다.
"예나 언니, 그동안 나한테 진짜 언니처럼 잘해줘서 정말 고마웠어."
"아니야, 코코. 내가 더 고마워. 그동안 항상 내 옆에 있어줘서 말이야.
너 같은 동생이 있어서 정말 정말로 행복했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언니, 중학생 된 거 정말 축하하고
앞으로도 아윤이랑 율희랑 친하게 잘 지내야 해, 알겠지?"
"응.. 너도 포그니 왕국에 돌아가서 잘 지내야 해!"
"그럼, 내 걱정하지 마!
언니나 걱정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텐데!"
"코코.."
짧게 인사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쓰레기 통 앞에서 서로를 다시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난 뒤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기 직전, 나는 언니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마지막 말을 했다.
그러자, 언니는 너무 울어서 퉁퉁 부운 눈으로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응! 너는 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애착인형이자, 최고의 동생이었어!
그동안 내 옆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웠어, 코코!
너를 잊지 않을게! 다음 기회가 있다면 또 만나자!"
"응, 그때 꼭 다시 만나자!"
나는 이렇게 인간계에서 모든 수련을 마치고,
언니 아니, 예나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포그니 왕국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