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서울대 의대

<독산동> 제 7화

by allen rabbit

도로변 택시에 탄 복점에게 봉인이 정중하게 말했다.

“애들한테 당하고 말입니다. 모양 많이 빠지게 됐습니다.”

복점의 얼굴이 완전히 망가졌다. 봉인이 말했다.

“이 동네에선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형님도 같은 생각이실 겁니다. 살펴 가십시오.”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복점. 봉인이 떠나는 택시를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후미진 골목에서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기철과 아이들. 봉인이 혼자 골목으로 들어온다. 일어나 인사하는 아이들. 하지만 기철은 뭐가 좋은지 히죽대며 거품만 날리고 있다. 봉인이 기철의 머리를 때린다.

“새끼야. 거기서 아는 척을 하면 어떡해? 내가 시킨 일이라고 광고할 일 있어?”

“피 보니까 그랬지. 뭐.”

“또라이 새끼. ···야, 형이랑 일 계속 안 해 볼래?

“싫어.”

“좆만 한 새끼가.

그러자 기철이 또 키를 재듯 봉인의 머리 위로 재빨리 손을 휘젓는다.

“···야, 이건 어떠냐?”

봉인이 배꼽 아래를 까 보인다. 귀여운 문신이 보인다.

“멋지네. 그 밑에까지 쭉 있어요?”

“그럼. 내가 직접 그린 거야. 어떠냐?”

“정말? 와- 그럼 지금 형 빽 자지야?

“뭐? ···미친 새끼. ···가자, 시원하게 맥주나 한잔하게.”

줄줄이 따라나서는 아이들.



가라오케에서 깔깔대며 노는 봉인과 아이들. 술이 떡이 된 기철이 외친다.

“아빠 이제 나도 셋이야. 셋이라고! 와우-!”

기철이 리모컨으로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누른다. 어처구니없다는 듯 봉인이 묻는다.

“야. 그게 뭐냐? 노래야?”

“울 아빠 18번! 나 오늘 이거 꼭 불러줘야 해!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학교 교실. 수업이 한창이다. 맨 뒷자리에서 혼자 엎드려 자던 기철이 갑자기 팔다리를 휘두르며 화들짝 깬다. 이마에 시뻘겋게 눌린 자국이 선명하다. 입가의 침을 닦으며 졸고 있는 처남에게 묻는다.

“몇 시냐?”

“2시.”

“아이 씨발. 졸라 잤는데 겨우? ···아이씨. 야, 꿈속에서 어제 그 새끼 봤다. 그 앤디스 도넛인가. 그 새끼 이길 방법을 알아냈어.”

“어떻게?”

“그게··· 까먹었다. 꿈속에선 분명히 알았는데.”

“야. 잠이나 더 처자라.”

“아니야. 진짜 더 이상은 못 자. 등짝도 아프고. 이마도 졸라 아파.”

“저녁에 신림동 같이 갈래?”

“안 돼. 알바 해야 해.”

“언제 끝나? 여자애들 만날 거야.”

“····아, 안 되겠다. 나 조금만 더 자자.”

기철이 졸음을 못 견디고 다시 엎드리며 투덜거렸다.

“야. ···하루가 왜 일캐 기냐? 원래 이렇게 긴 게 정상인 거냐···?”

어느새 다가온 선생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야 임마. 학기 중엔 염색하지 말랬지. 해도 적당히 해야지 색깔이 이게 뭐냐?”

선생이 툭툭- 책으로 머리를 때리자 기철이 파리 쫓듯 팔을 휘휘 젓는다. 그것만으로도 키 작은 선생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마침내 기철이 부스스 고개를 들자 선생이 다 들으라는 듯이 말한다.

“니들 우리 학교에서 서울대 의대 가겠다고 지원한 놈이 몇인 줄 아냐? 딱 두 놈인데 그중 하나가 이놈, 장기철이다. 전교 꼴등인데.”

그러자 아이들이 웃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기철은 세상 억울한 표정이다. 수업 종이 울린다. 선생이 말한다.

“으이그 엔간해야지- 도대체 커서 뭐가 될라 그러냐. 이놈아. 걱정이 태산이다.”


<계속>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6화6. 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