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소서 그대 오선생이여!

연극 <저마다의 천사>

by allen rabbit

식당을 운영하는 안젤라는 그날도 깍두기를 담그려고 마늘을 찧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아랫도리도 입지 않은 꽃미남 하나가 나타난다. 웬 미친놈이냐며 사내를 두들겨 패는데 이 남자, 70이 넘은 안젤라의 17살 때 첫사랑을 안다. 아니 그걸 네 놈이 어떻게? 하고 알아보니 이 변태는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던 안젤라를 위해 하늘이 보낸 수호천사였던 것. 수호천사가 안젤라에게 묻는다. 무슨 소원이든 들어줄 테니 말만 하시오. 그러자 안젤라가 그분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오직 한 분. 그분을 만나게 해 달라고. 그분의 성은 오씨요 이름은 르가즘. 바로 오선생!

아니! 그러고 보니 성별이 없어야 할 수호천사가 지상에 내려오고 나니 아랫도리에 실한 게 달려 있지 않은가! 오오- 이것이 정녕 하늘의 뜻이란 말인가! 50년 독수공방 안젤라가 마침내 죽기 전에 오선생을 뵙게 되는 건가! 안젤라는 목을 놓고 외친다. 오- 할렐루야! 할렐루야!

하지만 수호천사의 역할은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일 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만일 천사가 인간 세상 일에 간섭을 하게 된다면, 오선생을 안젤라에게 가져다준다면, 루시퍼가 그랬듯 타락하는 것 아닌가! 안젤라가 자기 삶을 한탄할수록 수호천사는 더욱 고민을 하게 된다. 과연 안젤라에게 오선생을 선사하는 것이 하늘의 뜻인가. 아니면 이것은 자신이 시험에 든 것일까? 아니, 아니 안젤라를 오선생과 만나게 하는 것이 과연 그녀에게 진정한 선물이 되긴 될 것인가.

험난하기만 한 오선생을 찾아가는 두 사람의 여정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두 사람이 오 선생을 찾기로 할 때나, 정작 수호천사가 오선생이 뭔지 몰라서 우왕좌왕할 때마다 얼마나 빵빵 터지던지. 수호천사의 임무와 할머니의 소원 성취가 서로 사맛디 아니할세, 때문에 정말 오묘하고 유쾌한 연극이었다!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의 상연작 <저마다의 천사>는 소설가 김나정이 쓴 작품이다. 그는 조지아의 어벤저스 중 하나다. 아니 어떻게 천사에게 오선생을 맞게 해 달라는 기발한 상상을 했을까? 그래서 과연 성공했을까? 궁금하시다면 서둘러 대학로로 가면 된다.

<저마다의 천사>는 예술공간 혜화에서 17일까지밖에 공연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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