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를 버렸다

운동회날에는 꼭 갈게

by 연두

02화 놀이치료와 탕수육

<전편 참고>


*해당 에피소드에 나오는 내용 중 필자 본인이나 필자가 언급하는 타인에 대한 특정적인 내용

(지역, 성별, 나이, 이름 등)은 일부 각색하였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에피소드 내용 속 대화는 실화 기반으로 이야기 흐름에 맞게 각색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나는 어느 평범한 가정처럼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 있었다.


외동으로 태어난 나는 부모님에게 사랑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고,

이를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하기도 했다.


아빠의 서포트와 엄마의 밀착 케어 덕분에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아니, 그럴 줄 알았다.

엄마의 본모습이 드러나기 전까지 말이다.


아빠는 일 때문에 지방 출장에 가 있는 날이 잦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엄마와 둘이 있는 날이 많았는데,


엄마와 둘이 있는 날이면,

나는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 그녀는 내가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항상 때렸다.

그것도 아저씨들이 등 긁을 때 쓰는 그 효자손 손잡이로.


팔이든, 등이든, 종아리든, 엉덩이든 내가 그녀 말을 듣지 않는 날이면

어디든지 때렸다.


어느 날, 엄마가 만들어준 베개가 싫다고 어린 마음에 벽으로 집어던진 적이 있는데,

그렇게 하자마자 바로 효자손 손잡이로 엉덩이를 맞았다.


물론 내가 잘못했지만, 어린 마음에 칭얼대는 것도 조금은 받아줬으면

어땠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그녀는 나를 항상 어디론가 맡겼다.

그곳이 친구 집이든, 내가 다니지 않는 어린이집이든, 뒷골목에 사는 낯선 할머니 댁이든.

심지어 종합학원 원장선생님 댁에도.


아빠가 지방 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날이면,

나는 집에서 밤을 보내지 못하고, 엄마에 의해 낯선 곳에서 밤을 보내는 경우가 잦았다.

그곳이 어디든 말이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항상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일을 가야 해서, 여기서 하룻밤만 자면 내일 아침에 엄마가 데리러 올게, 미안해."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비록 낯선 곳에 맡겨졌지만,

그 당시 나는 절대로 울지 않았다.


그녀에 의해 여러 번 낯선 곳에서 잔 게 익숙했던 탓인지.

아니면 정말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던 탓인지.


그 당시의 감정을 알 수 없지만

어린 나는 엄마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라고만 생각했다.

어차피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엄마가 나를 데리러 와줬기에

나는 그냥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나에게 나와 같은 처지인 친구들이 생겼다.


그녀가 본인과 같은 상황인 친구를 데려와

그녀의 자식들도 나와 같은 곳에 함께 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들과 함께

하루는 집 근처 어린이집에서, 다른 날은 낯선 동네의 지하에 있는 어떤 시설에서

그녀들이 일 때문에 우리들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오면

우리는 의사결정권 없이 집이 아닌 낯선 곳에서 엄마 아빠 없는 밤을 보내야 했다.


내가 나중에 애를 낳아 엄마가 된다면 절대 그녀 같이 애를 낯선 곳에 맡기지 않으리.

절대로.


세 번째는, 그녀는 매일 똑같은 음식만 해주었다.

그녀는 집안 살림을 잘하지 못했다. 특히 요리는..


그래서 나의 식사 메뉴는 늘 정해져 있었는데,

아침은 아빠가 있는 날이면 야채 토스트,

나만 있으면 계란프라이에 케첩 혹은 후랑크 소시지다.


점심은 어린이집에 가 있으니 패스하고,

저녁은 밖에 나가서 친구 엄마들과 함께 뼈다귀 해장국을 먹거나

조금 태운 계란찜이나 동태찌개, 홍합탕 혹은 된장찌개를 가장 많이 먹었다.


그녀가 정말 요리를 못했던 탓인지,

어린 나를 밥 해주기 귀찮았던 것인지,

내가 편식이 너무 심해서 그랬던 것인지

이유는 그녀만 알겠지만, 나는 그녀가 해줬던 밥에 대한 기억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던 거 같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그녀는 나를 버렸다.


2009년 4월 30일.

내가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그날 나는 학교에서 선생님께 교내상을 받아 매우 행복했던 날이었다.


그렇게 학교가 끝나고,

나는 빨리 엄마에게 자랑할 생각에 상을 들고

룰루랄라 하면서 신나게 집으로 돌아왔더니,

엄마는 방바닥에 테이블을 펴고 앉아 뭔가를 끄적끄적 적고 있었다.

옆에는 그녀의 검은 핸드백을 둔 채 말이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엄마, 어디 나가?"


"응, 연두 왔어? 엄마 며칠 동안 병원에 좀 다녀오려고."


"엄마? 어디 아파?"


"응, 근데 금방 갔다 올 거야."


"언제 올 건데?"


"연두 학교에서 곧 어린이날 운동회하잖아.

그전에는 꼭 올 거야."


"정말? 그때 꼭 오는 거지?"


"그럼. 그날, 엄마가 꼭 갈게."


그 이후로 몇 시간 뒤, 누군가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나는 엄마인가 싶어 나갔더니, 아빠가 돌아왔다.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아빠 얼굴에 반가워서

일이 끝난 거냐고 물어봤더니, 아빠의 대답은 충격이었다.


"아빠, 일 끝나서 돌아온 거야?"


"아니, 네 엄마가 너 혼자 있다 그래서 돌아온 거야."


"엥? 엄마 병원 갔는데?"


"어, 그게 네 엄마 병원에 입원했어. 심장이 아파서.

수술도 두 번이나 해야 한대."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 병원 금방 갔다 온다고 했는데..

그럼, 엄마 병문안은 갈 수 있어?"


"아니, 못 가. 병문안 오지 말래.

당분간은 엄마 얼굴 못 볼 거야."


"엄마가 운동회 전까지는 꼭 돌아온다고 했는데.."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엄마 얼굴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날, 나는 4월 30일, 엄마가 집을 나간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하나의 일기처럼 만들어 노란색 종이에 여러 색깔 사인펜으로 그림을 그려 놓은 뒤

그 밑에 글을 적어 책 형태로 만들어 상자 깊은 곳에 보관해 놓았다. (지금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 당시 어렸던 나는 몰랐을 것이다.

이 날이 엄마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는 날이 될 줄은.

또한, 내가 위에 내용으로 이야기했던 것들이 모두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순수하고 어렸던 한 아이를 속이기 위한 어른들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TMI

1. 엄마가 만든 베개가 싫다고 벽에 집어던진 날,

그걸 본 아빠가 화가 나서 내가 던진 그 베개로 내 양쪽 뺨을 때렸다.


2. 뒷골목 할머니 댁에 맡겨졌을 때의 기간은 약 6개월이었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3. 나와 같은 처지였던 아이들은 자매였는데, 언니는 나와 동갑, 동생은 우리와 2살 차이였다.


4. 엄마가 집을 나간 일자는 연도는 각색이나, 날짜는 실제 날짜이다.

노랑 종이로 책을 만들었다는 것도 실화이다. 지금은 없어서 사진으로 보여주기 어렵지만 말이다.


5. 어느 날 엄마가 약속이 있다며 집을 나가고 돌아오지 않자,

나는 집에서 혼자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서 빵을 먹고 어린이집에 간 적이 있다.

이는 현재까지도 부모님이 꿈꾼 거 아니냐며 본인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하는데,

사람의 일생에서 약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할만한 꿈이 얼마나 되겠는가.



*해당 에피소드는 엄마에 관한 에피소드로 총 2개의 에피소드로 업로드될 예정이며,

이번 에피소드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는 다음 에피소드로 이어집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해당 에피소드에 대한 뒷 이야기를 포함해서 한 아이를 속이기 위해

어른들이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해당 에피소드에서 했던 이 이야기들의 진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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