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모니터 받기 2. 시나리오 형식으로

by allen rabbit

며칠 전에 아는 피디에게 내 글 모니터를 부탁했다. 그는 지난번에 같이 일도 했었던, 이제 막 서른이 된 피디였다. 피디는 내 글을 읽고 신이 나서 말했다.


피디 : 작가님 너무 재밌어요! 언제 또 이런 걸 쓰셨어요?

나 : 아, 그래요? 재밌었어요? 제가 멜로엔 좀 약한데 괜찮으셨어요?

피디 : 네! 진짜 대단하세요. 작가님!


나는 기분이 째질 것 같이 좋았다. 하지만 기쁨은 여기까지였다.


피디 : 강아지 얘기는 정말 뜻밖이었어요. 그러니까 이 개가 주인공 언니의 개인거죠?

나 : 아닌데요? 여자친구의 개인데요.

피디 : 아! 제가 착각을 했네요. 그럼 이 개와 여자주인공 C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나 : 아닌데요? C는 남자예요.

피디 : 아! 그렇구나. 제가 꼼꼼히 읽는다고 읽었는데,.. 죄송해요.

니 : 여자주인공은 B에요.

피디 : 제가 착각을 했네요. C 이름이 여자 같아서 그랬나 봐요. 그럼 주인공 A랑 C가 연인 사인 거죠?

나 : 주인공 A도 남잔데요?

피디 : 그럼 주인공 A랑 B가 자매 사이가 아니에요?

나 : A랑 B 연인 사이예요, 그리고 C랑 A는 친구사이고요,

피디 : 아... 아 그래요? 죄송해요.

나 : 이 이야기 연애에 관한 얘기잖아요.

피디 : 전 주인공 A가 여자고 B랑은 자매 사인 줄 알았어요.

나 : 그럼 연애는 누구랑 해요?

피디 : A랑 C요.

나 : 둘 다 여자라고 생각했다면서요.

피디 : 동성 사랑도 괜찮다고 생각했거든요.

나 : A가 B 보고 싶다고 집 앞까지 가는 장면 있잖아요.

피디 :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남맨 줄 알았죠!

나 : 남매끼리 끌어안으면서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고 그래요? 그리고 남매면 그냥 집에 들어갔겠죠.

피디 : 아...


피디는 내 글을 읽기는 읽은 것일까? 보여준 나도, 읽어준 그도 모두 난감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잠시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이윽고 피디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피디 : 그래도 재밌었어요!

나 :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요!


과정은 좀 그랬어도, 우리는 훈훈하게 모니터를 끝냈다.

그렇다.

언제나 모니터는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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