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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현 Jul 03. 2023

01. 엄마가 수술을 했다.

딸, 엄만 이제 산도 여행도 못 가겠다. 슬프다.

2020년 4월

내가 대학원을 준비한다고 서울에 있는 어느 날,

엄마가 전화가 왔다.

봄이 오면 매년 산을 가고 계절을 느끼며 쑥과 고사리를 캐며 행복을 느끼는 평범한 날 중 하루였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엄마는 아빠와 산을 갔고, 아주 조금 높은 곳에서 폴짝 뛰어내렸다고 한다.

엄마는 아차 뭔가 잘못되었음 느꼈고, 주말인 그날 응급실을 갔다고 하였다.

당일 응급실에서는 발의 인대가 늘어났다며 붕대를 감아줬다고 했지만 다음날도 계속되는 통증에 엄마는 다시 병원을 찾았다.


발 뒤꿈치의 뼈가 부서졌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처음 엄마에게 전화를 받은 날은 칠칠치 못하게 엄마가 20대인 줄 아냐고 높은 곳에서 왜 폴짝해서 다치냐며 농담 식으로 나의 속상함을 내비쳤다.

하지만 다음날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곤 화를 냈다.

그저 인대만 늘어났다고 진단을 한 의사에게 일까, 누군가로부터 온 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울컥 화가 났다.

속상함과 슬픔을 미숙한 나의 감정표현으로 대신했다.

진실한 감정과는 정 반대되는 농담과 화로 말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고향 근처의 대학원에도 지원한 시점에 엄마의 수술날짜가 잡혀있어 엄마의 입원기간 동안 엄마 곁에 있을 수 있었다. 엄마는 수술 이후 오래도록 걷는 것이 불편해졌고, 한동안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 다녔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엄마의 모습, 수술 이후 통증을 느낄 때 마약성 진통제를 투약하는 모습. 새벽 밤 끙끙 앓는 소리.

워낙 독립적이고 타인에게 기대는 것을 싫어하는 엄마는 스스로 견뎠고 나는 간이침대에서 누워 엄마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무력감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아침 잠결에 들리는 내방 밖에서 나는 엄마의 걸음걸이 소리는 탁, 타악. 탁, 타악.

절뚝거리는 걸음걸이 소리에 마음이 아팠지만, 부족한 딸은 되려 그러한 모습을 외면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속상함과 무력함은 절대적으로 내비치지 않고 오히려 무심한 딸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엄마는 이제 더 이상 산에도 갈 수 없고, 여행도 갈 수 없을 것이라며 슬프다고 얘기를 했다.

나이가 들면 하나씩 포기를 해가는 과정이라는데,

엄마의 이 말은 너무나도 가슴에 콕 박혀 내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뭐든 해보라며 젊을 때는 실패도 해봐야 한다는 엄마의 말처럼 나 또한 나이가 들었어도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엄마에게 알려주고 싶었는데,

이젠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엄마의 꿈을 접는 소리는


참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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