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동> 제 12화
새로 산 복싱 트렁크를 살펴보는 기철.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 체육관. 옷을 벗고 트렁크를 입어 본다. 순간 왈칵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사람들. 깜짝 놀란 기철이 트렁크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땀범벅으로 숨을 헐떡이며 여기저기 쓰러지는 사람들.
“돼지형 진짜 왔네. 정말 해 보려고?”
숨을 헐떡이며 동춘이 묻는다. 하얀 엉덩이를 드러내 놓고 있는 기철. 잽싸게 트렁크를 입는다. 츄리닝이 말한다.
“그런 트렁크 입을 거면 안에 타이즈 입어. 밑에 다 덜렁거린다. 그리고 운동할 거면 다음부턴 일찍 오고. 너 운동 해 본 거 뭐 있어?”
“···아니. 근데 혹시 이거 뭔지 알아?”
기철이 아빠와 자신을 때렸던 피카추처럼 V자로 팔을 붙이며 자세를 취한다. 그러자 권투다. 삼보다. 의견이 분분하다.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드는 기철. 츄리닝이 줄넘기를 던지며 묻는다.
“줄넘기는 할 줄 알지? 일단 천 개만 해.”
“근데 진짜 이름 안 가르쳐줘? 나 누나한테 반했는데.”
“맞을래? 까불지 마. 10분 안에 끝내는 거야. 못하면 다시야. 자, 준비. 시작.”
츄리닝이 스톱워치를 누른다. 엉겁결에 줄넘기를 시작하는 기철. 하지만 번번이 발이 걸린다. 츄리닝이 카운트하며 시간을 잰다. 열나게 줄넘기하는 기철.
“구칠. 구팔. 구구. 천.”
스톱워치를 누르는 츄리닝. 10분이 넘게 걸렸다. 츄리닝이 말한다.
“10분 넘었어. 천 개 더.”
“잠깐, 아니··· 방금 했잖아.”
“시작!”
단호한 츄리닝. 스톱워치를 누른다. 할 수 없이 다시 줄넘기를 시작한다. 다시 천 개를 마치고 땀범벅이 돼서 쓰러지는 기철. 숨이 차고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다. 기철이 다급하게 물을 찾자 츄리닝이 보온병에 담긴 물을 준다.
“차야. 조심해서 마셔.”
주의를 주는 츄리닝. 하지만 늦었다. 홀랑 입에 털어 넣고 기겁하는 기철.
“아! 뜨, 뜨뜨!! 뭐야? 입천장 다 데었잖아!”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했잖아.”
“땀나는데 왜 뜨거운 걸 줘? 날 죽일 셈이야?”
“글쎄 왤까? 어쨌든 목이 마르면 뜨거운 차를 마시는 거야.”
“미친 거 아니야?”
“효도르가 하는 거야. 마시기 싫으면 관두고.”
“···· 잠깐. 표형이? 진짜?”
망설이던 기철이 호- 차를 불며 마신다. 사람들이 안 보는 척 보며 웃는다.
PC방에서 선수들의 시합을 보는 기철. 효도르. 밥샵. 크로캅···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간혹 화면 속 선수처럼 혼자 힘을 쓰며 악을 쓰기도 한다. 그때마다 옆자리 손님이 화들짝 놀란다.
줄 넘기를 하고, 팔굽혀 펴기를 하고 윗몸 일으키기. 턱걸이를 하는 기철. 힘들고 지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츄리닝에게 이딴 것만 시킨다고 짜증을 부리더니 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무심히 기철을 타 넘어 다닌다. 어느 순간 잠이 든 기철이 코를 곤다. 화들짝 제 코 고는 소리에 놀라 벌떡 깨어난다.
“뭐야? 무슨 소리 안 났어?”
서 사범이 기철에게 기본적인 타격 자세와 풋워크를 가르쳐준다. 기철이 헤벌쭉 좋아하며 금방 요령을 터득한다. 서 사범이 칭찬하자 츄리닝에게 보란 듯이 혀를 낼름 내민다. 어이없어하는 츄리닝.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