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초등학생 딸아이가 방울토마토 씨앗 5개와 화분을 2000원에 구입했다며 신나서 집에 들고 왔다. 요즘은 주로 모종을 심는터라 싹이 틀지 반신반의 했는데 화분에 심은 5개 중 한 개에서 싹이 텄다. 딸아이의 도시농부 체험은 그렇게 시작됐다. 햇볕이 잘드는 창가에 두고 매일 물을 준 덕분에 한달이 지나자 노란꽃이 피었다. 꽃이 진 자리에 초록색의 자그마한 열매 3개가 사이좋게 열렸고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토마토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요즘 도시농업이 인기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조례를 만들어 도시농업전문가를 양성하고 텃밭상자를 나눠 주는 등 도시농업육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작은 텃밭을 쉽게 볼 수 있다. 올초 개정된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도시농업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4월 11일을 '도시농업의 날'로 정했다. 농촌 출신으로 농사일을 조금은 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도시농업은 새롭게 다가왔다.
방울토마토를 키우며 도시농업이 주목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토마토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딸아이에게 농업의 가치와 우리농산물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도시농업의 확산은 자연친화적인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도시민의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 도시와 농촌이 함께 발전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농촌진흥청 연구에서는 초등학생의 텃밭활동이 감정표현과 이해력 증진에 도움이 되고 언어폭력성을 낮아지게 하는 교육적 가치까지 확인됐다.
방울토마토 키우기로 자신감을 얻은 우리집 꼬마농부는 상추도 심고 고추도 심자며 영농계획을 거창하게 세웠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도시농부가 돼야 할 것 같다. 도시농업 활성화는 도시와 농촌의 정서적 거리를 줄여 공존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농업을 이해하고 우리농산물을 애용하는 마음을 '농심(農心)'이라고 한다. 삭막한 도시에 농심 가득한 도시농부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도시농부 되기, 참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