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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rabbit Apr 24. 2024

별의 별일. 이번엔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엘리베이터 안 내려와. 위에서 누가 잡고 있나 봐."

바로 아래 15층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난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지 않았다.

일요일 오후,

나는 엘리베이터한테 잡혀 있었다.

비상통화 버튼을 눌렀지만 요란한 차임벨만 들릴 뿐 어디에도 연결되지 않았다.

그럼, 전화기 없는 아이가 갇히면 어쩌지?

결국 엘리베이터 관리 업체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통화는 깨끗하지 않았다.

관리 업체 직원은 금방 갈 테니 불편해도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고 말했다.

관리업체는 아파트 관리실로 전화를 했고, 관리실은 소방서로 전화를 했다.

조금 뒤에 관리실과 소방서에서 모두 전화가 왔다.

"잘 안 들려요. 지금 어디 갇히셨어요? 지금 괜찮으세요?"

나는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어째서인지 조금 미안했다.

어쩐지 급박하게 엘리베이터에서 오줌이라도 싸야 할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에 갇히다

"지금 119 우리 집 쪽으로 달려간다. 자기 구하러 가나 봐!"

집으로 돌아오던 아내가 톡을 보냈다. 내가 대답했다.

"혹시 사고가 나면, 남편 생각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요. 딸도 잘 부탁해!"

아내는 콧방귀를 뀌었다.

20여분이 지나자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문이 열렸다.

"괜찮으세요?"

소방관 둘이 빠루를 들고 관리실 아저씨와 함께 서 있었다.

"네 괜찮아요."

내가 내리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더니 엘리베이터가 내려갔다.

15층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타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 타도 괜찮아요?"

우리는 엘리베이터가 무사히 내려가나 전광판을 지켜봤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나는 무안한 얼굴로 말했다.

"아, 정말로 아깐 아무 단추도 안 먹고, 안 움직였어요. 정말이에요."

관리실 아저씨가 말했다.

"괜찮아요. 이 엘리베이터 벌써 몇 번이나 이랬어요. 이래놓고 관리 업체 와서 보면 아무 문제도 없다고 하고. 그래놓고 또 사람들 갇히고 그래요."

이게 더 문제잖아. 언제라도 또 엘리베이터에 갇힐 수 있다는 거야?

"엘리베이터 이거 괜찮은 거예요?"

엘리베이터가 괜찮나 걱정이 됐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갑자기 안 괜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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