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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공비행 Oct 29. 2024

학폭 피해자와 스쿨 카스트(2).

 앞서 말한 건 전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내용이다. 내가 왕따 피해자라는 사실을 안 담임이 조처를 한 건지 모르겠지만, 6학년엔 신기하게도 나를 왕따 시킨 모든 아이들과 다른 반이 됐다. 그래서 6학년 때 나는 잘 지냈냐. 학급 내에서는 잘 지냈다. 그래서 더 의문이다. 가끔 왕따당하는 아이들은 왕따가 될 이유가 있어 그렇게 된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 그래 그런 경우가 있긴 하지.


 부모의 빽과 자기 성적을 바탕으로 하도 다른 학생들을 무시해서 왕따가 된 딱 하나 보기는 했다. 학급에 30명 있다고 치고 12년 학창 시절을 보냈으니까 대충 360명 중 딱 한 명 그런 케이스가 있던거다. 그런 예외적인 경우를 가져와 일반화하겠다고? 웃기고 있다. 참고로 방금 말한 걔는 왕따가 됐다기보단 그냥 애들이 안 놀아주는 게 다였다. 성인군자가 와도 자길 무시하는 애랑 친구가 되어 놀고 싶진 않을 거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5학년의 나와 6학년의 나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럼 대체 왜 5학년 때 나는 왕따였던 거고 6학년 때 나는 왕따를 당하지 않은 거지? 내가 문제였으면 2년 내내 왕따를 당해야 맞는 게 아닌가?


 6학년 때 나는 6학년 층의 화장실을 이용한 적이 없다. 항상 한 층 아래의 5학년 화장실을 이용했다. 왜냐면 층의 정중앙에 있는 화장실은 학년 양아치들의 집합소였기에 가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몰랐으니까.


 중학교에 들어가 처음 여자애와 소위 말하는 썸을 탔다. 그 시절엔 썸이란 말 자체가 없었지만. 그 여자애는 중학교 때 전학해 온 케이스라 내가 왕따였단 사실을 몰랐다. 그런데 나를 왕따 시킨 애들은 그 여자애에게 가서 내가 예전에 왕따당했단 사실을 말했다. 다행인 건 그 여자애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단 것이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인근 두 초등학교의 아이들이 모두 진학하는 학교였는데, 하루는 나와 다른 초등학교를 나온 노는 애가 와서 묻더라. 니가 초등학교 때 학년 짱이었냐고. 그런 것과 거리가 멀었던 나는 부정했다. 알고 보니 나를 왕따시킨 이들이 헛소문을 퍼트린 거였다.


 하루는 샤워하고 나왔는데, 엄마가 날 보더니 그 멍은 대체 뭐냐고 물었다. 하도 맞아서 온몸 군데군데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다음 날 엄마는 담임과 통화했다. 담임은 내게 누가 왕따를 시켰냐 물었다. 왕따의 주범들은 모두 교무실에 불려 가 반성문을 썼다. 그리고 돌아와 내게 말했다. 왜 어른들에게 사실을 말했냐고. 그게 끝이었다. 요즘에야 학폭 가해자, 학폭 피해자 이슈가 커져서 상황이 달라졌지만, 그땐 정말 그게 다였다. 반성문 한 장 쓰고, 왜 귀찮게 반성문 쓰게 만드냐고 더 맞았다. 그때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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