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니들 이제 여기 오지 마라

<독산동> 제 15 화

by allen rabbit

옥상 평상에서 소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세 사람. 처남이 술잔을 들며 말한다.

“훈련하느라 안 보였던 거였어? 와, 그래도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니까 부럽네. 씨발, 너 완전 달라 보여.”

“야. 백돼지 새끼 나한텐 쪽도 못 쓰면서. 시합 나가서 되겠냐?”

“안드레아! 넌 좀 새끼야. 깝치지 마!”

“일본 가기 전에 진짜 한 번 뜨자! 빽돼지 씹새야! 응?”

안드레아가 계속 기철의 어깨를 툭툭 친다. 짜증나는 기철. 처남이 묻는다.

“야, 우리가 뭐 도와줄 거 있냐?”

“저 새끼 좀 죽여줘.”

그때 문득 안드레아가 홀린 듯 지붕 끝으로 다가간다. 기철과 처남이 보자 비슷비슷한 지붕들이 이마를 맞대고 있는 독산동의 밤 풍경이 새롭다. 다닥다닥 붙은 불빛들이 정겨워 보인다.

“야. 잘하면 저기로 뛸 수 있지 않겠냐? 영화처럼?”

안드레아가 말한다. 처남이 기철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야, 너 운동 존나게 하면 진짜 영화처럼 막 이런 데 지붕으로도 막 뛰어다니는 거 아냐?”

“야 껌이지. 야, 붕붕 날라다닐 거다.”

“신혼부부랑 여대생 방도 훔쳐보고!”

“오오오~!”

안드레아가 돌아보면 처남과 기철이 신나서 하이 파이브를 짝-! 한다.

“이야아아~~압!!”

갑자기 안드레아가 기합을 지르며 옥상을 뛴다. 맹렬한 속도로 두 사람을 지나치더니 지붕 난간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안드레아! 놀라는 기철과 처남!

“야-아아아악!!”

안드레아의 기합이 이내 비명으로 변하더니 철푸덕! 고기 자루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악! 내 다리!!”

내려다보면 안드레아가 부러진 다리를 잡고 낑낑대고 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한 기철과 처남.


고급 술집의 어느 룸. 소파에 앉은 중년 사내가 들어오는 봉인을 손짓으로 부른다. 흠칫하는 봉인. 반대편에는 복점이 앉아있다! 두 사람의 등을 번갈아 토닥이며 이야기하는 중년 사내. 점점 표정이 굳는 봉인과 달리 복점은 비릿하게 미소를 짓는다. 중년이 봉인에게 술을 따른다.



옥탑방으로 터덜터덜 올라오는 봉인. 평상에 술병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방을 들여다보면 다리를 깁스한 안드레아와 기철이 웅크리고 자고 있다.

“오셨어요.”

처남이 올라오다 평상에서 담배 피는 봉인을 발견하고 인사한다.

“라면 사 왔는데 드실래요?”

“안드레아는 왜 저래?”

“장난치다가요.”

“또라이 새끼.”

“기철이 운동한 데요. 확실히 그쪽으로 마음을 잡았나 보던데요?”

“무슨 운동?”

“이종격투기래요.”

봉인이 옥탑방을 돌아봤다.

“왔어?”

기철이 눈을 부비며 나와 인사한다. 봉인이 말했다.

“야, 니들 이제 앞으로 여기 오지 마라.”

“네?”

깜짝 놀라는 처남. 기철이 투덜거리며 말한다.

“아 왜? 이거 치우면 되잖아. 나 이제 운동하니까 마지막으로 좀 마신 거라고. 존나 쪼잔하네.”

“뭐?”

봉인이 인상이 확 구겨진다. 처남이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싹싹 빈다.

“아, 형. 형. 금방 치우고 갈게요. 네?”

“이 새끼가 오냐오냐하니까, 니가 뭐 좀 치는 거 같냐? 좆만 한 새끼가.”

기철은 눈 뜨자마자 듣는 잔소리에 기분이 나빴다. 봉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

“여기가 니들이 맘대로 와서 놀아도 되는 놀이터야? 특히 너 기철이 이 새끼, 덩치만 믿고 까불다 병신 돼. 알아? 아, 됐고. 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봉인이 자극하려는 듯 일부러 조인트를 차자 간신히 참던 기철이 기어이 폭발하고 만다.

“에이 씨발!”

덤벼드는 기철. 힘은 넘쳐도 요령이 없다. 쨉을 페이크로 던지자 반응하는 기철. 하지만 뒷손이 카운터다. 번번이 당하는 기철. 게다가 조인트를 노리고 계속되는 로우킥에 기철은 절룩이고 만다. 틈이 보이자 봉인이 집요하게 연타를 때리고 결국 기철이 쓰러지고 만다. 봉인이 마지막 쐐기를 박으려 하자 매달리는 처남.

“그만요!”

봉인이 기철을 놓아주며 말한다.

“가라.”

하지만 안드레아는 아무것도 모른 채 방에서 쿨쿨 잠만 잘 자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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