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쉽. 이거 정말 장난 아니다. 우선 크기가 45층 건물 높이 120m나 된다. 적재 중량 200톤으로 여기에 사람 100명을 태워서 화성에 보낼 계획이다. 우리나라 누리호는 75톤짜리 엔진 3개가 묶여 있는데, 스타쉽은 280톤짜리 엔진이 자그마치 33개나 묶여 있다. 이걸 달면 63 빌딩도 달로 보낼 수 있을 거다. 이 엔진은 심지어 재활용 때문에 하나하나가 모두 정밀하게 움직인다. 스페이스 X의 1단 부스터가 지상으로 척척 돌아오는 걸 볼 때마다 느꼈던 희열을 생각하면 이 덩치 큰 스타쉽의 부스터가 되돌아오는 모습은 정말 엄청날 거다. 마치 악당을 물리친 태권 V의 로켓 펀치가 40년 만에 돌아오는 기분일 거다. 화성으로 가는 길은 편도다. 가면 돌아올 수가 없다. 때문에 태권 V는 아니지만,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미리 가서 궂은일을 하다가 화성인들을 맞게 될지도 모르겠다. 일론 머스크는 그야말로 테슬라부터 스페이스 X까지 모두 화성 이주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방탄 능력이 있다는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은 스타쉽 제작을 위해 개발한 강판의 또 다른 활용 품이라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가기 위해 가장 적합한 시기는 26개월마다 찾아온다. 때문에 화성 이주 계획이 시작되면 스페이스 X는 매일 스타쉽을 1대 이상 제작하고, 매일 쏘아 올릴 계획을 하고 있다. 그렇게 차곡차곡 지구 대기권으로 올라간 수천 대의 스타쉽 함대는 26개월에 한 번씩 화성으로 향하는 거다. 수천 대의 스타쉽 함대가 화성을 향해 날아가는 장관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는다. 이렇게 해서 일론 머스크는 20년 안에 100만 명을 화성에 이주시킬 미친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스타쉽 1천 대에 나눠 탄 10만 명이 2년마다 10번 20년 동안 화성으로 향해서 100만 명의 화성인이 되는 거다.
대단한 일론.
이렇게 하는 이유를 일론 머스크는 다행성 인류가 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인류는 어쩌면 이 우주에서 유일한 지적인 생명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약 인류가 스스로를 멸망시킨다면? 이 우주도 생기를 잃고 어둡고 차가운 공간으로 버려지게 될 것이다. 이 끔찍한 결과를 피하고자 그가 인류에게 제안하는 것이 바로 다행성 인류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 술집 bar”를 포함해 그야말로 지구에 있는 모든 기반 시설을 화성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멀지 않아 스타쉽이 매일 우주로 향하는 그날이 오면, 어쩌면 우리는 매일 하늘을 올려다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머리 위에 떠 있는 수천 대의 거대한 스타쉽 함대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모두 화성에 가고 싶어 밤잠을 설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지금도 계속되는 전쟁과 늘어가는 세계 난민들 그리고 끔찍한 기후변화까지. 누가 알겠는가. 그날이 오면 화성으로의 이주가 인류의 유일한 생존 방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오에 겐자부로의 SF소설에는 이렇게 황폐해진 지구를 버리고 새로운 식민 행성을 향해 떠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주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매일 무수히 쏘아 올려지는 로켓이 하늘에 긴 화염의 연기를 남기는 모습을 본다. 모두가 로켓을 탈 수는 없었다. 이 소설은 떠나간 사람이 아닌,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게 마지막 로켓이 지구를 떠난 뒤,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은 다시는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다. 그들은 지구에 버려졌다. 그러나 수많은 인류가 떠난 뒤, 아이러니하게도 지구는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된다. 그래도 그들은 한사코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다.
과연, 계속 지구에 남을 것인가 화성으로 이주할 것인가. 미치광이 엔지니어 일론 머스크에 의해 인류는 새로운 “우주 항해 시대”를 정말로 맞이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