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격투기

<독산동> 제 10화

by allen rabbit

대기실로 웨이터가 고개를 내밀더니 나오라고 한다. 사범이 펄쩍펄쩍 뛰며 몸을 푼다. 츄리닝이 기철에게 짐을 들린다. 복도를 걸어가는 네 사람. 복도 끝에 있는 문을 열고 나가자 출입구 앞에 조그만 공간이 나온다. 먼저 나와 있는 상대편 선수와 동료들.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출입구 안쪽에서 사범을 소개하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순간, 주위를 압도하는 커다란 목소리로 츄리닝이 기합을 외치기 시작한다!

“하! 하! 하! 아자자!! 가자! 파이팅!!”

박력 있는 츄리닝의 기합에 맞춰 입구로 들어가는 네 사람. 순간 놀라는 기철. 조명을 받은 링만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처럼 둥실 떠올라 있다! 곧이어 쏟아지는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 기철은 자기도 모르게 속이 울렁인다. 사범이 링 위에서 펄쩍펄쩍 뛰며 몸을 푼다. 그 모습을 경이로운 듯 보는 기철!



츄리닝이 기철의 등을 철썩 때렸다.

“웃지 마!”

기철이 입을 막으며 간신히 웃음을 참는다. 링에서 선수들이 주먹과 발로 싸우는 이종격투기 시합이다. 상처투성이가 되어 싸우지만 어딘지 엉성하다. 발차기를 하면 헛발질이고 주먹질을 하면 개싸움이 된다. 다시 또 킥킥대는 기철. 타박하는 츄리닝.

“웃지 말랬지!”

하지만 동춘은 평소와 달리 잔뜩 긴장한 채 얼어있다. 땡땡땡- 마침내 시합이 끝난다.

사범이 간신히 판정승을 거둔다.



버스를 타고 가는 네 사람. 눈두덩이 부어오른 사범은 특히 꼴이 말이 아니다. 또 기철이 키득거린다. 하지만 나머지 셋은 아무 말이 없다.

가리봉동 공장지대를 터덜터덜 걸어가는 네 사람. 골목 구석에 <엔디스 체육관>이 보인다.



츄리닝과 동춘이 링 아래에서 삼겹살을 굽는다. 링 하나만으로도 꽉 찬 비좁은 체육관.

“여자 골퍼 중에 박세리 말고 아는 선수 있어?”

동춘이 말하자 기철이 고개를 젓는다. 처음 보는 링이 신기한 듯 탕탕- 쳐본다. 사범이 링 위에서 이리저리 오가며 시합을 되새김질한다. 동춘이 열변을 토한다.

“그러니까 첫 타자가 중요해요. 제대로만 되면 완전 대박이라고. 옛날에 K-1에 엔디 훅이란 스위스 선수가 있었는데 국민 영웅이었어. 시합만 하면 시청률이 50프로가 넘었데요. 사범님 목표도 바로 그거지. 한국의 세계적인 이종격투기 선수 제 일 호! 그래서 이름도 엔디 서!”

“앤디? 왜 거기서 같은 이름이 나오는데?”

“앤디 훅은 죽었거든요.”

“동춘아. 그만하자. 부끄럽네···.”

사범이 자리에 앉으며 말한다. 기철이 키득거리며 말한다.

“이종격투기는 당근 효도르지. 육십억 분의 일.”

동춘이 뭐라 말하려 하지만 사범이 제지하며 말한다.

“배고프다. 밥 먹자! 수고들 했어.”

“솔직히 오늘 그게 무슨 이종격투기야? 그냥 막 싸움이지.”

기철이 말한다. 젓가락을 빨던 사범은 그 말도 맞는 말이지 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츄리닝이 정색하며 소리친다.

“야! 너 고삐리! 니가 뭘 안다고 떠들어?”

“그럼 뭐 잘하던지. 제대로 때리는 걸 못 봤어. 하여간.”

“그게 보는 것처럼 쉬운 줄 아니?”

“뭐, 솔직히··· 모르지. 그래도 실력이 좆도 없는 건 맞잖아.”

사범이 그건 아니지. 실력을 좀 보여줄까? 일어서는데 츄리닝이 선수를 치며 일어선다.

“니가 만약 일 분 안에 날 한 대라도 때리면 내가··· 니 여자다.”

“정말? ···에이- 여자랑 무슨.”

“맞을까 봐 쫄리냐?”

딱-! 츄리닝이 고기 굽던 집게로 기철의 머리를 때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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