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동> 제 11화
“다쳐도 난 몰라.”
링 위에서 펄쩍펄쩍 뛰는 기철. 무에타이 식 'ㄴ'자 가드를 올리는 츄리닝. 기철이 다시 묻는다.
“진짜 이름이 뭐야?”
대답 대신 하단 킥이 날아온다! 빠르다! 조인트끼리 부딪치는 데 아픈 건 도리어 기철이다! 리치가 긴 기철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하단 킥을 날리며 거리를 주지 않는 츄리닝. 그 모습에서 피카추가 떠오르는 기철. 어떻게든 가까이 가려 하지만 요리조리 피하는 통에 뜻대로 되지 않는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점점 화가 치미는 기철. 동춘이 킥킥거리며 외친다.
“10초 남았어! 돼지형!”
기철이 몇 대 맞더라도 붙잡으려 한다. 그러자 또 날아오는 하단 킥. 하지만 기철 역시 익숙해진 듯 공격을 다 막아낸다. 스트레이트와 잽마저 막히자 조금 놀라는 츄리닝. 게다가 기철의 쳐내는 힘 때문에 비틀거린다. 순간, 가운데로 밀고 들어가는 기철! 붙잡히기 직전, 츄리닝의 몸이 붕- 떠오르는가 싶더니 기철의 머리를 잡고 니킥을 턱에 명중시킨다. 휙- 고개가 젖혀지며 바닥에 벌렁 눕는 기철. 게임 끝이다.
“별것도 아닌 게 까불고 있어.”
츄리닝이 삼겹살을 구우며 말한다. 맛있게 밥을 먹는 사람들. 하지만 기철은 여전히 링 위에 누워 있다. 때리기는커녕 손도 못 대 본 채 1분이 지났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기철이 눈을 말똥말똥하며 중얼거린다.
“나도 한다. 하고 싶어. ···나도 시켜줘.”
제법 비장한 말투지만 지글거리는 삼겹살 소리 때문에 못 듣는 사람들.
반지하 방 두 개짜리 기철네 집. 마루와 부엌이 하나인 좁은 집이다. 기철의 방에는 온갖 짐들로 가득하다. 방구석에 아빠가 쓰던 역기가 세워져 있다. 잠을 자던 기철이 너무나 선명하게 밖에서 들리는 부스럭대는 소리에 일어나 앉는다. 새벽 3시를 가리키는 시계. 형 기섭이 눈을 비비며 현관을 나간다. 찌그덕-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기철이 에이- 짜증을 내며 돌아눕는다.
9시를 가리키는 시계. 또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부스스 일어나 앉은 기철. 하지만 눈도 못 뜨고 있다. 방문을 여는 엄마. 예전과 달리 옷차림도 추레하고 뽀글 파마에 얼굴도 많이 상해있다.
“기철아. 식탁에 돈 놓고 가니까 오늘은 꼭 전기세랑 수도세 내. 알았어? 그걸로 또 딴짓하지 말고!”
“알았어.”
“엄마가 식당에서 나갈 수가 없어서 그래! 니네 형도 바쁜 거 알잖아.”
“알았다니까!”
“근데, 나 또 전화기 어디 뒀냐.”
문을 닫고 나가는 엄마. 핸드폰을 찾느라 온갖 문들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찌그덕- 현관문 닫히는 소리 들리자 에이- 짜증을 부리며 다시 잠을 청한다. 하지만 이젠 말똥말똥 잠이 안 온다.
기철이 식탁에 놓인 고지서는 버리고 돈만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선다. 찌그덕- 닫히는 현관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