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이런 계획력이 있을 줄이야.
나는 경험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20대 코로나가 우리의 세상을 덮치기 전 많은 곳을 여행했다.
짧게는 일본의 오사카, 후쿠오카, 중국의 상하이, 태국의 방콕, 대만의 타이베이, 베트남 다낭과 냐짱.
이미 대학교 시절 휴학을 하고 친구들과 1달 넘게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었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이전 호주 여행 기억이 너무 좋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도 했었다.
1년 간의 호주생활. 워킹홀리데이의 취지에 맞게 열심히 돈을 벌고, 번 돈으로 서부의 퍼스부터 동부의 케언즈,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시드니, 멜버른까지. 동부 줄기를 위쪽부터 아래쪽까지 쭈욱 홀로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짧게는 3박 4일부터 길게는 1년까지. 함께한 사람도 다르고 나라들도 다 달랐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같은 것이 있었다면 나의 무계획 여행 스타일.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잡고 나면 여행준비는 끝이었다.
여행지로 날아가 아침에 눈을 뜨면 구글지도를 켜 그날의 여행 계획을 짰다.
침대에 누워 발가락을 까딱거리며 구글 지도를 둘러보다 보면 오늘 하루는 어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내가 감동을 할지 설렜다. 여기저기를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어느새 그 지역의 랜드마크라는 곳은 다 다녀오고 그 밖에 여행지를 벗어나 나라마다의 일상의 공간에 들어가 있기도 했다.
그것이 너무 좋았다.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는 보석이.
미리 찾아보지 않고 떠나면 목적지 없이 그저 걸을 수 있었고, 걷는 길 중 만나는 순간들이 더 인상에 깊었다.
그 찰나들이 모여 내 여행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길을 잃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가다 예쁜 동네에 무작정 내려 그곳을 여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간다. 엄마도 물론 자유로이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계획을 세우지 않고 갈 순 없었다.
파워 P인 내가 엄마와의 여행을 위해 노션에 여행 계획표를 짜기 시작했다.
비행기티켓과 넘버, 숙소 리스트, 교통 리스트 작성.
필요한 서류들을 링크로 함께 저장하고, 해야 할 리스트를 작성해서 하나씩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