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5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1회 10분 이상, 1일 총 30분 이상씩 5일 이상 걷기를 실천한 비율인 '걷기실천율'이 41.2%로, 2005년의 60.7%와 비교해 19.5%포인트가 감소했다. 뭐가 그리도 바쁜지 국민의 절반 이상이 하루 종일 30분도 걷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그나마 필자는 2년 가까이 가회동에서 서대문까지 걸어서 출퇴근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흔히들 '걷기'라고 하면 멋진 '둘레길'을 생각하지만 필자가 즐기는 '걷기'는 바로 '골목길 걷기'다. 수많은 걷기 중에서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골목길 걷기'의 이로움을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첫째, 살고 있는 동네에 애정이 생긴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삭막하기만 할 것 같은 서울시내 한복판에서도 진하게 풍기는 사람냄새와 오백년 조선왕조 역사의 향기를 곳곳에서 맡을 수 있다. 골목길에 쌓인 낙엽과 눈을 쓸면서 만난 옆집사람이 어느 순간 이웃사촌으로 다가올 때 비로소 진짜 동네주민이 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둘째, 골목길 걷기는 지루하지 않다. 보물찾기 하듯 골목길을 걷다가 맛집이라도 발견하는 날이면 더욱 신나서 걷게 된다. 필자가 살고 있는 가회동 한옥마을은 골목 하나하나가 박물관이고 미술관이어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골목길투어는 매번 새롭고 흥미롭다. 셋째, 모든 걷기의 공통점인 뛰어난 운동효과다. 골목길 걷기를 통해 심폐지구력을 강화하고 각종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으며 체중감량에도 도움이 된다. 40대 중반을 지난 필자가 아직까지 허리치수 30인치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꾸준한 '골목길 걷기' 덕분이다.
'골목길 걷기'의 가장 큰 매력은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목길 걷기'는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서는 것에서 시작된다. 멋지게 꾸며진 둘레길이 아니어도 좋고 우레탄이 깔린 산책로가 아니라도 좋다. 이 가을이 끝나기 전에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동네 골목길, 아파트 단지내를 한번 걸어보자. 옆집 사람이 이웃사촌이 되고 걷기의 이로움이 내 것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