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작, '가여운 것들(2024)'
킬링디어, 더랍스터, 더 페이버릿로 유명한 그리스의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작 '가여운 것들'의 후기이다. 난 요르고스의 킬링디어와 더 랍스터, 그리고 그의 감독적 역량과 스타일 등을 최대한 쫓으면서 '가여운 것들'을 준비했다. 요르고스나, 자비에돌란, PTA 같은 감독들을 최근 들어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기도 해서...
'가여운 것들'은 많은 상을 받았으며, 우리나라에 드디어 개봉했기 때문에 더 기대도 많았다. 또한 킬링디어를 보며 이 감독만의 미장센과 사운드에 대해 엄청 충격을 받았던 나였기에, 가여운 것들을 보기도 전에 최애 영화로 뽑았다.
줄거리를 적어야 하나 싶긴 한데, 우선 대 주제들을 말하면서 줄거리도 약간씩 말해보겠다. 아마 스포가 될 거 같으니 불편하신 분들은 나중에 찾아와주시면 감사하겟다.,.;
우선 대주제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세 부분으로 나뉘는 거 같다.
성장, 여성성, 그리고 가여운 것들
작중 벨라는 세 단계에 걸치며 성장을 한다. 초반에 어문적인 성장, 그리고 이성을 만나며 성적인 성장, 마지막으로는 주체성을 얻게 되는 성장이다.
초반에는 갓윈에게서 재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애기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것 마냥, 하지만 굉장히 갇혀있는 공간에서 육성된다. 그 과정이 비정상처럼 보일 수 있는데, 난 어른의 형상을 띈 아기라고 생각하면 정상적으로 볼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쨋든 첫 번째의 성장이다.
(개인적으로 아이디어에 대해 놀랐던 게,, 인지부조화가 계속 왔다. 외면은 어른이고 엄마인데, 내면은 아기이고 자식인 거다. 이게 진짜 얼마나 부조화가 옴과 동시에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성장부터는 이성을 만나며 성적으로 쾌락을 얻고, 자유를 추구하게 된다. 조심하셔라.. 엠마스톤의 노출 수위가 너무 높다. 아예 전신을 다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성관계 장면이 굉장히 많다. 대략 러닝타임 150분 중에 30분은 될 듯하다. 근데 이 과정들은 대부분 벨라의 동기가 된다. 성관계를 하며 자유를 더 갈망하게 되고, 배움으로까지 이르게 되니까 말이다.
솔직히 관계 장면이 많다는 점이 비판적인 요소가 되는 거 같은데, 그거엔 반대이다. 극적인 주제의식을 부각해 주는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성장은, 벨라의 주체성을 갖게 되는 과정이다. 배와 파리에서 이상과 현실, 빈민가와 자신의 수직적인 위치,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을 배운다. 이게 빠르게 그녀를 성장시키고 불과 몇 달 전까지 아기였던 그녀가 재탄생하기 전쯤의 그녀 정신연령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시점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여성성(페미니즘)을 중심 주제로 가져가는 거 같다. 초반에 갓윈, 덩컨같이 남성 중심적이고 소유욕이 강하던 그들을 비판하게 되고, 몸을 파는 행위이지만 주체성을 가져가는 행위가 페미니즘 영화의 특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모습들이 너무 극적으로 표현되어 청자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을 거 같긴 했다. 그래도 페미니즘만이 아닌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고, 페미니즘을 부각하는 거라고도 할 수 있어서... 다양한 해석을 가능토록 한다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건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영화 제목이 왜 '가여운 것들'이라고 지어졌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결국 위의 두 컨셉과도 연결되는 거긴 한데, 매 시퀀스마다 가여운 것들이 있다는 느낌으로 해석해 보니 뭔가 느낌이 왔다.
처음에는 본인이 가여운 것인 거다. 그리고 성장하면서부터는 가여운 것들이 외부로 바뀐다. 그리고 벨라는 그 가여운 것들을 교화시키려는 입장을 띄게 된다. 이건 요르고스 란티모스만의 그 신화 느낌이 여기서 많이 나타난다. 중간중간 빈민가를 돕거나, 이상주의의 끝은 현실주의라는 걸 깨닫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엔딩 장면 쪽에 벨라의 맥스가 '사람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냐'라는 질문과 '난 의사가 되겠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 더 그 가여운 것들의 의미가 머리에 꽂히기도 한다.
가여운 것들을 치료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화, 신격화 그 마인드가 명확하게 나타나는 느낌이다.
요르고스의 영화들은 하나같이 숙제 같다. 복습 예습 공부를 해야만 습득되고 느낌이 꽂히는데, 안 해도 느낌은 안다. 뭔가 뭔가..
요르고스 특징으로 미장센과 사운드가 개 미친놈인 걸 다시 느꼈다. 사실 사운드 자체는 관악과 낮은 음역대의 현악을 많이 쓰면서 웅장함과 중세 느낌을 계속 주려고 노력한 거 같다. 아 영화 끝나고 엔딩크레딧 올라올 때, 거의 다 남으셔서 노래를 들으시더라... 난 영화 사운드보다 엔딩 크레딧 음악이 너무 좋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QDeGyYvyNqs
그리고 동물을 많이 쓴다는 특징이 이번 영화에서는 아예 대놓고 나왔다. 매 시퀀스, 장면마다 동물이 빠진 적이 없다 ㅋㅋ.
아!! 맞다!! 미장센!!! 초반에 흑백으로 영화가 전개되는데 그게 성장의 전환점을 보여준다. 마치 자비에돌란이 해상도를 휙휙 바꿔버리는 그런 거처럼 말이다. 또 그 CCTV 화면처럼 비네트효과를 몇몇 장면에서 쎄게 준다. 의도는 아마 조금 답답한 느낌을 주려고 한 게 아닌가 싶다. 또 광각으로 인물을 가깝게 찍는다. 우스꽝스러운 블랙코미디 느낌? 아니면 왜곡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거 같다. 이외에도 굉장히 아름다운 미장센이 많았다. 솔직히 킬링디어의 로우앵글과, 그림자 촬영 같은 기법을 보고도 소름이 개쫙돋았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ㅇㅋ 인정했다. (ㅋㅋ)
끝나고 나오면서, 난 좀 쓸쓸했다. 내 궁금증을 풀고 얘기할 사람 없이 나 혼자서 영화를 봤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 취향이 겹치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새벽에 봐서 볼 사람이 없긴 한데..
근데 그래서 옆에서 봤던 어떤 사람과 얘기해 볼까 2초 고민했는데 내가 조용한 편이라서(ㅋㅋ) 그건 못하고... 다른 분들과 같이 엘베 타서 그분들이 하는 얘기를 엿들었다. 그분들은 요르고스 욕을 좀 하시더라. ㅇㅈ한다. "뭔 앞에 뭔 일 일어날 거처럼 빌드업 다 해놓고 왜 이따구로 마무리되냐" 음.. 뭔 느낌인진 알 거 같다.
이번 영화는 키워드만 알고 가시면 더 보기 편하실 거 같다. 요르고스 영화 특징이 왜? 저렇게? 응? 쟤가 뭔데? 약간 이게 좀 있는데 이렇게 미리 좀 납득을 하고 가시면 전개에 있어서 개연성이 생길 거 같다. 그리고 웃기다. 약간 코미디스러운 게 아니라 풉ㅋ 어이가 없네ㅋ<< 약간 이 웃음이다 ㅋㅋ 그리고 저녁에 보는 걸 추천한다.. 낮에 보는 건 좀 남사스럽...지 않나 싶다. ㅋㅋ 이유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