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향기Scent of wind>오 신이시여!

영화리뷰

by allen rabbit

평론가 선배와 같이 천주교 영화제에서 <바람의 향기>를 봤다. 오랜만의 이란 영화였다. 설명에는 신을 발견하는 영화라고 되어 있었다. 신을 발견하다니. 할리우드 영화나 보는 무식한 상업영화 작가인 나는 신(神)이라니. 토르 나오나? 했다. 영화가 시작됐다. 첫 화면부터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는 관조하듯 인물을 비추고 있었다. 오래도록 계속되는 롱샷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커트. 컷인. 중얼거리고 있었다. 커트 따고 들어가란 말이야.... 하는 사이 나는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예술영화였다! 정신을 차리려고 자세를 바로 앉았다. 주인공이 화면 끝에서 등장해서 반대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또 졸다가 번쩍 깨었다. 휴- 다행이다. 주인공은 아직 반대편 화면 끝으로 걸어오지 않았다.

한때 이란 영화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이름도 생각난다. 그때는 재밌게 봤었는데. (아니, 그때도 졸았을까?) 시아파 원리주의가 통치하는 무시무시한 이슬람 국가. 이란은 요새 히잡을 벗으려는 투쟁이 한참이다. 악의 축이라며 온 세계가 왕따 시키던 나라. 왠지 이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손에는 코란을 들고 다른 손에는 AK47을 겨누며 “이슬람을 믿을 테냐 총알을 먹을 테냐?” 하고 물을 것만 같다. 하지만 나는 그때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이란 영화를 전 세계인에게 강제로 보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이슬람으로 개종하자는 뜻이 아니라. 이란 영화를 보면 이란 사람들이 얼마나 순박한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종교와 이념이 아니라면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라는 걸 이란 영화는 깨닫게 해 준다. 졸다 깨다 보니 영화가 끝났다.

“너무 좋지 않아?”

옆에 있던 평론가 선배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도망칠까? 잠시 생각했다. 졸아서 잘 모르겠어요라고 솔직하게 대답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눈물을 닦으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평론가 선배를 보며 생각했다. 내 잘못이 아니야. 애초에 이 영화가 이상한 거야. 신을 발견하는 영화라지만 이란에서 발견했으니 이슬람의 신이잖아. 이런 영화를 자그마치 천주교 영화제에서 틀다니! 배교행위 아닌가! 같이 본 선배는 또 어떤가. 불교 잡지에 수년째 영화 평론을 기고하고 있는 사람이다. 본인은 천주교 신자면서. 배신자! 그러니 내가 영화 보면서 존 건 큰 잘못도 아니다. 선배가 공감을 바라며 다시 나를 돌아봤다. 나는 대답했다.

“네. 재밌네요.”

그렇지? 하며 평론가 선배는 눈물을 닦았다. 이로서 모두가 행복해졌다. 신이시여 나를 용서하소서.

바람의향기.jf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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