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동> 제 8화
식당 골목. 기철이 화로에서 숯불을 피운다. 탁- 탁- 소리를 내며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꽃. 멍하니 바라보는 기철. 사장이 부른다. 술병 박스를 나르는 기철. 남들보다 몇 개씩이나 더 나른다. 힘이 좋은 기철.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안드레아. 지겨워진 안드레아가 옆에 앉은 처남에게 나가자고 한다. 하지만 처남은 화상채팅을 하느라 들은 채도 안 한다. 그러자 안드레아가 화상 캠에 얼굴을 들이민다. 화면 속의 여자애가 흠칫한다. 이내 안드레아가 혀를 길게 내밀더니 혀로 코를 판다. 우웩- 기겁하는 여자애. 로그아웃된다. 짜증을 내는 처남.
아이들이 어두워지는 거리로 나온다. 서로 눈길을 주고받더니 안드레아가 건물 앞에 세워진 피자 스쿠터로 다가간다. 재빨리 키 박스를 뜯어내고 능숙하게 전선을 연결한다. 푸다다당! 시동이 걸리자 올라타는 아이들.
푸타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로를 질주하는 피자 스쿠터!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 신림동 사거리 한가운데서 안드레아가 오토바이로 재주를 부린다.
“어?! 저 새끼 뭐야!”
처남이 소리치며 누군가를 가리킨다. 일전에 그 키 작은 남학생이다! 처남이 소리친다.
“야! 도넛! 도넛! 야! 새끼야, 거기 서!!”
안드레아가 서둘러 차선을 바꾸려다 차와 부딪힐 뻔한다. 그 바람에 비틀대더니 도로 한 가운데 자빠진다. 그대로 오토바이를 버리고 남학생을 쫓아가는 두 사람.
“야. 빽돼지한테 전화해! 전화!”
안드레아가 급히 전화를 꺼낸다. 그 사이 처남이 남학생을 쫓아간다. 하지만 거리에 넘치는 인파 때문에 쉽지 않다.
쿵쿵- 요란한 음악 소리. 기철이 나이트로 들어선다. 여기저기 살펴보는데 갑자기 누군가 기철의 손을 덥석 잡고 끌고 간다. 처남인 줄 알고 보면 웨이터다. 다짜고짜 끌고 가자 기철이 변명하며 말한다.
“아니, 내가 여기 누굴 좀 찾을라고····.”
“여자야?”
“남잔데요. 키는 요만한 도넛···”
“그럼 나중에 찾고. 잠깐만. 내가 우리 오빠가 너무 잘생겨서 그래. 응? 잠깐만.”
잘 생겼다는 말에 헤벌쭉 웃는다. 웨이터가 기철을 무대 위로 끌고 올라간다. 한참 이벤트 행사가 진행 중이다. 양복을 멋지게 빼입은 남자들과 옷도 화장도 화려한 쭉쭉빵빵 걸들이 잔뜩 나와 있다. 웨이터가 그 사이에 있는 츄리닝 차림의 여자와 기철을 짝지어 준다. 하지만 기철은 무대 위의 다른 여자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사회자가 말한다.
“여기 두 분은 특이하게 츄리닝 커플이시네요. 잘못 나오신 거 아니죠?”
와- 웃는 사람들. 그제야 기철은 웨이터가 자기를 왜 데리고 왔는지 이해가 됐다. 두 츄리닝은 한껏 치장한 커플들 사이의 구멍 역할이었다. 사회자 멘트가 이어진다.
“자아-! 오늘도 저희 일번지 나이트를 찾아주신 화끈한 신사숙녀, 언니오빠, 삼촌이모님 감사합니다! 뼈와 살이 부딪치는 오늘의 빅! 빅! 이벤트!! 를 시작하기 전에~! 일번지 최강 섹시 커플을 가리는 선발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순서대로 커플들이 섹시 댄스를 춘다. 기철이 눈을 떼지 못한다. 드디어 츄리닝 커플의 차례가 된다. 그러자 고무줄로 머리를 질끈 묶는 츄리닝. 바지를 한쪽만 걷어 올린다. 웃옷을 벗어 허리에 매더니 민소매 티의 옆구리를 묶어 배꼽을 드러낸다. 섹시하게 변신한 츄리닝이 기철의 허리를 잡고 섹시한 웨이브를 춘다! 와아-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 헉- 말문이 막히는 기철! 츄리닝이 기철에게 몸을 밀착하며 웨이브를 마무리한다. 순간 찌르르- 전기가 통하는 기철! 으으~ 신음을 한다.
“아- 내 팔, 내 팔···”
“왜?”
“가슴이. 파, 팔에 가슴이····”
츄리닝이 어처구니없어하며 피식 웃는다. 사회자가 말을 잇는다.
“정말 대회의 열기가 뜨겁네요. 오늘 최강 섹시 커플로 선정된 분에게는 소형경차. 스쿠터, 디카 등 푸짐한 상품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마음껏 끼를 발휘하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여러 가지 시합을 벌이는 사람들. 츄리닝이 현란한 텀블링을 개인기로 선보인다! 쏟아지는 박수. 현란한 탁구 스매싱을 선보이는 기철. 하지만 아무도 그게 뭐 하는 건지 모른다.
마지막 순서로 모든 출연자가 각자 춤을 춘다. 역시 파워풀한 섹시 댄스를 선보이는 츄리닝. 막춤을 추는 기철.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고 난리도 아니다. 츄리닝이 한숨을 푹- 쉰다.
시상식이 시작되고 3등으로 디지털카메라를 받는 기철. 좋아 죽는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츄리닝.
대회가 끝나자 츄리닝이 카메라를 탁- 뺏어 든다. 기철이 말한다.
“어? 그거 반은 내 건데.”
“야. 고삐리. 몰라서 물어? 내가 어이가 없어서···.”
“나 고삐리 아닌데?”
“야, 누나 바쁘거든? 넌 너 하던 짓이나 계속해. ···자동차 타겠다고 거길 나간 내가 미친년이지.”
“너 이름이 뭐야?”
츄리닝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철은 계속 이름을 물으며 쫓아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