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동> 제 16화
체육관. 기철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온다. 청소하던 하영이 눈길도 주지 않고 말한다.
“야, 그런 식으로 하려면 오지 마.”
“아니야. 나 싸우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하영이 돌아보면 기철 얼굴에 상처 자국이 선명하다.
“그래, 밖에서 많이 싸우시고, 신성한 체육관은 출입 금지다.”
기철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나도 잘하고 싶어. 격투기.”
“갑자기? 이유나 들어 보자.”
길거리. 처남이 줄지어 가는 사내들을 발견하고 쫓아간다. 깁스한 안드레아가 절룩이며 처남을 부른다.
“야, 같이 가.”
처남이 젊은 사내들에게 다가가 살갑게 묻는다.
“안녕하세요. 아니, 저기 봉인이 형한테 혹시 무슨 일 있어요?”
처남을 알아본 사내들이 당황하며 가라고 밀친다. 하지만 갑자기 외면받는 게 당황스러운 처남이 저항한다.
“아, 잠깐만요. 다들 진짜 왜 그래요?”
“어라? 이 새끼 봐라. 이렇게 또 보니 반갑구나. 새끼 잘 만났네.”
한 사내가 처남의 앞을 가로막는다. 보면 술집에서 복점을 칠 때 붙어 싸웠던 사내다! 처남이 달아나려 하지만 이미 안드레아가 붙들려 있다. 안드레아가 사내를 보고 묻는다.
“어? 나 아는 얼굴인데? 어디서 봤드라?”
기철이 맹렬하게 샌드백을 두드린다. 정강이로 차보는 기철. 여전히 아프기만 하고 자세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기철이 하영에게 잔소리를 듣자 갑자기 담배를 챙겨 든다.
“야! 너 연습하다 어디가?!”
“답답하니까 그러지. 이래서 언제 실력이 느는 거야? 에이씨···한대 빨구 할래.”
“야, 하던 건마저 하고 가!”
“아이씨- 담배 좀 피고!”
“어이없어. 야. 고삐리 주제에 담배 피는 게 왜 그렇게 당당한데?”
“기철아, 잠깐 올라 와 봐.”
사범이 부르자 마지못해 올라가는 기철. 기철에게 가드를 올리고 다리를 한쪽 드는 자세를 가르친다.
“이걸로 로우 킥 들어오는 걸 막는 거야. 이렇게.”
사범이 툭- 정강이를 찬다. 눈물이 찔끔 날 만큼 아픈 기철. 절룩거리며 인상을 찌푸리자 사범이 말한다.
“이 정도 가지고 뭘 그래. 자 다시 해봐.”
할 수 없이 이번엔 반대편으로 자세를 바꿔 잡는 기철. 다시 한번 로우 킥이 들어온다. 그러자 기철이 비명을 지르며 링 위를 데굴데굴 구른다.
“아! 조인트! 나 여기 다쳤단 말이야! 아프다고! 아이 씨!”
“뭐야. 시합 때도 그럴래?”
“얘기 다 했죠?”
기철이 짜증이 잔뜩 난 얼굴로 일어나 앉는다. 사범이 타이르듯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거기 단단하게 만든다고 맥주병으로 문지르고, 대나무로 때리고 하는데,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까. 일단은 다른 사람과 부딪히고, 계속 샌드백도 차고 하는 수밖에 없어. ···그래, 어떻게, 잠깐 피고 올래?”
링에서 내려온 기철이 샌드백을 거칠게 치고는 가방을 챙긴다. 하영이 묻는다.
“야 왜 그래? 뭐 하는 거야?”
“갈 거야.”
하영이 돌아서는 기철을 붙잡고 소리친다.
“너 뭐랬어. 오늘 니가 와서 분명히 말했다! 운동이 아름답다! 나도 아름다워지고 싶다! 아니야?”
기철이 아름다워지고 싶다고? 동춘과 서 사범은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기철이 말했다.
“뭐, 막 응? 아무나 아름다워져?! 어떻게? 시팔.”
“너도 아름다워질 수 있어!”
“더 얼마나 해야 하는데?! 됐어. 안 해. 나 안 한다고!”
기철이 체육관을 나가버리자 갑자기 적막이 찾아온다. 동춘이 조심스레 하영에게 물었다.
“누나가 한 말이지? 그, 아름답다. 뭐.”
“아니야. 진짜 저 새끼가 그랬다고. 뭐, 어떤 형 움직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나.”
“격투기 선수래?”
“씨름선수였데.”
포기한 듯 그저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서 사범과 동춘. 하영이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관두려면 관둬라. 내가 뭐 어쨌다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