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목표를 가져야 하나
오늘 친구와 카페에 갔습니다. 친구는 짧은 어학연수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영어를 배울 기회가 이제 더는 없을 것 같다는 말과 일상에 지쳐서 좀 일상으로부터 멀어져 있어야겠다는 말이 함께 돌아왔습니다. 저는 다시 물었습니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일상을 떠나고 싶은 것인지. 친구는 둘 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엔 후자가 더 큰 이유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릴레이 하듯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이유를 명확히 하라고 했습니다. 영어야 여기서도 배울 수 있다. 시도를 굳이 어학연수로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영어를 어느 정도 공부하고 어학연수를 가야 한다면 계속 여기서 공부를 해도 되지 않겠느냐. 영어를 왜 공부하려고 하냐. 저는 이런 질문들을 쏟아냈고 그에 대한 친구의 이런저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친구는 목표가 없어진 것 같아 하루하루가 우울한 느낌이다라는 대답이 날아왔습니다.
사실 그 친구는 목표가 뚜렷한 친구입니다. 대기업에 다니다 공공기관에 들어갔고 편입을 하고 공무원이 되고 재테크를 하고 뭔가를 계속하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바쁜 일상 때문에 목표를 세울 수 없고 그게 우울한 기분의 이유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상을 벗어나 영어를 배우러 어학연수를 간다는 목표를 가지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목표는 달성될 테고 그럼 또 우울해지지 않겠느냐고. 왜 목표를 계속 세우려 하냐고. 그러자 친구는 그래야 발전이 있는 게 아니겠냐고 하더군요. 전 사실 큰 목표를 세운 적이 없습니다. 좀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물론 저도 취업을 해야겠다거나 독립을 해야겠다거나 얼마의 돈을 모아야겠다는 등의 목표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그냥 과정이지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애초의 목표를 달성해도 기쁨이 있지만 큰 벅참은 없습니다. 반대로 달성을 하지 않아도 그것을 실패로 느끼지 않습니다. 그저 과정 중 하나가 달성되거나 그렇지 않은 것뿐이니까요.
인생의 긴 과정에 목표는 뭘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여러 해를 생각했지만 그런 것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저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상을 살고 영어가 필요하다면 배우는 것이죠. 그것은 목표라기보단 수단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영어를 꼭 해야 하는 업을 가졌다면 어떻게든 습득을 하겠지요. 그러나 제 친구처럼 꼭 필요해서라기 보단 뭔가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서라면 배우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냥 그런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물의 '진화'가 더 나아짐을 의미하지 않는 것처럼. 목표가 없는 삶이 발전하지 않는 삶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고 그 순간순간 우리가 정하는 목표는 그것 자체로의 가치보다는 수단으로써의 기능을 하는 것이니까. 목표가 있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시기에 놓였단 할지라도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