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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으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자

by 새로운 습관

요즘은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에도 편의점에서 해열제 등 응급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 '편의점 의약품 판매제도' 덕분이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약은 대부분 '알약'으로 부작용이 거의 없다. 감기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알약'이 있듯 금융소비자에게도 꼭 필요한 '알약'이 있다. 바로 '알기 쉬운 약관'이다. 법제처에서 추진 중인 '알기 쉬운 법령'을 줄여 '알법'이라 부르듯 '알기 쉬운 약관'을 줄인 말이다.


지난해 법제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82.5%가 어려운 법률 용어 때문에 "법령을 이해하기 곤란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어려운 용어와 애매한 표현은 비단 법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약관에도 있다. 약관은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정형화한 계약으로 금융거래에서 많이 사용된다. 약관법 제3조 제1항에서 약관의 내용은 쉽게 알 수 있도록 한글로 작성하고 중요한 내용은 부호, 색채, 굵고 큰 문자 등으로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약관이 많다.


몇년전 발생한 즉시연금 미지급금 환급문제도 명확하지 않은 보험약관이 원인이다. 작년에 발생한 자살보험금 지급문제도 보험회사의 '약관 베껴쓰기 관행'에서 비롯되었다. 은행도 다르지 않다. 2008년에 대출 고객들이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근저당 설정비 반환소송'은 여신거래약관의 효력 유무가 쟁점이었다. 2017년 1월에는 착오송금과 관련된 금융소비자들의 민원을 줄이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을 개정했다. 송금은행은 수취인 또는 수취은행에 착오송금 사실과 반환의무를 알려야 한다.


최근 금융권 화두는 금융소비자 보호다. '저축'에서 '투자'로 금융트렌드가 바뀌면서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복잡한 약관 내용에 대한 설명 부족이 불완전판매의 주요 원인이다.

약관은 금융 거래 시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의 권리·의무를 확정하는 서류다. 소송 등 분쟁이 발생했을 때에는 중요한 증거자료가 되기도 한다. 금융회사들이 '알기 쉬운 약관' 작성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고열 환자에게 '알약(해열제)' 한 알이 큰 효과가 있듯 금융소비자에게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알약(알기 쉬운 약관)'이 제공된다면 공정한 금융계약 문화 정착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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