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송길영, 교보문고

by allen rabbit

<시대 예보 : 경량문명의 탄생> (송길영) 은 말 그대로 어쩌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예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고 난 소감은 정말 금방 닥칠 일이라는 예감을 준다. 그리고 이런 한탄이 저절로 나온다.


“아, 몰라.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젠장.”


저자는 “대마불사”라는 거대 기업의 체제는 이제 “대마필사”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AI 때문이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동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개인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수많은 동료를 보유한 존재가 된다. 과거 인재를 기르고, 조직을 성장시키던 기업 시스템도 수평적인 조직으로 과제를 즉각 실행하는 주체적 인력으로 대체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것을 경량 문명 시대라고 정의한다.

“경량은 단순히 무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치 체계의 재구성이고, 관계 방식의 혁신입니다.” 이런 경량문명에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목표 실현을 위해 당장 “1. 우리는 지금 만납니다.” 그리고 목표 달성까지 고도의 집중적인 노동으로 “2. 우리는 잠시 만납니다.” 이때 손발이 잘 맞았던 사람들은 다시 새로운 목표가 있을 때 “3. 우리는 다시 만납니다.” 는 것이 경량문명의 시대 사람들의 룰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일의 형태는 마치 최첨단 AI 기업이나 성공한 스타트 업의 방식처럼 보인다. 직원과 대표가 뒤섞여 일하며 모두가 진심을 다하고 그 성과를 함께 누리는 방식이 그렇다.


책을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과 <도둑들> 같은 케이퍼 무비들이다. <미션 임파서블>에는 지구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 아찔한 스릴을 기꺼이 즐기는 사람, 자신의 특출 난 재능을 이단을 위해 기꺼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 움직인다. 그리고 임무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각자의 생활로 되돌아간다. 톰크루즈는 IMF 소속이지만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그의 팀은 심지어 IMF 소속도 아니다. 이런 <미션 임파서블>의 팀이 바로 작가가 말하는 경량문명에서 목표를 위해 한시적으로 모였다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는 그런 형태일 것이다.


나는 이것이 굉장히 이상적인 것은 물론이지만, 정말 모두가 그럴 수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단지 그럴 능력을 가진 사람이 적은 것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런 방식을 수용할 수 있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지금은 보조작가나 프로듀서가 할 역할을 AI에게 도움받고 있다. 그래도 내가 경량문명 사회에 걸맞은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경량문명에서의 방식과 내가 맞는지 모르겠다. 사실, 내 일은 거의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혼자 모니터와 씨름하는 일이다. 어쩌면 이 직업 자체가 경량문명에 걸맞지 않은 직업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하던 일을 생각했다. 나 역시 중량문명 시대에 제작, 프로듀싱, 감독, 작가, 배우, 스탭 등. 여러 갈래로 분업화되어 있는 일에서 작가라는 한 부분을 맡았다. AI로 인해 앞으로는 이 모든 단계가 축약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100여 명의 스탭이 필요했던 일이 4-5명 만으로도 해낼 수 있는 시대가 올지 모르겠다. 2-30년 전 영화의 스탭은 지금보다 적었다. 하지만 CG가 영화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이 부분을 담당하는 스탭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 그런데 이 과정을 AI로 생략할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변화가 될 것은 틀림없다. 많은 영화인들이 AI로 만화를 만들고, 애니메이션이나 실사 영화를 구현하려고 애쓰는 이유다.


작가는 이 책과 관련한 어느 인터뷰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큰 목표를 세워보라고도 말한다. AI라는 뛰어난 동료가 있으니 두려워 말고 부딪혀 보라는 것이다. “홀로 선 핵개인은 이제 홀로 날기 위한 준비를 시작합니다.... 신념과 판단력이 있어야 합니다. 경량문명의 개인은 날아오르고 혼자 헤쳐나가는 스스로 비행하는 자유인입니다.”

이 말은 내게 이렇게 들렸다. “이제 우리는 홀로 선 핵개인이 될 거야, 만약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반드시 너는 도태될 거야. 그러니 지난 세월의 경험을 바탕으로 목표를 세워야 해.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신념과 판단력을 갖춰야 해. 즉, 배짱이 있어야 한다는 거야. 왜냐하면 넌 혼자 가야 할 테니까. 무엇보다 경량문명의 시대가 오면 뒤에 남아 사라지거나, 목표를 향해 혼자 날아가야 하는 양자택일의 갈림길이 온다는 뜻이니까.”


AI시대가 도착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지금, 작가는 AI로 세상이 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제 AI의 도움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빨리, 더 많은 글을 쓰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 와중에 나는 닥친 것과 닥칠 일 사이에서 “지체”를 겪는 중인가 보다. 아노미를 통과하는 중인가 보다. 어쩌면 배짱이 없는 것인지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목표로 날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책상에 앉아 모니터에서 목표를 캐내는 사람이다.


“아 몰라. 그냥 지금처럼 계속 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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