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불안의 상당 수도 내가 꾸며낸 허상이다.
때로는 잘하고 싶은 예쁜 마음이었고,
때로는 유약한 나 자신을 보호하려는
애틋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불안이 높은 나는 종종 이 마음에 압도되고 만다.
스스로를 너무 꽁꽁 싸매 가끔은 한 발자국 떼는 게 그렇게 힘들다.
생각이 미래로 향할수록 현실에서 도는 공회전의 횟수만 늘어난다.
내 안에서 자라는 마음에 속지 말아야겠다-
또 다짐한다.
가끔은 나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는 기분이라
꽤 착잡하다.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잡아야지- 마음을 먹지만
그럼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대답하지 못하는 나다.
어떤 작가의 허상이라는 그림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그 크기에 압도되다가 마음에서 올라오는 무수한 이야기에 마음이 시끄러웠던 하루였다.
바티칸에서 본 미켈란 젤로의 천지창조가 떠올랐던 그림이지만 그때의 황홀경과는 정반대의 느낌이었다.
작가의 요동치는 감정을 다 쏟아낸 듯한 그림이었다.
천사도 악마도 제법 비슷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는 기분이었다.
무신론자이지만 나의 천국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고 절망의 순간마다 외쳤는데
천국도 지옥도 결국은 내가 만든 허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도 잠겨보았다.
결국, 모든 순간은 내가 명명하는 것.
또다시 비슷한 맥락으로 돌아오지만 내 삶을 관통할 중심부터 찾아야겠다.
찍어 온 그림을 여러 차례 돌려보다 그림 뒤에 붙은 글귀에 더 오랜 시간 사로잡혀 있는 밤이다.
‘… 불안에 종지부를 찍었다.’
나도 언젠가는 내 불안에 종지부를 찍을 날이 오겠지?
내가 만든 불안에 내가 잠식되지 않으려 오늘도 안간힘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