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시집
가족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쨍하게 맑은 하늘.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아름다웠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하늘이 참 예쁘다. 젊었을 땐 저 예쁜 하늘이 영원히 저기 있을 줄 알았는데.
아내와 딸이 외쳤다.
갑자기?
문득 부끄러워진 나는 변명처럼 말했다.
한강 작가 시집을 읽어서 그래.
그랬다. 문득 다시 보고 싶어 책장에서 꺼냈다가
여행 중에 읽고는 이렇게 센치해졌다.
문득,
이 시집을 가지고 감상문이면서 한편으로는 짧은 이야기도 되는 글을 쓰면 어떨까?
내친김에
시집을 읽으면 그런 감상문이자 짧은 소설이 되는 글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직도 작가가 서랍에 넣어둔 저녁이 내 심장에 몽글몽글 남아있다.
몽글몽글.
금새 사라지고 말 따순 흰 김을
몽글몽글 올리면서.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한강 -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오르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 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