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동> 제 14 화
집에서 엄마와 아침을 먹는 기섭. 두 사람 모두 피곤에 절어 묵묵히 밥을 먹는다. 기철이 눈을 비비며 나온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는 기섭. 물을 마시고 기철이 냉장고에서 통을 꺼내 담겨 있는 채소를 우걱우걱 먹는다. 그러더니 밥솥으로 가 밥을 한 숟가락 퍼먹는다.
“조금만 먹으랬는데···.”
“야. 새꺄. 그릇에 떠먹어. 그게 무슨 짓이야?”
“딱 한 숟갈만 먹을라고.”
기철이 아쉬움에 밥솥을 열고 한 숟갈 먹고 닫기를 계속 반복한다. 기섭이 짜증스레 소리친다.
“또! 야! 하지 말라니까!”
“배고프니까 그러지.”
“그럼 밥을 먹어!”
“아이씨 ···못 먹으니까 그러지! 아침부터 재수 없게 소릴 지르고 지랄이야.”
“너 뭐라고 그랬어?! 이 새꺄!”
“뭐! 씹-”
“그만해! 니들은 왜 보기만 하면 서로 못 잡아먹어서 난리야!! 니들 엄마 죽는 꼴 보고 싶어서 이래?!”
엄마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기섭이 짜증스레 밥을 다시 먹는다.
투덜거리며 집을 나오는 기철이 뒤적뒤적 담배를 꺼내 문다.
“아, 씨바 배고파. ···아침부터 좆같네.”
카악- 기철이 가래를 돋아 뱉는다.
기섭이 철가방을 들고 부지런히 계단을 내려간다.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엄마. 산더미 같이 쌓인 찬거리를 다듬는 중이다.
중국집 가게 뒤에서 담배를 문 채로 꾸벅꾸벅 조는 기섭.
기합과 샌드백 치는 소리로 가득한 체육관. 기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일제히 동작을 멈추고 돌아본다.
“복조리 사세요.”
노인이 복조리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어 보였다. 하지만 모두 어쩐지 무척 실망한 표정을 하고 있다. 하영이 한심하다는 듯 꽥 소리를 질렀다.
“당연히 작심삼일이지! 걔한테 뭘 바래?”
이내 안 그런 척 동춘이 연속발차기로 샌드백을 요란하게 때린다. 서 사범도 기합을 하며 맹렬하게 줄넘기를 한다. 하영이 짜증스레 노인에게 말한다.
“안 사요.”
기철이 입을 헤- 벌리고 있다. 봉인의 옥탑방에서 DVD를 보며 친구들과 뒹굴뒹굴 맥주를 마신다. 화면에서 검은 가죽옷에 선글라스를 한 트리니티가 붕-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경찰을 발로 걷어찬다. 영화 <매트릭스 1>의 너무나 유명한 장면. 그러자 기철은 링 위에서 하영에게 니킥을 맞던 순간이 떠오른다.
트리니티가 네오와 함께 모피어스를 구하기 위해 경찰서로 들어온 장면.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재주를 넘으며 총을 쏜다. 그러자 기철은 나이트에서 하영이 선보이던 텀블링 개인기가 떠오른다. 안드레아가 처남에게 말한다.
“야, 백돼지 이 새끼 이상해. 얼굴이 빨개.”
“어? 진짜. 너 이런 거에 꼴려? 변태냐? 어쩐지 본 거 또 보자 그러더라.”
“야, 근데 만약 내가 일본에 가면, 아빠가 집에 돌아올 수 있을까?”
기철이 말하자 아이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 뜨악해한다. 안드레아가 처남에게 묻는다.
“무슨 개소리냐?”
“야, 니네 아빠 일본에 있냐?”
처남이 묻자 기철이 한숨을 푹 쉬며 말한다.
“야 근데 그거 아냐? 존나 힘들어. 셋이랑은 되는데 일 분은 못 넘겨.”
여전히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는 아이들. 처남이 알았다는 듯 말한다.
“조루네.”
기철이 화를 내며 돌아본다.
“아이, 아빠 얘기하고 있잖아!”
“아빠가 조루래?”
안드레아가 말한다. 짜증이 난 기철이 다시 화면을 돌아본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대화에 흥미를 잃었다. 트리니티와 네오가 멋진 이단 옆차기로 군인을 쓰러뜨린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