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과 기능성 사이의 선을 지키는 브랜드
projec100_3. A. A. Spectrum 光谱
프로젝트 100; 백 개의 기억을 소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기억을 저장할 창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종종 열심히 찾았던 정보들을 까먹습니다. 그게 아깝습니다.
Projec은 Project가 되기 바로 이전 기억을 의미합니다. 한 사람의 주관적인 기억이 전개됩니다.
예전에 에센스 디깅을 하며 발견한 브랜드. 중국 브랜드라는 사실에 놀랐었는데, 생각해 보면 요즘에 중국이 옷을 잘 만든다. 원래도 잘 만들었는데 내가 몰랐던 거 같기도 하다. 쨌든 AA 스펙트럼이란 브랜드는 뭔가 란라처럼 가벼우면서 또 한편으론 무거운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걸 보면 참 나도 좋아하는 스타일이 한결같은 거 같다.
연말/연초에 이런 글 쓰고 있는 나도 참 웃기고, 그래도 뭐 재밌으니까.. 23년도 잘 보냈고 추운데 감기 조심하자.
A.A. Spectrum은 2015년도에 Amber와 Ying Zeng이 중국을 기반으로 설립한 브랜드이다. 둘은 절친이고 40년 동안 의류업계에서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신기한 점은, 추가로 CD와 디자이너들을 영입했다. CSM을 졸업한 Tallon을 중심으로 말이다. 그들은 스위스, 덴마크와 중국으로 나눠 일한다. 역할이 어떻게 분담되는지는 이들이 직접 밝혔다.
I love fabrics, colors, textures, but I have never been keen on pattern making and I am impatient when it comes to sewing
패턴 메이킹에 자신이 없던 그는 중국의 디자인팀에게 연락해서 덴마크의 소재 담당팀과, 디자인 담당팀으로 나눴다고 한다. 이 점이 A.A. 스펙트럼이 메이킹적으로 유니크하게끔 도와주는데 큰 도움이 되는 거 같기도 하다.
쨌든 AA 스펙트럼은 유럽과 아시아를 모두 보여주는 브랜드이다. 창의성과 기능성을 결합하여 제품에 독특한 개성을 부여한다. 또한 우리가 입을 옷, 복식 행위 자체에 초점을 두고 옷을 전개한다. 그래서 로고 자체도 사람 인(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AA 스펙트럼은 All About Spectrum의 약자이다. 모든 문화에서의 협력, 말 그대로 여러 문화를 바탕으로 사람을 위한 옷을 만드는 것이다.
이 브랜드의 여정은 2018년도 가을/겨울 컬렉션부터 시작된다.
잘 봐두면 좋다. 2023년도 겨울 룩북에도 이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약간 아웃도어적인 느낌이 있어 좀 샤프할 거 같은데, 따뜻한 느낌이 강하다. 그건 사람들의 모습을 바탕으로 옷을 만든다는 그들의 철칙이 반영된 거 같다. 근데 전 세계 사람이냐, 그건 또 아니다. 색을 보면 아시아의 중국 느낌이 많이 든다. 오성홍기 색인 빨강과 노랑, 그리고 한자를 옷에 사용했다.
남성복을 기반으로 남성 실루엣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그로 인해 오버 실루엣이 한눈에 보인다. 그리고 유니크하다. 패디드 글로브, 바지 밑단의 스트랩, 빅 포켓 패디드 재킷 다 솔직히 입으라고 하면 입고 싶다. 기성복을 이렇게 심미성을 넣어서 하는 게 쉽지 않은데 잘한다.
한결 가볍게 뺐다. 그래도 스펙트럼의 모습은 유지한 채.
소재도 되게 러프한 원단을 사용했고, 포켓도 큰 모습은 원래의 스펙트럼 느낌이다. 그리고 뒷판에 한자를 사용한 재킷도 앞서 보였던 FW 재킷과 동일하다. 디자이너가 직접 자신은 재킷과 코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기장이 긴 코트 형태의 나일론 재킷도 선보였다.
그래도 SS 시즌에는 이 브랜드가 좋아하는 오버한 실루엣을 잡기 힘들어 보이긴 한다. FW 시즌에 선보일 수 있는 제품군에 비해선 한계점이 보인다.
이 컬렉션의 컨셉은 lost in translation으로 변화에 힘들어하는 여행객들의 모습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차로 피곤한 여행자들에게 좀 편안함을 주는 옷들, 식품 포장 또는 기타 물품에서 발견되는 빈티지 라벨에 영감을 받은 옷들이 눈에 보인다.
옷들의 특징은 리버서블의 색들이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는 라벨에 영어와 한자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약간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근데 나머지는 이전 시즌과의 통일성이 보인다.
이 시즌은 더 전통적인 느낌이 물씬 드는 시즌이었다. 근데 소재는 얇은 폴리에스터를 사용했고, 실크나 가죽도 사용했다. 색은 다채로웠고, 옷의 말단 부위를 중국어 글자로 채웠다. 그래서 전통적인 게 더 느껴지는 거 같다.
여전히 본인들의 아이덴티티인 빅 포켓과 롱 재킷은 유지했다!
이번 시즌은 과거와는 다르게 전통적인 모습 보다 미래지향적인 색채가 담겼다. 이 부분이 시간 여행이라는 테마와도 되게 잘 어울렸다. 특히 스펙트럼 특유의 과한 실루엣이 이런 테마를 더 잘 살린 거 같다.
트랙 재킷과 트랙 팬츠는 스포티한 느낌을 추가했고, 더 다채롭도록 도와줬다. 그리고 추상화가 그려진 이 우븐 라벨은 미래주의적인 요소를 보여주면서도 전통성을 강조하는 느낌을 줬다.
이번 컬렉션은 비행장에서 진행됐다. 사업가와 유목민 사이의 교집합 부분을 옷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비행장 - 사업과 여행 그 사이에 있는 장소로 생각이 들었다.
옷들은 되게 자유분방해졌고, 이전과는 다르게 SS 시즌이어도 롱 재킷보다는 가벼운 옷들이 많아진 거 같음을 느꼈다. 이전에는 잘 사용하지 않던 그라데이션 패턴의 재킷과 바지도 있었다. 그래도 빅 포켓, 빅 백 - 특유의 과한 실루엣은 그대로 유지했다.
클래식하게 사용되는 비즈니스 정장과 드레이프성이 있고 느슨한 옷 사이에 대조를 이루며 다시금 사업가와 유목민 사이의 모습을 나타내려고 한 거 같았다. 점점 브랜드의 개념을 확장해가는 모습이 보인다.
I was inspired by Simon Phipps’s book: Brutal London, a photographic exploration of London’s modernist architecture. Similarly, China’s fast sprawling main megapolis and its urban environment’s rapid transformation is a constant visual stimulus.
이번 컬렉션은 런던의 건축물을 담은 책 'brutal london'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으며, 동시에 중국의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고 느껴 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옷에 도시와 높은 타워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아티스트 'Melting Wang'과 협력해서 진행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이전에는 잘 보기 힘들었던 플리스 소재와, 퀼팅 재킷을 써서 조금 현대적인 컨셉에 맞춰 실용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거 같다. FW 시즌에 계속 사용했던 롱 기장의 코트와 A자 실루엣의 봄버가 보인다.
이번 시즌은 미얀마로의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확실히 색 사용한 거나 옷의 실루엣을 보면 약간 토속적인 미얀마 느낌이 난다.
미얀마로의 여행에서 재활용 소재, 작업복, 승려복 등이 이번 시즌의 주요 주제이다. AA 스펙트럼의 옷들이 승려복 같기도 하고 좀 A자 실루엣이 많고 각진 부분이 많이 없는데, 그게 이번 시즌 컨셉이랑도 잘 맞는 거 같아서 21SS를 꽤 신기하게 봤다. 대표적인 표현 방법으로는 망가진 천의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단다. 또 옷들이 가방이나 장비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도 했다.
이번 시즌은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에 대한 경계, 확인, 생존이라고 한다. 뉴런, DNA 사슬 뭐 그런 것들을 프린팅 해서 아티스트와 콜라보 해서 옷도 제작했다.
되게 퓨쳐리스틱하기도 하고, 모던하고 정제된 거 같기도 하고 약간 오묘한 혼종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게 시즌 컨셉 때문인 거 같다. 그리고 맨 마지막 룩이 되게 맘에 드는데 그 두 느낌이 딱 반반씩 잘 섞여서 그런가 보다. 표현 방법과 소재는 예전과 비슷하게 사용된 거 같다. 점점 주제를 어떻게 잡아가는지가 궁금해진다.
이 시즌은 흙 산 위에서 찍었다. 딱히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어서 옷들 위주로 봤는데, 약간 AA 스펙트럼 같으면서 아닌 거 같으면서 싶은 옷들이 많았다. 전통적인 느낌도 주는데, 힘을 뺀 느낌도 받았다.
타이다이 패턴의 재킷과 원피스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왔고, 나일론이나 면 소재로 된 심플한 쇼츠 제품들도 많이 보였다. 흙 위를 컨셉으로 정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태초의 의미를 담으려고 한 거 아닌가 싶었다.
이번에는 또 룩북 사진이 없었다. 다 제품 디테일 사진들로 채워져 있었다. 근데 또 룩북 영상은 있어서 그걸 가져왔다.
드레이핑적인 A 실루엣이 계속해서 보였다. FW 시즌에 해왔던 플리스와 패딩 소재, 그리고 뒤판에 적혀있는 시그니처 한자까지 AA 스펙트럼의 아이덴티티가 이번 시즌에도 보였다.
그래서인지 이젠 좀 지루한 면도 있다..
더 베리에이션이 넓어졌다. 디스트로이드 된 가디건이나, 심플하지만 본인들의 실루엣이 담긴 셔츠가 보인다. 신발도 자체 제작한 슈즈를 사용하는 거 같다. 모델들의 포즈도 독특하다. 중국의 전통 무예를 연상시키는 자세도 보인다. 그리고 이후에 나올 23FW와도 색이 유지되는 느낌이 든다.
그냥 A.A. 스펙트럼의 모습
이번 시즌은 쓸게 많아서 좋다. 우선 룩북 감도가 너무 좋다.
쨌든 이번 시즌은 금속이 녹은 모습을 보고 영감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 국화로 부터도 영감받았다고 한다. 국화의 돔 모양과 독특한 꽃잎이 컬렉션의 부드럽고 동그란 구조에 잘 적용됐다.
이번 시즌에도 아티스트와 협력해서 컴퓨터 코딩 문양을 사용해 패딩에 그렸다. 또한 AA 스펙트럼 실루엣과 롱 재킷의 비율이 예전 FW 시즌들보다 더 많아졌다. 특히 세 번째 줄 첫 번째 제품이 제일 좋아하는 룩이다. 그리고 이 룩에서 나온 패딩의 디테일은 위에서 말한 금속이 녹는 모습이라고 한다.
"rusty coppers, sage greens, optic white, and cobalt blues"
all/Within 과의 인터뷰에서
그리고 이번 컬렉션은 위의 색들로 이뤄져 있다. 이것도 금속에게서 영감받았다고 한다.
이번 시즌을 보면 브랜드의 컨셉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인간의 창의성과 기능성 사이 선. 그 오묘한 선을 잘 지켰던, 경계는 없고 흐름만 있다는 게 브랜드의 철학이었던 AA 스펙트럼이다.
그들만의 철학과 원칙을 바탕으로 모두를 설득시키는 A.A. SPECTRUM, 이제 우리는 앞으로 달라질 모습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editor, magazine @projec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