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치료와 탕수육

지금과는 반대였던 나

by 연두

01화 이것은, 과거에 미련 많은 한 사람의 이야기.

<전편 참고>


*해당 에피소드에 나오는 내용 중 필자 본인이나 필자가 언급하는 타인에 대한 특정적인 내용

(지역, 성별, 나이, 이름 등)은 일부 각색하였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에피소드 내용 속 대화는 실화 기반으로 이야기 흐름에 맞게 각색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당시 6살이었던 나는 엄마 손을 붙잡고 집 근처에 새로 다닐 어린이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 당시 다른 아이들은 4~5살부터 어린이집을 가는데,

나는 6살이 넘어서까지 말을 잘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님은 나를 어린이집으로 보내야 할지, 말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도 나를 어린이집으로 보내자는 엄마와 말도 못 하는 애를 뭐 하러 어린이집에 보내냐, 집에서 더 지켜보자라는 아빠는 오랜 기간 상의를 이어갔고,


결국, 엄마의 말대로 나를 어린이집으로 보내기로 했다.

어린이집에 가면 친구들이 있으니까 말을 좀 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함께.



다행히도 나는 그런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린이집에 다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다른 아이들처럼 말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어린이집에 처음 간 그날,

선생님들은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고, 친구들은 나를 반겨주었다.

그래서 그곳에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친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비록 말은 잘 못해도, 내가 그들 앞에 서서 동요를 불렀었는데, 친구들이 좋아했던 것 같다.


그 기억은 약 20년이 지난 지금도 흐릿하게나마 기억하고 있다.


여기 까지라면,

그냥 한 어린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서 말도 하게 되었고, 잘 적응해서 친한 친구들을 사귀었다는 좋은 이야기로 끝났을 것이다.


아니, 차라리 이렇게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착한 어린이처럼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이랑 사이좋게만 잘 지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린이집에 적응한 이후,

한 없이 밝고 씩씩한 모습이기만 했던 나는 그들 앞에서 전혀 다른 면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 당시의 나는

친구들이 나를 기분 나쁘게 했다고 생각한 순간,

바로 응징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인데 내 기분이 나빴던 순간에도.


화내고, 꼬집고, 때리고, 밀치고.


그렇게 나에게 당한 아이들은 바로 울음을 터트리거나 선생님께 말씀드렸고, 나는 선생님께 혼났다.

물론 선생님이 말씀드려서 부모님께도 혼났다.


선생님께 혼나고, 친구들에게 사과하고, 벌 받고,

부모님께 혼나고, 친구들에게 사과하고,

벌 받고 이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폭력적인 행동이 점점 심해졌고,

보다 못한 선생님은 결국 부모님을 어린이집으로

호출했다.


"연두 어머님,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두 때문에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오시라고 했어요."


"네, 선생님. 저희 연두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어머님도 전에 연락받으셔서 알다시피

요즘 연두가 계속 애들한테 화내고, 때려고 다녀서요."


"아,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연락받을 때마다 애 혼내고,

친구 엄마들이랑 연락하고.. 어휴.."


"제가 생각하기에 이 정도 수준이면

연두에게 뭔가 정서적인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

한번 놀이 치료를 받게 해 보시면 어떨까요?"


"놀이 치료요?"


"네, 제가 잘 알고 있는 센터가 있거든요.

댁에서 그렇게 멀지 않으실 거예요."


"한번 애 아빠랑 상의를 해볼게요."


그날 이후 엄마는 아빠와 이에 대한 상의를 했고,

나는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신 센터에서 놀이치료를 받게 되었다.


그곳은 선생님의 말씀대로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 당시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 손을 꼭 붙잡고

센터에 들어갔다.


그곳에 계신 선생님들은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고,

엄마는 상담실로, 나는 선생님과 함께 장난감들이 가득한 놀이치료실로 들어갔다.


놀이치료실은 단칸방 남짓하는 크기에 여러 장난감들이 가득했던 공간이었다.

분홍색 카트 장난감부터 시작해서

자석으로 물고기를 낚는 낚시 장난감,

콩순이 인형, 채소, 과일 등의 식재료 장난감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이 한가득이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한번 이 장난감들을 가지고 같이 놀아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신나서 분홍색 카트에 콩순이 인형을 태우고 뛰어다녔고,

선생님이랑 같이 낚시 장난감으로 물고기도 잡았다.


선생님은 그저 내가 아무 장난감이나 집고 노는 방식에 맞춰주시기만 했다.


그러고 놀이치료가 끝난 뒤, 상담실에 가서 놀이치료실에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엄마와 상담을 했다.


놀이치료가 끝나고 센터를 나오면,

엄마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탕수육 가게에서 탕수육을 사주셨다.

실컷 놀고 난 뒤 먹는 탕수육은 정말 맛있었다.


이는 내가 매주 놀이치료를 받는 날마다 거치는 루틴이 되었다.


매주 받았던 놀이치료가 주는 효과는 정말 굉장했다.


치료를 받게 된 이후부터 나의 폭력적인 행동은 대폭 줄었고, 과격했던 나의 성격은 많이 유해지게 되었다.


친구들을 밀치고 때리는 일은 거의 줄어서 없어져갔고,

나는 그들에게 처음 보였던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엄마는 평소에도 친구 엄마들과 연락을 자주 하고 지낸 탓에 나와 내 친구들은 어린이집 쉬는 날 자주 만나 놀러 가기도 하고, 집 근처 감자탕집에서 자주 저녁을 같이 먹는 등 일상을 함께하곤 했다.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만약 놀이치료를 받지 않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폭력적인 행동을 하고 다녔을까?


만약 그랬다면 학교에서도 아이들을 때리고 다녀서 부모님을 모셔오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폭력적인 행동으로 인해 생긴 에피소드이지만,

그 당시의 기억이 폭력적인 행동을 제외하면 치료를 받는 과정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지금의 유한 성격의 나를 만들어주신 선생님들과 부모님께 감사함과

그 당시의 나 때문에 힘들어했던 친구들에게 미안함만이 남아있다.


이 글을 빌어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과 미안함을 전해주고 싶다.


TMI (3번은 오해하실까 봐 주저리 적어봅니다..)

1. 어린이집에 처음 간 날, 내가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 서서 불렀던 노래는 '나비야'였다.


2. 선생님은 놀이치료 제안을 꺼내기 전 먼저

나를 정신과에 보내자고 하셨다. (아빠 왈)


3. 그 당시 내가 보였던 폭력적인 행동은 '친구들이 나를 기분 나쁘게 하면 벌어지는 행동'이었다.

항상 폭력적이지 않았다는 거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 나에게 뭐라고 하거나, 놀렸을 때

기분 나쁠 수도 있는 감정들을 말로 하지 않고 과격하게 몸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도 친구들은 나를 싫어하지 않았다.

나랑 잘 지내주었다.

(비록 어릴 때이긴 하지만 그래서 더 미안하다..)














수, 일 연재
이전 01화이것은, 과거에 미련 많은 한 사람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