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RANRA

환경과 계절을 생각하는 란라를 소개합니다.

프로젝트 100; 백 개의 기억을 소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기억을 저장할 창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종종 열심히 찾았던 정보들을 까먹습니다. 그게 아깝습니다.


Projec은 Project가 되기 바로 이전 기억을 의미합니다. 한 사람의 주관적인 기억이 전개됩니다.



RANRA


나는 란라를 룩북으로 접했다. 23SS를 인스타에서 우연히 보고 나서, 감도가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기능성보다는 미적인 아름다움을 더 좋아하는 거 같고, 거친 의류에 부드러운 색을 섞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신선하게, 말 그대로 야채나 채소를 보는 듯한 신선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이후에 소개할 시즌들과 룩북을 보면 똑같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케팅에 있어서 '포토그래퍼는 필수겠구나' 를..


그리고 한 브랜드가 초기부터 런웨이를 거치며 현재까지 이르는 이 과정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생각이 바뀌는지가 굉장히 면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글을 썼다. 브랜드명을 바꾼 것부터 이후에 옷들의 컨셉이 변화하는 것까지, 하나의 작은 서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글을 읽으며 꽤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란라는 아르나 마르 존슨(Arnar Mar Jonsson)과 루크 스티븐스(Luke Stevens)가 2017년에 함께 설립한 런던 베이스의 브랜드이다. 둘은 RCA에서 만났으며, 환경이나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기능성 의류에 곁들여서 던진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아이슬란드에서 태어난 아르나 마르 존슨에게 큰 시너지가 되었다.


또한 그들은 도서관 위에 있는 학생용 바에 가서 시간을 많이 보냈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남성복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심이 생겼으며, 결국 란라에서 남성복을 기반으로 한 여러 종류의 옷들로 브랜드를 전개하게 되었다.


존슨과 스티븐스는 i-D와의 인터뷰에서 브랜드 철학을 말한다.


“Coming from Iceland, you have to dress for the weather -- it’s just something you have to think about,”


"아이슬란드에서 왔으니, 날씨에 맞는 옷을 입어야죠" 그렇다. 이 란라 스튜디오의 제1원칙은 먼저 적합성이다. 지금 겪고 있는 날씨와 가장 적합하게 기능할 수 있는 옷을 만들겠다는 말이다.


“Our work isn’t 'functional' functional in that sense, but we always work with the idea in mind that our clothes are primarily designed to be worn, rather than being made for the sake of producing an image.”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리는 기능적인 부분에서만 기능하지 않아요. 우리는 입기 위한 옷을 주로 제작하지 이미지를 유발하는 옷은 만들지 않습니다." 라고, 말한다.


그렇다. 그들의 진정한 원칙은 '상황에 맞춰 입는 옷'이다. 기능성이라는 이미지에 덮이지 않는, 각 상황에 맞는 입을 수 있는 옷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ensuring a piece’s longevity - it means that you wear the pieces more than one way, and so you don't get bored of them.”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건, 그 제품이 지루하지 않게끔 하는 것입니다." 라는 식의 발상은 굉장히 신선했다. 예를 들어, 숨겨진 포켓을 사용해서 사용자가 우연히 발견한다든지 등의 아이디어는 지루함이 없어지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이 지속가능의류의 또 다른 방법이라는 것이다.


"This relates to ideas of durability, performance, functionality and use; but these same ideas can also shorten a garment’s lifespan by defining a garment’s use too specifically."


그들이 얘기하는 지속가능성은 내구성, 성능, 그리고 기능에 너무 치우치지 않게끔 하려는 것이다.


의류의 용도를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고, 'anti-sustainability'에 적용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란라는 자연 친화적인 리사이클 패브릭, 전통 염색 기법 등의 방식을 사용한다. 그리고 세련된 스포츠와 현대적인 아름다움 사이에 모호한 경계선을 제시하며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준다.



Arnar Mar Jonsson 2021 Spring/Summer


란라의 첫 번째 룩북 시즌이다. 18년도부터 전개했다고 하지만, 자료를 찾을 수가 아예 없어서 포기하고 21년도부터 적는다.. 이때 룩북 샷들을 보면 아까 말한 대로 감도가 뛰어나다. 그리고 섹시한 느낌도 든다.


약간의 관능미가 곡선 형태의 패널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니트의 모습은 매혹적인 소년미를 살짝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란라의 주특기인 레이어링된 이너와 아우터가 해당 시즌에서도 돋보인다. 화사한 하늘색에 조금은 칙칙할 수 있는 연갈색을 섞어서 말이다.


첫 번째 시즌부터 옷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이것이 내가 란라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Arnar Mar Jonsson 2021 Fall/Winter

란라의 21FW는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브라운, 크림 등 포근하고 부드러운 톤의 컬러가 따뜻한 느낌의 소재와 만나 가을, 겨울 시즌에 적합한 옷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식물을 이용한 천연 다잉도 함께했다.


천연 다잉은 Heather라는 식물을 사용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자라며 한번 꽃을 피운다. 이 식물로 베이지색이 자연스럽게 염색된 옷을 만들 수 있었다. 이것은 존슨이 자연을 활용하는 그들의 프로세스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도 말했다. 내가 보기에 이런 행위는 옷 자체의 지루함을 조금 덜어줄 수 있는 이스터에그 같은 존재 아니었을까 싶다.


해당 시즌은 리버서블 가능한 옷들이 많으며, 색상은 어찌 보면 중립적이기도 하고, 양성적이기도 한 느낌을 많이 사용했다.



Arnar Mar Jonsson 2022 Spring/Summer


란라의 22 봄여름 컬렉션은 원래 작업하던 사진작가 Eddie Wheelan와 함께 야외에서 찰영했다.


스포티하고 경쾌하면서도 럭셔리한 의류가 트렌드였던 80년대 일본과 이탈리아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들은 실버 코팅된 린넨과, 페인팅 된 면을 사용했고, 어김없이 천연 식물을 이용한 염색을 다시 보여줬다. 아이슬란드의 식물인 씨슬(Thistle)과 알케밀라(Common Lady's Mantle)를 사용했다.


봄을 바라보는 창문에서, 우리는 아름답지만서도 추운 느낌을 받는다. 이것이 이번 시즌의 옷에서 보온성을 위하면서도 아름다움이 나타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옷을 제작하는 동안, 이들이 목적성과 심미성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Arnar Mar Jonsson 2022 Fall/winter


이번 컬렉션은 다른 사진작가인 Theo Sion이 맡았다. 그리고 살로몬과의 협업 스니커즈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들은 이번 시즌의 주된 테마가 이탈리아의 중년 남성들이었다고 소개한다. 이전에 소개한 마리아노와 이번 시즌의 의상들을 보면 유사한 부분이 몇 개 보인다. 크롭자켓의 실루엣을 부풀리거나 여러 색으로 레이어드 하고, 코듀로이 소재를 사용해서 허리부터 밑단까지 꽤 편한 실루엣으로 떨어지게 하는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란라의 유산을 잃어버리진 않았다. 콜라보에서 원료 선택과 식물 염색 공정에 중점을 두었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염색을 사용했다. 아이슬란드의 Equisetum라는 식물을 사용했으며, 염색하는 과정을 영상으로도 소개했다.


이번 시즌부터 란라는 스포츠 웨어 브랜드에서 완전히 분리되었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들은 패션 자체를 흑백논리로 보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거 같았다. 단순히 양자택일 - 어느 부분을 위한 옷이 아닌, 모든 부분에 있어서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그런 모습을 더 보여주려고 애쓴 거 아닌가 싶었다.



Ranra 2022


2022년 5월, Arnar Mar Jonsson에서 Ranra로 이름이 바뀌었다.


Ranra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제품 디자인, 가구, 출판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파트너십과 협업을 통해 커뮤니티를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The RANRA name could mean anything – it could be a fridge company or a perfume brand. We liked how ambiguous it was.


"란라라는 이 모호한 이름은, 우리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 Ranra (studio)는 확장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Ranra 2023 Spring/Summer


23SS 시즌이 갑자기 런웨이로 바뀐 것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Zalando Sustainability Award 2022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다. 우승한 이후, 4대 패션위크 이후 다섯번째 패션위크라고 불리는 코펜하겐에서 그들은 런웨이에 설 기회가 주어졌다.


우선 이번 쇼는 아이슬란드의 엘프에서 영감을 받았다. 무대에는 이끼로 뒤덮인 바위나 독버섯 등이 세워져 있어서 마치 동화 숲을 연상시킨다. 또한 과거 시즌부터 계속해서 천연 염색하려는 시도가 결국 이 컬렉션을 위한 큰 과정이 되었다.


란라는 색이 자연으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동화에 빗대서 표현했다.


기존의 코펜하겐 런웨이들 자체가 지속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이것은 란라에게 최적의 환경이었다. 지속 가능한 쇼에서 흔하지 않은 다채로운 색상과 질감의 조합으로 심사위원단에 깊은 인상을 주며 매우 패셔너블한 쇼를 만들어냈다.


"It shows an expansion into more of a fashion proposal."


"더 많은 패션으로의 확장"


어쩌면 이것이 란라에게 주어진 숙제였지 않나 싶다. 란라는 패션이 줄 수 있는 여러 제안으로 확장하고 싶어 한 듯 보였다. 이 코펜하겐 런웨이에서, 란라는 그 해답을 찾았다.



Ranra 2023 Fall/Winter


그 결과 23FW에서도 코펜하겐 런웨이 느낌이 지속되었다. 변한 란라의 모습이 이번 시즌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이번 시즌을 보면 독특한 색과 독특한 아이템의 사용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노르딕 패턴의 니트웨어를 과감한 색과 조합하거나 앞면은 치노, 뒷면은 조거인 바지를 제작했다. 그리고 일반적인 포즈가 아닌, 어떤 안무를 하는 듯한 모델들의 동작과, 음침한 그림자와 몽환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조명으로 예전과는 사뭇 다른 룩북을 연출했다.


이제 란라가 과거부터 내세우던 세련된 스포츠와 현대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모습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Ranra 2024 Spring/Summer


최근 24SS 컬렉션 룩북은 란라가 이전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반바지가 굉장히 많이 보였다. 또한 소재에서도 우븐 소재가 사용되었으며, 이것은 자연스러운 소재가 많이 보였던 과거와는 또 다르다. 색 자체도 공격적이다. 봄과 여름 컨셉에 맞게 대비되는 느낌을 사용하였으며 모델이 보여주는 표정에서도 활기가 느껴진다.


봄과 여름이 무엇인지, 고정되어있는 우리의 신념에 확실한 대답을 주는 분위기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연출은 동일하다. 그래서 이 시즌은 약간의 실망이 있다. 그저 23FW의 연장선 느낌이 강하다. 지루하고 긴장감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What’s your motto in life?


Arnar : Do everything, always

Luke : More money, less work


in 'The Face' interview


과거부터 지금까지 개연성 있는 서사의 주인공인 란라를, 이제 우리는 그의 경험을 중심으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editor, magazine @projec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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