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팀킴'의 선전을 기대하며
4년전 쓴 글을 통해 추억을 소환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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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사라진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많이 슬플 것 같습니다. 30년 후면 사라질지도 모를 의성군은 저의 고향입니다.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년 내 84곳의 시·군·구와 1천389곳의 읍·면·동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 중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방자치단체로 의성군이 꼽혔습니다.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이미 20년 전에 폐교되었습니다. 어린시절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동네에는 빈집이 늘어만 가고 칠순이 넘은 아버지는 청년층에 속합니다. 이는 2018년 경북도 농촌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지방자치단체의 소멸 위험은 의성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소멸위험지수’가 높은 10개 지방자치단체에 의성군을 제외하고도 경북의 지자체는 5곳이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평창군도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30년 내 사라질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대부분의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가 직면한 문제이자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큰 숙제 중 하나입니다. 지방자치단체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러한 농촌에 기분 좋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고향마을에 귀농 귀촌인들이 하나둘씩 들어와 살기 시작했습니다. 고향에 갈 때마다 처음의 어색함은 조금씩 사라지고 어느덧 이웃사촌이 되어 가는 모습을 봅니다. 2014년에 214가구 419명이었던 의성군 귀농귀촌 인구가 2017년에는 721가구 1천50명까지 늘었다고 합니다. 도시민의 유입이 늘고 활력을 찾아간다는 소식이 반갑기만 합니다.
그런 의성에 최근 열렸던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활력을 더할 대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팀 킴’이 만들어낸 각본없는 감동 드라마 ‘컬링’덕분입니다. 스킵 김은정 선수가 김영미 선수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영미~가야 돼”는 전 국민의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의성은 올림픽 주최 도시 평창만큼이나 뜨거운 동네가 되었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세계 유수의 언론을 통해 ‘의성마늘’과 ‘경북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홍보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사라질 지방자치단체에서 ‘컬링의 메카’로 거듭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의성군과 평창군은 재도약에 필요한 날개를 달았습니다. 전남 함평군이 나비축제를 통해, 강원도 화천군이 산천어축제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컬링사례를 교훈삼아 경북의 시·군들도 특색있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컬링경기를 통해 우리는 팀워크의 중요성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포지션별 우수 선수가 아닌 팀 자체가 국가대표가 되는 스포츠는 컬링이 유일합니다. 컬링으로 의성군민은 한 팀이 되었습니다. 컬링으로 모아진 엄청난 에너지를 슬기롭게 활용한다면 의성군은 대한민국 최고의 지방자치단체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6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던 컬링전용경기장을 유치한 의성군민들의 혜안이라면 사라질 지방자치단체 1위의 위기도 슬기롭게 헤쳐나가리라 굳게 믿습니다. 고향에 가면 의성군에 날개를 달아준 컬링장을 꼭 한번 들러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