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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준 Jun 14. 2023

작은 이름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하면 누구의 아들이고 누구의 친구이며 누구의 제자이고, 누 구의 동생이며 하며 나의 역할들을 늘어놓는다. 그 역할들은 전부 내 이름이다.


사람은 이름들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그 마을은 하울의 소유물은 아니지 만, 어쨌든 움직이는 마을이다. 우리는 많은 이름들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 이름들 하나하나는 우리 전부를 대변하지 못하지만, 그 이름들 없이는 어떤 것도 우리를 대변할 수 없다.


우리는 흔히 그 이름들 중 진짜 이름이 뭔지 고민한다. 하지만 간단하다, 모든 것이 진짜 이름이다. 작고 이질적인 이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조차도  우리의 진짜 이름이다. 우리는 그 작고 이질적인 이름들을 이물질이라며 지워내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작은 이름들을 대변한다.


   나는 세상을 낯설게 보는 연습을 한다. 흔히 지나쳐 생각하고 흔히 불평하는 문제들을 반대로 생각하면서 궤변처럼 보이는 생각을 하는 연습을 한다. 그것들이 나의 작은 생각들이고 작은 이름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꾸 큼직한 이름들로만 살면서, 우리의 작은 이름들에는 무관심했을지도 모른다. 각각의 이름들이 우리를 모두 반영할 수 없지만, 이름들의  파편을 모두 끼워 맞추다 보면 완전한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다. 그래서 나는 작은 이름들에 귀 기울인다. 나라는 큰 퍼즐에서, 작은 이름의 작은 조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안녕, 나의 작은 이름들.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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